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mewhere in Sicily
찬란하다: 빛이 번쩍여서 눈부시게 아름답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이탈리아인들은 햇살을 사랑한다. 집착에 가깝다고 해야하나. 그것도 아주 쨍한 햇살을.
나는 김화영 교수님의 '행복의 충격'에서 햇살에도 다양한 햇살이 존재함을 '인지'했다. 햇살이 절대 다 같은 햇살이 아님을 교수님은 단 한 문단으로 그려냈다.
프로방스에 내리는 각종 햇빛의 각도. 부활절 무렵 애무하는 꽃물결처럼 피부를 간지럽히는 햇빛. 저녁나절 가벼운 바람에 실려와서 당신의 목덜미를 쓸고가며 벌써 저 앞에 걸어가는 처녀의 갈색 머리털을 번뜩이는 햇빛. 한여름 심벌즈를 난타하는 듯 금속성을 내며 찌르렁거리는 햇빛. 가을철 분수의 물줄기를 타고 천천히 걸어 내려오는 햇빛. 한겨울 론 강의 골짜기를 따라 살을 에도록 미스트랄 바람이 불때면 창 밖에서 내다보면 언제나 따뜻한 겨울의 환상을 주는 노랗고 투명한 햇빛. 베란다의 베고니아 꽃 속에 자란자란 고이는 햇빛. 작은 커피 잔 위로 플라타너스 잎새들 사이로 스며나와 짤랑짤랑 흔들리며 요령 소리를 내는 은빛 반점의 햇빛. - 김화영, '행복의 충격' 中
시칠리아의 햇빛은 그저 찬란했다. 그 찬란한 햇빛을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그 햇빛을 담아내고 싶다는 욕심을 시칠리아 여행내내 가졌다. 그런 햇살을 계속 맞아가며 걸어가다 마주한 이들은 점심시간이 훌쩍지난 시간에 레스토랑 앞에 테이블을 저만치 옮겨 찬란한 햇살에 자리했다. 가장 시칠리아다운 순간이었다. 시칠리아 사람들이 이 찬란한 햇살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알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