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 3일 전에 비짓재팬을 열심히 가입했었다.
- 요즘은 기내에서 입국신고서 적고 하는 거 아니래.
정보를 물어 온 비둘기 마냥 의기양양한 내 말에 남편이 대표로 비짓재팬에 가입했다. 동반자로 나도 같이 등록을 끝낸 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QR코드도 각자 하나씩 챙겨 놓았다. 비행기에서 잠시 망설이긴 했다.
- 그래도 입국신고서 쓸까? 아냐, 괜찮겠지. 설마 입국이 안 되겠어!
입국이 안 되었다. 남편은 되고 나는 안 되었다. QR코드를 몇 번이나 보여주어도 그건 남편 거란다. 뒤에 사람들도 이렇게 서 있는데. 잠시 혼돈의 시간이 흐른 후
- 아, 그럼 적도록 하겠습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받아 두었던 입국 신고서를 꺼내 한쪽 구석에서 적기 시작했다. 이번엔 일본 내 거주지가 문제였다. 전부 한자인 주소를 따라 쓰려니 이미 와 버린 노안에 당황, 긴장감이 더해져 좁은 칸 안에 한자가 다 들어가질 않았다. 억지로 한자를 우겨서 그려 넣고 있는데 누군가 다가와 다정한 목소리로 말해 준다.
- 도와드릴까요?
아까 나를 가로막았던 그분이다.
- 이 한자가 정말 쓰기가 어렵네요.
짧은 일본어와 더 짧은 한자를 다 쓰고 돌아서니 그 길었던 줄이 전부 지나가고 없었다.
- QR코드 따위를 믿는 게 아니었어. 비짓재팬이라고 했지 웰컴재팬은 아니었잖아. 내가 더 준비했어야지.
어렵사리 밟은 센다이 공항은 황망함에 별로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우리나라의 지방 공항 느낌과 비슷했다. 지명을 들어본 지 3개월 만에 처음 와 본 센다이는 낯섦, 그 자체였다. 커다랗게 쓰인 광고판도, 사진이며 소리들도 의미를 알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냥 잠깐 귀를, 눈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의 흐름 같았다. 그림이나 표식 등으로 무엇을 하는 곳인지 짐작만 할 뿐, 그나마 영어가 친숙하게 느껴지는 마법이 아주 잠깐 지나갔다.
센다이 공항과 달리 센다이역은 활기참과 소란스러움, 북적거림 그 자체였다. 일본은 역 중심으로 모든 것이 몰려 있다는 걸 하루도 되기 전에 다시 느꼈다. 평일 오전에도, 오후에도 저녁에도 사람들도, 차도, 기차도 끊임없이 몰려왔다. 일본 북동부, 토호쿠 지방 사람들이 모두 한 번씩은 왔다 가는 듯 센다이역은 바람의 다리를 중심으로 끝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호텔에 머무르는 5일 동안 행동반경을 조금씩 넓혀가며 나도 바람의 다리를 수없이 지나다니게 되었다. 그래도 끝내 그 역 주변을 다 돌아보지는 못했다. 길은 몰라도 백화점 매장은 잘 찾아다녔듯 여기서도 말은 못 해도 쇼핑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센다이역 주변의 수많은 가게와 마트 등은 물론 가까이 있는 아침 시장까지 걸어가 보았다. 무얼 파는 지도 모른 채 길게 늘어선 줄 끝에 서 있다가 내 차례가 되었을 때
- 한 개 주세요!
하며 사 온 것은 일본식 표현대로 감자 고로케 였다.
- 두 개 살걸!
한 입 베어 물며 바로 후회란 걸 하고 있었다.
노란 로프트 몰에서 올리브영에서 본 화장품들을 만났을 때의 반가움이란! 소프트뱅크가 은행이 아니라 통신사였음을 이제야 알았어도 뭐 어떠랴! 그래도 오늘 하루는 익숙한 것들을 발견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
웰컴이라고 환영하진 않았지만 비짓 재팬할 수 있게 황망하게 쓰던 한자 센다이시 중에서 유난히 눈에 들어왔던 신선 仙, 그 한 글자처럼 신선이 노닐만한 곳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