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서 퇴근하는 길에 버스를 탔다
핼러윈 날이라 왠지 모두 들뜬 기분이었고 나도 저녁에 남친을 설득해서 이태원에 놀러 갈 결심에 들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물론 나이가 이제는 많아 들어갈 수 있는 클럽은 아주 제한적이었지만 한남동에서 평생 산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들과 사탕을 얻으러 다니던 핼러윈 축제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버스좌석 아래서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고 바로 내 자리 아래였기 때문에 전화를 받게 되었다
전화 너머로 한 어르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전화기를 잃어버렸는데 좀 기다려 줄 수 있겠어요 “
퇴근시간이라 당장 시간에 쫓기지는 않았지만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다
”어르신 근처 편의점 같은 곳에 맡겨 드리면 안 될까요? “
”아 내가 금방 갈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줘요 젊은이“
나는 어쩔 수 없이 찬바람 부는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렸다
그런데 한참을 기다려도 어르신은 오지 않았고 슬슬 짜증과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거의 한 시간이 지난 시점에 멀리서 절뚝거리면서 한 노인이 걸어오고 있었고 나는 그분일 거라고 직감했다
”젊은이 늦어서 미안해요 정말 고마워요 “
주머니에서 사례로 무언가를 꺼내려고 하시길래 전화기를 재빨리 넘겨드리고 자리를 떴다
”정말 고마워요 복받으실 거요 “
아마도 거동이 불편하셔서 택시 잡고 오는 것 자체가 시간이 걸린 듯하다
퇴근시간에 갑작스러운 봉사에 급피로가 몰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