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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파노 Mar 16. 2024

2017년 영국 유랑기(2)

촌놈의 여행

기분 좋게 아침을 맞았다. 조식은 14,000원 정도 결제를 하면 자율식으로 먹을 수 있었다. 이른 아침의 모닝커피는 나에게 큰 활력을 주었다. 참으로 기분이 묘했다. 내가 지내왔던 곳과는 전혀 다른 공간 시간에 있다는 것이 나를 설레게 했다. 

식빵에 잼을 발라서 먹고 오렌지 주스도 마시고 시리얼도 먹었더니 제법 든든했다. 옆 테이블에는 이탈리아인 가족들이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고 있었다. 런던에서의 첫날이 밝았으니 어디로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정한 곳은 빅벤이었다. 체크 아웃을 하고서 떠나려는데 숙소에서 물었다. 캐리어를 여행하는 동안 보관해 줄 수 있다고 말이다. 그렇지만 겁이 많은 나는 캐리어를 질질 끓고 지하철로 향했다. 족쇄를 찼던 옛날 미국 죄수들처럼 캐리어를 무겁게 끌고 나는 기쁜 마음으로 빅벤으로 향했다. 

흐린 영국의 날씨와 제법 어울렸다. 저곳에서 국회의원들이 회의도 하고 그런 거 같다. 왕세자나 왕자들이 결혼할 때도 저기서 하고 그러는 거 같다. 대관식도 하고 그러는 건가? 잘은 모르겠다. 유명하다고 해서 왔으니까 말이다.

민스터로 들어가는 곳이 있었지만 나는 들어가지 않았다. 뭐 들어가 봐야 별로 볼 것도 없을 것 같았고 돈이 아까울뿐더러 줄을 서야 했기 때문에 그냥 외관만 구경했다. 캐리어를 질질 끌고 다니며 말이다. 

민스터 입구에서는 공연이 열렸다. 이름하여 모리스 댄스라고 영국의 전통 춤 같았는데 아는 스코틀랜드 친구한테 사진을 보냈더니 창피하다고 거룩한 불로 태워버리라고 했다. 들고 있는 막대기로 마주쳐가며 소리를 냈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바지에 달린 종을 다리를 흔들어 소리를 냈다. 쪼그리고 앉아서 공연을 보는데 눈물이 났다. 하나님께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난을 면치 못하는 삶을 살 줄 알았는데 비록 경비원이지만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으로 런던에 와서 이런 전통 공연을 본다는 것에 새삼 나 스스로가 많이 출세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회 입구에는 12 사도의 조각상이 그림처럼 있었고 성공회의 나라답게 곳곳에 교회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이 사람이 바로 영국인 모두에게 사람 받는 수상인 처칠이다. 달변가였으며 모든 종류의 술을 사랑했고 여야를 하나로 모아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근데 인도인을 많이 굶어 죽게 만들었다고 하더라!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니까 인도를 착취하면서 죽게 만든 것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았다. 훗날 영화로 본 다키스트 아워에서의 처칠은 불세출의 영웅으로 묘사된다. 게리 올드만이 연기한 처칠은 처칠 그 자체였다. 이제 아쉬운 것은 처칠 같은 정치인이 오늘날에는 한국에 없다는 것이 많이 슬프긴 하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12 사도의 모습 같다.)

런던 아이라는 관람차다. 나도 한 번 타보고 싶었지만 난 가난한 방랑자이기에 돈을 아껴야 했다. 영화 007을 보면 미스터 본드와 함께 저 런던 아이가 함께 보이곤 했다. 뭐 잠시 묻는 질문이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분 중에 최고의 본드를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난 개인적으로 로저 무어를 최고라고 생각한다. 이안 플레밍의 소설이 원작인 007은 본드역으로 숀 코네리가 캐스팅 됐을 때, 작가 본인은 별로 반가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훗날 로저 무어가 캐스팅 됐을 때 자신의 글에 가장 부합한 본드의 모습이라며 좋아했다고 한다. 007 영화 관람 이후 나에게는 묘한 습관이 생겼다. 이유도 없이 어느 날은 그냥 좋은 양복에 좋은 구두를 신고 시내를 걷곤 한다. 귀에는 시나 이스턴의 노래 'For your eyes only"를 들으며 스스로에게 도취되곤 한다. 그만큼 로저 무어를 많이 좋아했다. 

기어이 캐리어를 질질 끌고 촌놈처럼 타워 브리지까지 왔다. 중학생 때 교과서에 실렸던 장소다. 그 시절에는 나중에 내가 커서 그런 곳에 가리라고는 꿈도 못 꿨는데 난 꿈을 이뤘다. 그렇다! 소원하면 이루어진다. 

(여유를 즐기고 계신 노부부)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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