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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미 Mar 14. 2024

정의론

2차. 개천에서 용이 났다는 전설




복지국가와 재산소유민주주의


<복지국가>

◎목적 : 어떤 사람도 일정한 생활수준 이하로 떨어져서는 안 되며 따라서 모든 사람은 우연적인 사고나 불행으로부터 보호받아야만 한다.

◎예 : 실업보상과 의료혜택

◎소득의 재분배 : 각 시기의 최종 순간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확인하고 실행한다.


<재산소유민주주의>

◎목적 :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들 간의 장기간에 걸친 공정한 협력 체계로서의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 생산적 자산들이 일부 소수의 수중이 아니라 시민 일반의 수중에 주어져야 한다.

◎예 : 상속 및 증여에 관한 법률(이를 통해 자본과 자원의 소유를 지속적으로 분산시킨다)

◎소득의 재분배 : 각 시기가 시작하는 순간에, 생산적 자산과 공정한 기회균등(교육과 훈련)의 광범위한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부의 집중을 피한다.




존 롤즈는 재산소유민주주의에 입각한 소득의 재분배에 힘을 싣고 있다.

글쎄, 말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존 롤즈가 양극화가 극단에 달한 지금 사회를 보고도 자산과 기회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될 수 있다고 상상할 수 있을까.


한때 종잣돈 1억 원 모으기가 유행이었다. 갖가지 눈물겨운 성공담은 한마디로 얼마나 오랫동안 핍박한 삶을 잘 견디는가의 문제였다. 그런데 1억 원쯤은 태어날 때 이미 입에 물고 나는 사람들이 있다. 덕분에 우리는 까마득하게 뒤에 그어진 출발선에서 아등바등 달려야 하는 인생 위에 놓이게 됐다.

옛날 가끔씩 용이 났다던 개천은 말라붙은 지 오래다. 앞선 자들이 전설 속 사다리, 교육의 기회마저도 선점하고 나서 걷어차버려 뒤따라오는 자들과 격차는 요단강만치 벌어졌다. 그들과 평범한 일반인은 실제 요단강을 건너고 나서나 공평해질 수 있게 된 셈이다.


상속 및 증여에 관한 법률에 대해서는 말조차 아깝다. 구멍 숭숭하고 너절한 그 법들은 유명무실해지는 속도가 가진 자산에 정비례한다는 게 정설이다.


존 롤즈는 어디까지나 이론가이다. 그의 관념대로 세상이 굴러갔다면 지금 우리는 굳이 복지에 기대지 않더라도 ‘스스로 자기 자신들의 일을 꾸려 나갈 수 있는 위치에 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야만 진정한 자유라고 말할 수 있다.

그는 이 책을 쓰며 어떻게 해야 평등한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는지를 깊게 고민했을 것이다.


바라는 사회상이라면 기본소득이 주어지는 사회이다. 그러나 이 개념의 출처만 보더라도 현실성이 상당히 떨어지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된다. 기본소득은 토머스 모어의 소설 유토피아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현재 기본소득 사회는 대표적인 복지국가인 북유럽의 나라들에서조차 국민들의 폭넓은 지지를 얻지 못한다. 두말할 것 없이 예산 때문이다. 하늘에서 화수분이 뚝 떨어지지 않는 이상 기본소득 사회는 영원히 유토피아 속에서나 존재할 것이다.


그럼에도 왜 우리는 분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냐고?

이 사회에 태어난 이상, 매 순간 사회를 이용해 먹고 혜택을 누리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심지어 사회에서 격리된 이들 조차도.

나의 성과는 오롯이 내 몫이 아니다.-사실 이 문장은 뒤집어서 읽으면 뜻밖에 나에게 큰 위안을 준다. 너의 퇴보는 오롯이 네 잘못이 아니다.-

게다가 나의 모든 자연적, 사회적 배경은 우연히 나에게 주어진 것일 뿐이다. 그저 운으로 갖게 된 걸 무기로 휘두르는 우스운 짓은 하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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