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를 촉진하는 질문 vs 참여를 단념하게 하는 질문
조직 생활은 여러 사람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토론해서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참여하는 회의가 모든 사람이 의견을 내고 토론에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조직 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은 모두가 토론에 잘 참여하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 그런데도 효과적으로 의견을 나누고 결론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어도 회의에서 모두가 적극적으로 토론에 참여하게 하는 건 참 어렵게 다가온다. 구성원의 참여를 촉진하고자 할 때는 내 질문 내용과 방식부터 고민해보면 좋다.
먼저 회의를 주재하거나 진행하는 입장이라면 주장이나 제안이 아닌 질문 위주로 회의를 끌고 갈 필요가 있다. 진행자(상사)가 처음부터 “이건 그래”, “이렇게 합시다”라는 식의 발언을 하면 토론이 일어날 수 없다. 이미 결론을 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의견을 내기가 조심스러워진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 거라면 굳이 회의를 할 필요가 없다. 사내 메신저나 이메일을 통해서 해당 내용을 공유해주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다.
회의 중에 질문을 통해 토론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을 자각했다면 다음으로 내 질문이 구성원의 참여를 촉진하는 질문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회의에 참석해보면 다음과 같이 말하는 분들은 종종 보게 된다.
“저는 A안건에 대해 ~라고 생각하는데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 질문을 받으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이 질문이 과연 질문으로 볼 수 있을까?
이는 질문으로 위장된 주장이다. 질문을 할 때도 내 질문이 토론을 유도하는지, 오히려 구성원들이 의견을 내지 못하도록 작용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이때는 내 주장을 앞에 넣기보다는 이전 회의까지의 진행 상황이나 특정 사안에 대한 쟁점을 간략하게 정리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다음 A안건으로 넘어가서... 현재까지 이러한 논의가 있었고 이러한 의견이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합의한 사항은 X, Y, Z였고요. 이 이슈와 관련하여 우리가 오늘 결정해야 하는 사안은 A에 관한 것인데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렇게 질문 내용을 바꿔줘도 다음과 같은 효과가 있다.
우선 내 주장이 아닌 구성원의 의견을 유도하는 질문이 된다. 질문을 한다는 것은 참여하는 사람의 뇌에 안테나를 세우는 것과 같다. 질문을 함으로써 구성원의 뇌가 특정 사안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검색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런데 진행자로서 내 주장을 먼저 제시하면 구성원의 뇌는 특유의 생존 메커니즘을 발휘하여 그룹 내에서 안전한 방향을 모색하게 된다. 또는 "어차피 답이 정해져 있는데..."라며 해당 사안에 대해 논하기를 단념한다. 결국 토론이 일어나기 힘든 상황이 되는 것이다.
또한, 여러 장단점에 대한 논의를 유도할 수 있다. 질문을 하기 전에 특정 사안을 객관적으로 풀어주면 중립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 따라서 그 사안에 대해 엇갈리는 여러 의견을 유도할 수 있다. 동시에 구성원들에게 해당 사안에 대해 논할 수 있는 배경과 정보를 제공한다. 많은 경우 그 사안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숙지하지 못했거나, 사전에 정보 공유가 되지 않아서, 혹은 참여자 자신이 관련 내용을 숙지하지 못해서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한다. 따라서 진행자는 각 안건을 논의하기 전에 객관적으로, 중립적으로 관련 정보를 제시해주면 더 많은 사람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는 해당 안건의 담당자가 설명하게 해도 좋다.
이처럼 질문을 하는 방식만 바꿔줘도 구성원이 토론에 참여할 여지를 더 주게 된다. 회의를 진행하는 사람이나 상사의 입장에서는 모든 구성원이 각 안건에 대한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고민한 후에 토론에 참여하길 기대한다. 그러나 이는 비현실적이며 이상적이다. 따라서 회의에서 토론이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현실적 이유와 개인 사정을 감안하여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져야 한다. 참여자 탓만 해서는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