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Barn, Berlin
몰입하다: 깊이 파고들거나 빠지다.
베를린의 겨울은 3-4시면 해가 떨어져 어슴푸레 땅거미가 지기 시작한다.
베를린의 specialty coffee scene을 이끄는 곳 중 한 곳인 the Barn을 찾았다. 찬 공기를 등지고 카페 문을 열면 각 종 페이스츄리 냄새와 커피 냄새가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다. 바리스타 한 분이 주문도 받고 페이스츄리도 내어주고 커피도 내려주시는 듯 했다. 주문 하러 온 다른 손님들과 환하게 웃으며 대화하고 주문을 받고, 내 차례가 되어 카푸치노를 주문했다. 이내 그 환하고 장난기 가득한 표정은 사라지고 커피 한 잔 한 잔을 마치 커피잔에 빨려들어가듯 브루잉하기 시작했다.
나는 현대 직업 중 커피 관련 직종이 가장 저평가된 직업이지 않을까한다. 그린빈 바이어, 로스터, 바리스타 모두 그냥 대충 하려면 대충 할 수 있어도, 한 번 제대로 하겠다는 생각이 있으면 그 끝이 안 보이는 영역 중에 하나. 그래서 커피를 진심으로 하시는 분들을 보면 때론 경외감이 들 때가 있다. 브루잉하거나 로스팅하는 모습을 보면 그 들의 눈에는 내가 지금 브루잉하는 커피, 로스팅하는 커피 외에는 아무것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아, 정말 맛있는 카푸치노였다!
그 날 저녁의 공기가 아직도 생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