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캐 전성시대다. 또 다른 나인 부캐는 본캐였다면 할 수 없던 일을 시원하게 해주는 나의 아바타이자 분신이다. 그렇다면 나의 본캐는 뭘까.
출산 후 재취업을 통해 회사 인간이 되면서 항상 엄마는 이래야 하고, 직장에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나만의 기준선이 조금 더 엄격해졌다. 엄마는 아기를 밀착케 어해야 하고, 직장에서는 항시 프로페셔널해야 한다는 압박이 생겼다. 항상 로그온 된 상태로 살아가는 괴로움의 연속이었다.
출산 전에는 회사에 있는 8시간이 로그인 시간이었다. 출근부터 퇴근 땡 할 때까지 긴장을 하고 있다가 집에 도착해서 구두를 벗는 순간 완전히 로그오프 되어 늘어졌다. 임신 중일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요즘 말로 하면 회사 밖의 삶을 본캐라고 하면, 회사에서의 모습은 부캐였다.
중고등학교 시절을 통틀어 항상 아침잠이 많았다. 매일 아침을 거르고 늦잠을 잤음에도 허덕이며 등교를 했다. 대학생 때는 아예 오전을 비워서 시간표를 짰다. 늦잠은 나의 아이덴티티나 마찬가지였는데, 직장에는 한 번도 지각을 한 적이 없다. 그러니 직장인은 본연의 나 자신이 아닌 새로운 정체성이라 할만했다.
그러다 엄마가 되었다. 엄마가 된 이후의 삶도 달라졌다. 아이는 너무 예뻤지만 나는 지쳐갔다. 왜 우는지 모르는 채로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울어대는 신생아를 바라보며 엄마력을 쌓아갔다. 늘어지게 늦잠만 자고 싶은데 아기는 새벽마다 정확히 일어났다. 잠꾸러기 엄마에게 왜 새벽형 아기가 태어난 것인지 의문이다. 새벽 6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울어대는 아이를 보며 나를 다시 생각한다.
나의 본캐는 뭘까. 여전히 20대에 머물러있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