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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오늘 1 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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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Apr 02. 2023

오늘 19 : 동굴

2023.4.1.

우리는 오늘날 디지털 동굴 안에 갇혔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 자신이 자유롭다고 착각한다. 우리는 디지털 화면에 사슬로 매여 있다. 플라톤의 동굴에 갇힌 수인들은 신화적-서사적 그림들에 도취한다. 반면에 디지털 동굴은 우리를 정보 안에 가둬놓는다. 진실의 빛은 완전히 꺼졌다. 정보 굴의 바깥은 아예 없다. 강렬한 정보 도취존재의 윤곽을 흐릿하게 만든다. 진실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100쪽)




2023년 2월에 한병철의 새책이 번역되어 나왔다. 100쪽 남짓된 책으로 제목은 <정보의 지배>이다. 독일어 원제는 'Inforkratie'다. demokratie(민주주의)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우리가 정보의 동굴에 갇힐수록 민주주의는 점점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한병철의 진단이 압축적이고 시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우리는 타자와 소통하는 대신, 정보에 갇혀 점차 진실을 잃어가고 있다. 디지털 민주주의는 허구이며, 디지털 정보는 소통 대신 도취하는 인간을 만든다. 조지 오웰의 <1984>에 나오는 빅브라더는 더 진화하여 빅데이터로 우리는 지배한다.


한병철은 책의 말미를 이렇게 우울하게 끝낸다. "탈사실적 정보사회에서 진실의 열정은 아무 소용이 없다. 진실의 열정은 정보 소음 속에서 사그라든다. 진실은 파열하여 정보 먼지가 되고, 그 먼지는 람에 날려 흩어진다. 진실은 지난날의 짧은 에피소드가 될 것이다."


그럼 어찌할 것인가? 한병철은 섣부른 희망의 메시지를 남기지 않는다. 아포칼립스적인 예상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알아서 찾아보라는 듯이.


<추신> 한병철의 인터뷰 자료를 첨부한다.

[인터뷰] 재독 철학자 한병철� "인간은 끔..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추신2> <정보의 지배> 출간 기념 한병철 인터뷰

https://www.youtube.com/live/9sKqRttEmJY?feature=sh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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