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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jaroazul May 25. 2023

출근길 인사

노동유연성과 300억

 나는 창사이래 최악의 시기에 입사한 신입이다. 말이 신입이지 경력직만 뽑는 자리에 운이 따랐다.


11월, 4, 그리고 5월 대량해고가 있었다. 오늘부로 "일단"은 마지막 라운드인 5월 정리해고가 시작됐다. 각 직원에게 메일이 도착한 지 1시간 안에 회사 내 그의 모든 흔적 감쪽같이 사라진다.


이번엔 80%가 타깃이다. 서울도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다. 각국 법에 따라 시차는 생기지만 슬프긴 매한가지다.


너무 낮은 포지션이라 타겟층도 아닌 나는, 꼴 뵈기 싫던 윗사람이 가버리면 꼬실 줄 알았다. 육아휴직에 들어간 가장인 그는, 내 입사를 방해하며 삼 개월 동안 날 장날 개처럼 질질 끌고 다녔. 그의 프로필이 내려가고 대타였던 상사는 살아남았다.


놀랍게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사수나 동료들이 기분을 상하게 한들, 그들은 내 입장서 모두 훌륭한 선생들이다. 요즘 같은 시장에 방황하다 들어온 청년에게, 가진 건 열정뿐인 신입에게서 그들을 급하게 떼어놓는 것-회사가 무언가를 뺏어간다는 감상을 지울 수가 없다.


최악의 시기, C레벨들의 실적평가는 A+이었고, 보너스로 300억을 받아갔다. 직원들의 복지는 공중분해된지 오래며 사기는 기묘하다 못해 신경질적이다. 이런 때 헤드쿼터의 지도부는 전부 해외 오피스로 도피 중이거나 육아휴직을 하며 바비큐를 굽고 주짓수를 한다.


이 회사와의 연이 다할 때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지 무서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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