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듀군 Nov 20. 2021

나는 스타벅스 신사역점에서 신사를 보았다.

나의 마음을 흔들었던 서비스

#나의 마음을 흔들었던 서비스


2020년 땀과의 사투를 벌이던 어느 여름날, 나는 스타벅스 신사역점에서 진짜 '신사(紳士)'를 보았다.

신사라고하니 고객일 것 같지만, 진짜 신사는 다름 아닌 파트너였다.


스타벅스는 카페 중에서도 고객 경험 창출에 지속적인 노력을 보여주는 곳이다. 커피 한잔에도 온 정성을 다하자는 스타벅스의 사명을 잘 실천해 나가고 있다. 충성도 높은 고객들도 많이 존재한다. (가끔 진동벨이 없다고 불편을 토로하는 고객들도 있지만..ㅎ)음료 한 잔에 퍼스널 옵션도 다양하고, 고객의 기호와 취향을 파악하는 스몰토크를 통해 고객과 소통하려 노력한다. 옷차림을 칭찬해주거나, 따뜻한 미소를 보이거나, 추운 날씨를 걱정해 주거나, 무더운 여름 날씨에 불쾌함을 공감해주는 등 여러 가지 스몰토크를 활용한다. 단순히 커피만 받아가는 경험에서 나아가 함께하는 경험, 고객 공감을 이뤄나간다.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스타벅스를 찬양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건 지극히 스타벅스 부점장인 나의 여자 친구의 영향이 크다. 수백 가지의 사례를 들어왔고,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번 동일한 퀄리티의 서비스를 받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매장 by 매장이라는 말도 존재하고, 그날의 분위기, 러쉬(바쁜 정도)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 가운데서도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매장을 사실 많이 보진 못했다. 나의 여자 친구 또한 '수많은 고객, 바쁜 매장 상황 속 최선을 다해 서비스하는 것이 솔직히 쉽지 않다' 이야기한다.


그러나, 신사역점의 파트너는 달랐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수많은 고객이 붐비던 오후 한 시였다. 자리는 만석이었고 서있기 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그때였다. 지팡이를 집고 중절모를 쓴 할아버지 한분이 들어오셨다. 기나긴 줄을 기다려 주문을 하고 더 이상 서있기 힘드셨는지 널찍한 기둥에 기대어 계셨다. 주문하는데도 꽤나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기서 잠깐, 파트너의 행동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스타벅스 포지션을 설명하고자 한다.

스타벅스는 크게 '4가지 포지션'으로 근무를 한다. 포스에서 주문을 받는 포지션, 음료를 건네어주는 포지션, 테이블을 돌며 매장 컨디션을 유지하는 포지션, 음료를 만드는 포지션.

이 중 앞서 언급한 러쉬에는 매장 컨디션을 유지하기가 실질적으로 쉽지 않아 bar에서 음료를 만드는 포지션으로 이동시킨다. 그리고 각자의 구역을 꼭 지키며 포지션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노인분의 주문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어느 한 파트너가 bar에서 자신이 만들던 음료를 가지고 복장을 정결히 다듬은 채 할아버지 앞으로 다가갔다. 스타벅스 입장에선 포지션 이탈이었으며 음료를 직접 내어주는 일은 거의 없다. 음료를 가지고 할아버지에게 묻는다. 


"몸이 많이 불편하시죠..? 음료는 요청하신 대로 시~원하게~ 만들어드렸어요~"

"아고, 고마워요"

"우선 시원하게 한잔 드셔 보시겠어요, 제가 지팡이를 잠시 잡아드릴게요"

(그 바쁜 와중에도 할아버지의 오랜 기다림과 행동을 눈여겨보고 있었던 것이다)

"매장에 자리가 하나도 없어서 오래 기다리셔야 될 수도 있는데 시간은 괜찮으세요?"

"가면서 먹지 뭐~"

"사람 많아서 지나가다 다치실 수 있으니 부축해드릴게요 문 앞으로 같이 가요~"

"고마워요"

"맛있게 드시고 몸 조심히 가세요~"


그날, 해당 파트너가 포지션 이탈로 점장에게 피드백을 받았는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그 파트너의 행동은 스타벅스의 고객 경험을 전달하기에 온전했다.

내가 느낀 스타벅스의 경험 중 가장 아름답고 따뜻한 경험이었음에는 틀림없다.

커피 한잔을 소중하게 내어준 것을 넘어 고객이 느낄 불편함에 온 정성을 쏟아 서비스를 전달했다.


이는 바쁜 상황 속에선 그런 서비스가 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나의 편견에 대못을 박았다. 


나는 앞으로 스타벅스 신사역 문을 열고 들어갈 때마다 지팡이를 들고 부축해주며 문을 열어주었던 파트너의 온기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때론 서비스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한 채 갑질을 일삼는 고객들의 뉴스거리를 많이 접하곤 한다. 이렇게 온기를 오롯이 전하려는 파트너의 서비스가 널리 알려져 고객과 직원 서로가 감사한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따뜻한 서비스가 주는 감동엔 유효기한이 없는 것 같다.

1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내 머릿속에 선명히 머물고 있으니 말이다.


그때의 나의 시간을 귀중한 경험과 배움의 시간으로 채워준 파트너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