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픈 에피소드 세 가지
오랜 시간 집을 알아보며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기억에 남는 것들 중 세 개만 남겨놓으려고 한다.
한 번은 평창동에 빌라가 싸게 나온 것이 있었다. 평창동이라 함은 드라마에서나 보던 부자동네인데 싸게 나왔으니 안 갈 이유가 없었다. 평창동에서도 꽤 많은 집을 봤다. 하지만 역시나 그런 동네에 2억대로 나온 집은 그럴만했다. 차가 한대 겨우 지나갈만한 폭에 엄청 경사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공인중개사 분 차를 타고 같이 집을 보러 다녔는데 그곳에 올라가다 갑자기 “우지직!”하는 소리가 들렸다. 알고 보니 그분 차 바닥이 엄청나게 긁힌 것이다. 그만큼 꿀렁하게 경사진 곳이었다. 우리는 엄청나게 당황했지만 그분은 애써 태연하게 행동했다. 행동과는 달리 백미러로 보이는 그분 표정은 너무 당황한 표정이었는데 그래서 더 웃펐다. 그 표정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땐 당황해서 못 여쭤봤는데 차 괜찮은가요??ㅠ_ㅠ) 그곳에 살았다면 우리 붕붕이 배가 남아나질 않았을 것 같다.
두 번째 기억나는 건 광주의 타운하우스를 볼 때였다. 집 뒤편에 넓은 테라스가 있는 빌라를 보게 되었는데 신축에 깔끔하고 엄청 넓은 집이었다. 그런데 거실 창 밖 정면에 절 같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와~ 여기는 절이 보이네.” 남편에게 말했다.(무교인 우리는 절이 보이든 말든 별로 상관은 없었다.) 같이 온 중개사분이 “여기는 절도 보이고 좋은 곳이죠.” 정확한 말은 기억 안 나지만 이런 긍정적 뉘앙스로 말씀을 하셨다.
그러다 나중에 우연히 다른 중개사 분과 다시 이 집에 오게 되었다. 외관이 익숙하길래 “여기 절 보였던 집 아니야?”라고 남편에게 물었는데 그 얘기를 듣고 중개사 분이 하신 말. “사실 저 건물 납골당이에요.” 그 얘기를 듣고 순간 식은땀이. 잘못하다 납골당을 바라보며 살 뻔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집. 구리시의 단독주택을 알아볼 때였다. 그 마을은 재개발이 취소된 마을로 작은 산으로 둘러 쌓여 있었다. 작은 마을인 데다 재개발이 취소돼서 그런지 저렴한 매물이 좀 있었다. 여러 집을 보다 가장 구석진 곳의 어떤 집을 방문했다. 부모님은 계시지 않고 아이가 우리를 맞이했고 방을 하나씩 보게 되었는데 그중 마지막 방을 보는 순간 우리는 너무 놀랐다.
집 안에 신당 같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두운 방 안에 촛불 몇 개만 켜진 채 여러 상들이 막 놓여 있었는데 그게 너무 무서웠다. (그런데 아이가 있으니 놀란 걸 감추고 태연한 척하느라 더 힘들었다ㅠ_ㅜ) 점 같은 것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드라마에서만 보던 곳인데 그런 곳을 집을 알아보다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러고 나서 집 밖에 나가보니 그 동네엔 깃발(점집)들이 엄청 많았다. 아빠에게 나중에 그 얘기를 했더니 긍정왕인 우리 아빠가 하는 말 “이야~ 그 동네는 신들이 지켜주는 동네구나.” 아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그날 우리 아빠에게 긍정을 하나 더 배웠다.
그 외에도 워낙 많은 집을 봤기 때문에 많은 일이 있었다. 나는 워낙 집 보는 것과 여러 동네를 구경하는 것도 좋아해서 힘들긴 했지만 재미있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예산이 많았다면 다 좋은 데만 보러 다녔겠지만 예산이 적었기에 동네가 괜찮으면 집이 아쉽고, 집이 좋으면 동네가 아쉽고, 둘 다 마음에 들면 다른 게 아쉽고 아쉬움의 연속이기도 했다. 지금도 가끔 그때의 생각이 떠오르면 남편과 얘기를 하면서 웃는다. 이렇게 우리의 추억은 또 하나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