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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경앤 Jan 04. 2023

무화과나무 있는 집과 아파트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된다면 당신은?

1980년대 우리나라는 아파트 바람이 태풍처럼 몰려올 때이다.

그때쯤인 걸로 기억한다. 엄마와 아빠가 다투기 시작하셨다. 아파트 때문이었다. 아파트에 살고 싶다는 엄마와 사람 살 곳이 안된다는 아빠의 의견대립이었다. 


친구들이 거의 아파트에서 사는 지금과 다르게 그때는 아파트에 사는 친구가 거의 없었다. 아파트에 놀러 가본 적이 없어서 좋아서 가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아파트에 대한 열망이 강했던 엄마는 결국 아빠의 동의 없이 아파트 분양을 받으셨다. 두 분의 다툼은 더욱 격렬해졌다. 




여장부 같은 엄마와는 다른 아빠는 꽃을 좋아하셨다. 꽃보다는 과실나무를 좋아하셨다. 우리 집 마당에는 감나무와 포도나무가 있었다. 그리고 여자나무가 있었다. 요즘은 더욱 보기 힘들지만 그 당시에도 여자나무 있는 집이 드믈었다. 여자나무에 과실이 익을 때면 친구들도 우리 집을 꼭 들렸다 갔다.


과실나무 중에서 무화과나무를 제일 좋아했다. 무화과 열매가 익을 때면 아빠는 매일매일 우리에게 열매를 따 주셨다. 초여름 막 더워지기 시작할 때 무화과나무의 이국적인 넓은 초록잎은 기분 좋게 청량했다. 초록잎 사이에 갈색으로 달려 있는 열매는 달걀 모양이었다. 표면에는 잔 털이 있으며, 갈색 껍질 안은 하얀색 과육으로 약간 끈적끈적힌 감촉이다.


그 뭉클한 식감을 좋아하지 않는 동생은 싫어했다. 그러면 아빠는 무화과 열매의 좋은 점을 열심히 설명하며 동생에게 먹였다. 줗은점을 뭐라고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동생과 달리 나는 아빠가 나무를 다듬을 때면 부르지 않아도 나무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무에서 충분히 익은 무화과는 엄청 달콤했다.


무화과열매 출처:픽사베이


이사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당의 무화과 나무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나무를 두고 이사해야 한다는 생각에 아파트로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가고 싶지 않다고 표현을 하진 않았던 거 같다. 부모님이 다투셔서 어린 마음에도 뭐라고 하면 안 될 거 같았나 보다.


그리고는 마음으로 아빠를 응원했다. 응원했다기보다는 그냥 아빠가 이겼으면 했었던 거 같다. 그 전까지는 큰소리로 아빠에게 반대 의견을 해본 적 없던 엄마였다. 내 기억으로는 처음인 거 같았다. 아빠도 큰소리로 엄마에게 뭐라고 한 적이 없는 거 같은데  그 문제만큼은 두 분 다 양보하지 않았다.


결국 큰소리 한번 내지 않으시던 아빠가 고집을 부리시니 결국 엄마가 양보하셨다. 새 아파트에 들어가지 못하신 엄마는 지금도 가끔 그때의 아쉬움을 얘기하신다. 그때 나는 무화과나무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섭섭했을 엄마의 마음은 생각하지 못했었다.




요즘도 무화과 열매가 나올 때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꼭 사 온다. 이걸 무슨 맛으로 먹냐며 좋아하지 않던 식구들도 어느 순간부터는 무화과 열매를 찾는다. 

묘하게 끌리는 매력이 있다고 한다. 

항암효과까지 있다고 하니 더욱 사랑스런 과일이다. 무화과나무가 있는 마당에서 아빠가 따주기를 기다리던 추억으로 행복에 흠뻑 젖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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