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깜냥을 아는 것
식물은 참 재미있는 녀석이다. 인간은 보통 될수록 큰 곳에 살려고 하고, 큰 집일수록 좋다는 인식이 있기에 식물에게도 큰 화분은 해가 안 되리라 생각했다. 몸체나 뿌리에 비해 너무 작은 화분만 문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고. 그런데 너무 큰 화분도 식물에게는 해가 될 수 있다고 한다. 화분에 몇 달 전 심었던 몬스테라가 너무 시들길래 흙에 영양이 없어서라고 생각했는데 뿌리에 비해 화분이 너무 커서 흙이 물을 너무 많이 공급하게 됐고, 그게 과습으로 이어져 아팠던 것 같다.
또한 애정도 많기보다는 적당히만큼만을 갈구한다. 너무 많은 애정(물)을 주면 아파한다. 토토로 옆에 있는 테이블야자가 딱 그 꼴이 났다. 헤롱 거리길래 물이 부족한가 보다 하고 물을 더 줬는데 다음날 더 바짝 마른 잎을 보고는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습인 것 같았다. 추워서 환기를 잘 안 했고, 거기에 실내다 보니 통풍이 잘 안 돼서 흙이 며칠째 촉촉했는데 그 때문에 테이블야자가 시든 것 같다.
생각해보면 과습은 '물'이 너무 많아서 생기는 문제다. 물 조차도 적당히 취하려 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비료 역시도 성장기에만 줘야 좋다고 한다. 안 그러면 영양 과다로 죽는다고 한다. 나라는 생명체는 맛있는 게 있으면 한도 끝도 없이 먹는데- 식물은 필요할 때만 골라 영양을 취한다니 참으로 신기하다.
식물만큼 딱 제 몫만큼을 누리려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사는 곳도, 먹는 것도 모두 자기에게 딱 필요한 만큼만 취하는 것. 또 자기 자신을 그만큼 잘 아는 것. 이런 신기한 초록 생명체를 보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