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e Oct 06. 2023

숭고

@Juno the Bakery, Copenhagen


숭고하다: 뜻이 높고 고상하다


겨울 코펜하겐의 바깥은 조금 회색빛이 감돌지 몰라도 코펜하겐 곳곳의 카페, 베이커리 내부는 왠지 모르게 더 화색이 돌고 따뜻한 느낌이 든다. 긴 겨울을 보내기 위해 북유럽 사람들이 실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는 이야기는 꽤나 이제 유명해졌다. 그래서 그 유명한 노르딕 디자인이 탄생했다고.


그래서 방문했던 카페, 베이커리, 상점, 레스토랑 대부분이 정말 아름다웠다. 실내에서 몇 시간을 보내도 충분히 행복했을 정도로.


‘주노 더 베이커리’는 조금 달랐다. 다른 카페, 베이커리들과는 달리 사실상 테이크아웃만 가능한 공간이었고 실내 공간의 90% 정도를 베이킹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베이킹 하는 공간을 기웃기웃 지켜봤다. 수십명의 베이커들이 분주했다. 전쟁터가 생각날 정도로 치열하게 움직이고 치열하게 빵 만드는데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빵에 영혼이 깃들어있지 않을까 싶었다.


프레임에 들어온 베이커는 긴 반죽을 같은 길이로 계속해서 끊어내고 있었다. 분명 내가 하면 끝 없이 헤매고 어려울텐데, 이토록 쉬워보이게 하는 저 베이커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을까. 한참을 쳐다보다 주문한 빵이 준비됐다며 카운터에서 나를 불렀다.


봉투에 든 빵을 집어 한 입 베어 물었다.

바사삭 소리와 함께 입에서 빵이 녹았다.

작가의 이전글 찬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