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챙겨먹어요 우리
코로나가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다. 명절도 예외가 아니다. 마음놓고 모일 수 없는 명절이 된지도 벌써 여러 해다.
최근 몇 번의 명절은 이동자제령에 따라 명절 앞뒤로 몇 주를 빗겨 고향을 찾아 부모님 얼굴만 뵈고 왔다. 코로나가 없던 시절엔 시할머니댁에 모두 모여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시할머니에겐 아직 며느리인 어머니가 명절 노동의 리더를 담당하고 있다. 어머니에 비하면 어머니의 며느리인 우리의 노동은 애교수준. 이 부담을 나누고 줄여가는데 갈수록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 남편도 명절음식을 방송하는 홈쇼핑을 보며 전이며 고기며 고생 덜하게 어머니께 그냥 보내자고~ 우리도 모두가 편하고 즐거운 명절을 보내보자고 ㅎㅎ
명절은 왜 노동절이 되는가
우리집도 명절이면 시할머니댁에 모여 전을 부치고 나물을 만들고 생선 찌고..그맘때면 수확되는 농작물들을 아버님이 밭에서 따다가 슬며시 마당에 갖다놓으면 그것은 곧 어머니의 노동ㅠ 농작물을 음식으로 둔갑시키느라 어머니가 힘들다보니 집안 분위기가 종종 험악해지곤 한다. 아직까지 여자의 노동력으로 유지되는 부분이 많은 명절이다.
장보는 것도 일. 장보고 재료를 준비하는 것부터 노동은 시작된다. 재료 다듬고 양념을 내기 위해(손맛이 필요한 제일 어려운 과정) 파, 마늘, 고추를 갈고 섞고 지지고 볶고 요리하는 것도 힘들지만 그 과정에서 그릇은 왜이렇게 많이 나오는지. 설겆이 등 뒷정리까지 하다보면 투입되는 노동량이 ㅠ 명절이 끝나면 몸져 눕는다는게 과장된 말이 아니다.
이번 추석은 최대 8명까지 모임이 가능하다. 명절을 맞아 그동안 얼굴을 보지 못했던 많은 가족들이 함께했을 때에 비하면 명절 음식이 간소화될 수 밖에 없다. 손이 많이 가다보니 완성품을 소량을 구매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모임과 장거리 이동이 부담돼 홀로 추석을 보내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혼추족을 위해 명절에 편의점에 가면 명절 음식을 담은 한가위 도시락을 맛볼 수 있고 돼지갈비찜, 잡채, 동그랑땡, 나물 등 전통적으로 손이 많이 가는 음식도 소량 구매해 명절 분위기를 낼 수 있다.
각자 상황에 따라 명절 음식부담을 줄이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명절을 대하는 모습은 제각각이겠지만 어디서 뭘 하든 잘 챙겨먹어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