슬기로운 봉양생활
아빠가 위암 판정을 받으셨다.
4~5년 전으로 기억하는데, 위내시경 검사 과정에서 종양이 발견되었던 적이 있다. 당시에는 크기가 작아 내시경적 용종 절제술을 통해 종양을 모두 깨끗하게 제거했다고 했었는데, 아무래도 그 부위에 다시 재발한 것 같다.
담당 교수는 이번 종양은 직경이 2cm가 넘어 내과에서는 더 이상 수술을 할 수 없고, 외과적 절제술이 필요하니 외래로 외과 진료를 먼저 받고 그쪽에서 수술 일정을 잡으라고 한다. 다행히 아빠의 위암은 조기(1기)로 보이며, 위의 1/3 정도 절제를 하게 되면 완치 가능성이 높으며, 방사선 치료도 필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외과에서는 전신 마취를 통한 개복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적어도 5개 과 - "노인센터, 심장센터, 신장내과, 마취과, 폐센터"의 긍정적인 협진 결과가 필요하며, 협진과에서 모두 수술이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오면 2주 내에 수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복강경으로 1/3 정도 절제를 한 이후에는 2달 정도 식이요법이 필요하고, 항암치료는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한다. 내시경 시술 가능 여부에 대해서는 CT 사진상으로는 내시경 시술 시 종양 부위가 더 성나고 커질 수 있으니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아빠와 같은 고연령에 여러 가지 지병이 많은 환자들의 경우에는 전신마취 후 수술이 가능하더라도 의사가 최종적으로 환자와 보호자에게 수술 여부를 결정하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수술을 함으로써 얻게 되는 이득이 분명하지만, 수술 후의 부작용 또는 최악의 경우 전신마취가 회복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빠는 수술을 할 수 있다면 받고 싶지만, 자식들이 안 하는 게 좋겠다고 결정하면 안 하시겠다고 하신다.
가족회의라도 해야 하나.... 사실 회의를 해서 결정할 사안인지도 잘 모르겠다. 아빠의 뜻이 수술을 받고 싶은 것이라고 하면 당연히 수술을 받게 해 드리는 것이 도리일 것인데, 암이라는 것이 나이 대에 따라 전이의 속도가 큰 차이가 나는데, 아직은 초기 암이고, 전이가 없다는 전제하에 조금 더 지켜볼 시간이 있지 않을까 싶다. 수술을 하신다면, 수술 후에 어떤 형태로, 어떤 삶의 질로 수명이 연장될지에 대한 판단도 해야 하는데, 전문가의 조언을 아무리 많이 받더라도 결국은 선택의 문제로 귀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