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오늘 1 26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윤 Apr 15. 2023

오늘 26 : 철학자

2023.4.15.

반철학자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사실을 상기시킨다.

철학자란 현존하는 권력과 그 하수인들의 증오를 받는 정치적 투사이자,

가장 있을 법하지 않는 창작물을 맞이하는 심미가이며,

한 남자 혹은 한 여자를 위해 삶을 뒤엎을 수 있는 연인이자,

과학의 가장 역설적인 전개들과 빈번히 교류하는 학자라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열광, 불편, 반역 속에서 철학자들은 이념의 전당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말이다.


- 알랭 바디우, 《반철학자 비트겐슈타인》(2023, 사월의 책) 7~8쪽



젊었을 때 마르크스를 읽는 것은 괜찮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마르크스를 읽는 것은 어리석다고 흔히 말한다. 동의한다. 그리고 이렇게 수정한다. 젊었을 때는 마르크스를 읽고, 나이가 들어서는 마르크스를 살아야 한다. 마르크스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삶으로 마르크스와 대결하면서 마르크스보다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 분투해야 한다. 마르크스의 문제의식을 후퇴시키는 것이 아니라, 마르크스의 문제의식을 현실화, 급진화시켜야 한다. 이렇게 내 속에 철학자는 말하고 있다.


기존의 철학자를 급진적으로 비판하고 그들이 쌓아놓은 세상을 가차없이 무너뜨리는 인물을 라캉은 반(反)철학자라고 말한다. 알랭 바디우는 이러한 라캉의 개념에 동의하면서,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니체, 라캉, 성 바울 그리고 비트겐슈타인을 꼽는다. 그리고 세미나를 통해 이들과 철학적으로 대결한다. 이미 국내에서 성 바울, 니체, 라캉에 대해서는 '문예출판사'와 '새물결'에서 번역서가 나왔다. 

마지막으로 비트겐슈타인이 '사월의 책'에서 번역되어 나왔다. 반철학자들의 문제제기를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철학적 파트너로 삼아 철학을 더욱 강력한 무기로 만드는 알랭 바디우의 철학적 열정과 이를 꾸준히 번역해서 우리에게 선물하는 출판사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오랜만에 하루 종일 시간이 비니,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적기(適期)다. 자, 미루지 말고 천천히 음미하며 이 멋진 책을 읽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