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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jaroazul May 17. 2023

퇴근길 질투

 당연하게도 난 타인이 잘되는 꼴을 볼 수 없다. 정확히는 모든 타인이 아니라 당신이 잘되는 꼴을 볼 수 없다고 말하겠다.


인성이 글렀다고 한들 사실인 걸 어쩌겠는가. 나랑 비슷한 나이대의 당신이 잘 나가는 것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싫다.


어쩌면 열등감이거나. 어쩌면 흉터다. 돈이 없어서 바빠서 어려서 갖가지 이유를 대지만 실은 사람을 믿지 못할 뿐이다. 어떤 일이든 내가 하면 더 운 좋은 누군가가 했던 일의 열화판이 되는 게 싫어서 포기해 버리는, 심술이다.


어쩌면 꽤 오랫동안 누굴 좋아한 적도 좋아할 수 없는 상태였다. 스스로의 끝만큼이나 당신의 끝도 훤히 보이는데 관계에 굳이 뛰어들 이유가 없다.


그냥 구석에서 이것밖에 모르는 척, 바보인 척, 착한 척 연기하는 게 낫다고-그리고 익숙해지고 있다고-특이해서가 아니라 우울증이 있는 사람이라 기본적인 것도 많이 피곤하다고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선택을 내리는 요즈음.


저를 안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이 말을 내뱉은 당신은 내 인생서 만난 인간 중 질투가 날만큼 벽을 뚫었던 사람인가 보군요. 좋아한다는 단어는 사전에서 뜯어버린지 오래라 없으니 기대말고 지나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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