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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앎 Jan 23. 2024

내 친구, 불안장애와 함께 살기

나만 모르고 있던 오래된 내 친구, 불안장애

불안장애가 있음에도 그것을 인지하지 못했던 시간이 길었습니다.


스트레스가 쌓일 때면 그것들을 누르기 바빴고 이겨내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스스로가 힘들어진다는 것을 알지 못했지요.


때로는 가만히 앉아 일을 하다가도 가슴이 조이는 통증을 느꼈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안절부절 발을 동동 거리느라 제자리를 서성거릴 때면 그런 나 자신을 알아차리고는 더 불안 해 하기도 했습니다.


나는 매번 예민하고 유난스럽게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라며 스스로를 탓했습니다.


어느덧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기 시작한 지 5개월이 지났습니다.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삶의 질이 이전에 비해 안정적으로 변했고, 훨씬 좋아졌다는 점입니다.     


이런 저에게도 불안장애라는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것을 들키면 안 되는 것처럼 생각했을 때가 있었어요. 나는 누군가를 교육시키는 일을 하거나 가이드가 돼 주는 역할을 해야 했는데, 주제가 못 되는 자격미달이라는 평가가 있을까 봐 두려웠지요. 남들의 시선이 가장 무서웠습니다.


지금은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가까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며 지내기도 합니다. 물론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굳이 일부러 이야기하지 않아요. 마치 나이가 몇 살인지, 다른 사적인 이야기하지 않는 것처럼요.


어쩌다가 자연스럽게 심리나 정신건강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 서로에게 공감이 필요한 자리가 아니라면 끄집어내서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글로나마 나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터놓는 편입니다. 불안장애에 대한 글을 쓰는 이유는 말 못 하고 자신만의 문제로 끙끙 속앓이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공감이 되어주고 싶어서였습니다. 자신이 불안장애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나도 예전에 그랬어. 지금은 괜찮아.’라고 말해주고 싶어서 지요.     




요즘 주위에 유난히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학교를 졸업하느라, 학위를 받느라…, 학교 나오고 학위 받았으니 더 큰 일을 하는 사람까지 돼보려고 노력하느라…, 업무에 치이고 업적, 재산도 쌓는 사람으로 사느라… 이 굴레가 끝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무언가를 향해서 돌진하면 할수록, 자신의 인생에 최선을 다할수록 불안장애는 마치 한 번은 통과해야 할 관문처럼 필수가 되어버린 듯합니다.


불안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차이점이 있다면, 자신의 상태를 알고 있느냐 모르고 있느냐 인 것 같습니다.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시기를 조절할 수 있느냐 없느냐 인 것처럼요.


정신건강의학과에 가게 되면 이것저것 물어보는 설문지를 받게 됩니다. 마치 MBTI 설문에 응답하듯

나의 상태를 체크하고 거기에 대한 결과 값을 전문의에게 듣게 됩니다. 우울증인지, 불안장애인지, 그 정도가 경증인지 중증인지…     


그런데 중요한 것은 여기까지 오는 게 그렇게 쉽지가 않다는 거지요. 정신건강의학과의 문턱은 남의 집 담벼락을 넘어야 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생각을 보세요.     

 

코로나가 한참 시작하던 시절에 감염되면 좀비라도 된 것처럼 차별했고 손가락질했습니다. 관리를 못해서, 칠칠치 못해서 걸렸다는 둥, 사람에게 바이러스나 병균 취급을 했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집단면역에 상태에 도달했을 때, 아니, 지금은? 감기와 다를 게 없는 흔해 빠진 것이 돼버렸지 않았나요? 누구나 걸릴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겼지요.  

    

불안장애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이 조금 더 오래 필요할지 몰라도 코로나와 같이 받아들이는 시기는 분명히 올 거예요. 그렇다고 그때까지 기다릴 순 없겠죠. 숨기고 있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눈덩이처럼 커진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코로나뿐만 아니라 산부인과에, 비뇨기과에 가는 것이 우리에게 조금 쉬워진 것처럼,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편견이 달라지기를 소망합니다.    

  

제 주위에 새벽이면 두세 번 깨어나서 잠들지 못하는 이들이, 사람들 앞에만 서면 땀을 흘리고 심장이 두근거려 입을 떼기 어려운 사람들이, 사소한 일에도 걱정하느라 잠을 자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남들의 시선을 너무 의식해서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자유로워지기를 소망합니다. 삶의 질이 지금보다 나아지길 바라고 깊은 잠을 잘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 역시도 앞으로 더 좋아지길 바라고요.     


약으로 인한 부작용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마음대로 약을 규칙적으로 먹지 않거나, 약을 갑자기 주치의와 상의도 없이 끊어버리는 일이 없다면 이것 또한 크게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신과 잘 맞는 선생님을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어떤 곳은 내과처럼 약만 처방하는 곳이 있고 어떤 곳은 상담과 같이 진료를 해주시는 곳이 있습니다. 자기에게 맞는 병의원을 찾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지요. 저도 5~6군데 병원을 돌고 돌아 지금의 주치의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으니, 중간에 포기하면 안 됩니다.  

   

저는 하루에 아침, 잠들기 전, 이렇게 2회 약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아침에는 진정효과가 있는 약을, 저녁에는 수면에 도움이 되는 약을 복용하고 있어요. 아침에 복용하는 약으로는 아무런 부작용을 느끼지 않고 편안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잠을 자기 위한 약을 복용하고 난 후로 이전에 없던 증상이 한 가지 생겼는데요. 그것은 다음 이야기에서 다시 이어가도록 할게요.






불안은 위협적 상황이 없을 때에도 염려와 긴장을 포함한 정서적 불편감을 경험하게 되는 것, 불쾌한 정서적 상태, 안도감이나 확신이 상실된 심리 상태이다. 생물학적으로 어떠한 위험이 개체의 존재를 위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지각함으로써 불확실한 미래에 대처하는 효과적인 문제해결과정에서 발현하는 정서 상태를 말한다. 신경생리학적인 측면에서 생존에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한 축을 이루며 정상적이고 건강한 기능을 전제로 안정감(또는 행복감)과 함께 정서적으로 신체의 건강한 수준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감정이다.     



불안장애의 생리학적 증상


신경계통(Neurological) : 두통, 지각이상, 섬유속연축, 현기증, 전실신증상
소화기계통(Digestive) : 복통, 메스꺼움, 설사, 소화불량, 입마름, 볼루스(bolus, 음식물 덩어리가 위에서 소화되지 못하고 덩어리가 유지되는 것)
호흡기계통(Respiratory) : 숨참, 한숨
심장계통(Cardiac) : 두근거림, 심계항진, 흉통
근육계통(Muscular) : 피로감, 진전증, 근육강직성경련
피부계통(Cutaneous) : 발한, 가려움
비뇨기계통(Uro-genital) : 빈뇨, 급뇨, 만성골반통증후군 등
과민성대장증후군(IBS)

 

출처 : 위키백과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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