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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 대화 나의 노래 Jul 31. 2023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을 보고

아이와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을 봤다. 월요일 낮이었는데도 관람객이 많아 줄지어 봐야 했다.      


전시회에서 내셔널갤러리에 대한 영상물을 보여주었는데 무척 인상적이었다. 내셔널갤러리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 양쪽 모두가 쉽게 올 수 있는 곳에 세워져 차별없이 누구나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 중에는 작품을 온전히 지키고자 모든 작품을 동굴 수장고로 옮겼는데, 시민들을 위해 하루에 한 점씩 전시를 했다고.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단 하나의 작품을 보기 위해 미술관을 찾았다고 했다.  

    

타이타닉이 침몰할 때도 끝까지 연주를 멈추지 않았던 연주자들이 있었다. 같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비극적이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예술을 통해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희망과 위로를 찾으려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뜨겁게 다가왔다.      


전시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은 램브란트의 <63세 자화상>이다. 그림을 보며 아이에게 저 할아버지 어때 보이냐고 물었더니 생각이 많아 보인다고 했다. 램브란트가 이 그림을 그렸을 때는 파산상태였을 때다. 그의 얼굴은 많은 감정을 담고 있었다.


모든 것을 잃었지만 편안하고 후련해 보이기도 했고, 더 이상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는 듯 깊은 슬픔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담담해 보였다. 도대체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탓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겠다는 자세를 갖고 있는 듯해 그를 더 강하게 보이게 했다.  


존 싱어 사전트의 <와인잔>도 매혹적이었다. 하얀색 천을 씌운 테이블 위로 햇빛 조각이 떨어지고, 은쟁반 위에 와인잔 두 개가 놓여있다. 햇살은 강하지만 습도가 높지않아 바람이 조금 불면 시원해지는 날씨일 것 같았다. 나른해지고 행복지는 그림이었다. 아이도 이 작품을 마음에 들어해 우리는 뮤지엄샵에서 이 그림 엽서를 사왔다.        


전시 마지막 즈음 벽면에는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가 적혀있었다.      


“어제 나는 대성당이 보이는 몇 개의 습작을 그렸어. 그리고 공원이 보이는 습작도 하나 있지. 하지만 나는 대성당보다 사람들의 눈을 그리는 것을 더 좋아한단다. 사람의 눈에는 장엄한 대성당에는 없는 뭔가가 존재하거든. 진정 내 관심을 끄는 것은 거지나 거리의 여자일지라도, 인간의 영혼이란다.”     


이 글을 아이와 얼굴을 가까이하고 한 줄씩 천천히 번갈아 가며 읽었다. 오늘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건 이 순간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셔널갤러리’를 검색하다 <내셔널갤러리> 다큐 영화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시리즈온에서 다운받아 잠자기 전 매일 조금씩 보고 있다. 미술관을 거닐다 스르르 잠이 드니 꽤 근사한 밤이 된다.     


아이는 전시에서 인상주의 설명글에 포함된 모네의 <해돋이:인상> 그림을 유심히 봤다. 이 그림을 꼭 실제로 보고 싶다고 했다. 그 작품은 마르모탕 미술관 소장이었다. 우리에겐 또 파리에 가야하는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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