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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우미 Jun 25. 2023

Atypical : 비전형적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별나도 괜찮아(Atypical> 리뷰 

Atypical : 비전형적인


하이틴 드라마에 자폐 스펙트럼 주인공의 등장이라 

<Atypical(한국 제목 : 별나도 괜찮아)>은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남자 청소년인 ‘샘 가드너’가 주인공인 하이틴 드라마다. 이 드라마를 보게 된 동기는 굉장히 단순하다. 나는 하이틴 로맨스 코미디 드라마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의 우정과 사랑을 주로 다루는 하이틴 작품들은 보통 10대들을 타겟으로 만들어지지만 오히려 세상사에 지쳐 몸과 마음이 힘든 어른들이 보기에 적합한 장르로서 기능할 때가 있다. 하이틴 드라마라고 해서 등장인물들이 겪는 모든 시련이 마법처럼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갈등을 해결하려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주인공이 이전과는 다른 사람으로 성장해나가는 것을 보여주어 마음에 위안이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서양 하이틴 드라마는 주인공들이 자신을 둘러싼 환경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과 “다르다는 것”을 느끼며 시작한다. 주인공들은 보통 다르다는 이유 때문에 곤경에 빠지고 그 “다름”의 문제가 어떤 것인가에 따라 드라마의 결이 달라지게 된다. 


10대들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하이틴”이라고 친다면 <해리포터>의 해리는 마법을 쓰지 못하는 머글들과 살아오며 괴짜 취급을 받고, 하이틴 영화의 대표격인 <퀸카로 살아남는 법>의 케이디는 아프리카에서 살며 홈스쿨링을 받아오다가 평범한 고등학교에 전학오는 바람에 고등학생들끼리의 치열한 서열다툼과 그룹짓기 문화를 몰라 골탕을 먹는다. 남들과 다르다 못해 매일 슬러시 세례를 받는 등 괴롭힘을 당하는 <글리> 시리즈에 나오는 “글리(뮤지컬)”클럽 아이들은 그 정도가 더욱 심각하다.


이렇듯 하이틴 드라마는 그 이유와 정도는 모두 다르지만 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문제를 겪는 청소년들이 사회와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다루는 장르이다. 시대가 변하며 “다름”이라는 카테고리에 전보다 다채로운 것들이 등장하며 하이틴 장르의 다양성 문제를 개선하고 있다. 2010년대에는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에 비만을 가지고 고민하는 여성 청소년이, <스킨스>, <글리> 등에 동성애라는 성적 지향성 때문에 사회와 불화하는 청소년들이 등장했다. 


그런 점에서, 2017년에 자폐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이 하이틴 드라마에 등장하는 것 또한 전혀 어색한 일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조금 늦은 감이 들기도 한다. 드라마 방영시기(2017~2021년)를 기준으로 볼 때 미국 8세 어린이 44명 중 1명은 자폐스펙트럼장애(ASD)를 진단받았기 때문이다. 20명 정도를 한 학급으로 편성한다고 했을 때 2반 걸러 하나에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학생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보면, 자폐 스펙트럼은 그다지 엄청나게 특별하거나 드문 질환도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을 의식이라도 하듯, 드라마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주인공의 남들보다 뛰어난 점이나 뒤처지는 점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폐라는 상태가 있는 청소년과 그 주변인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 묻는다. “‘Atypical(비전형적)’이라는게 뭔데?”     



스펙트럼 상에 놓인 우리들 

10년 전의 한 시점에, 한국에서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유행했었다. “남자는 문제의 해결책을 내놓는데 능하고, 여자는 문제에 공감하는데 능하다”, “남자는 멀티태스킹을 하지 못하지만, 여자는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남자와 여자의 선천적인 다름에 대해 주장하는 책이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기 자신을 남들에게 설명하고 또 자기 관점에서 남들을 해석하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마치 지금 MBTI가 사람을 설명하는 도식으로 유행하듯 이 책 또한 “여자는, 남자는 이래서 그래”라는 일종의 해석 틀을 제시해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남자의 뇌구조와 여자의 뇌구조가 정말 다르게 형성되어 있으며, 그 뇌구조와 어떠한 뇌의 작용 자체가 달라 정반대의 성향을 가지게 하는가? 


최근 연구에 의하면 남녀의 뇌에서 유의미하게 다른 것은 크기이며, 그것마저 비슷할 확률이 48%나 되었다. 설사 한 성별에서 특정 뇌 부위가 더 발달되었다고 해도 그것이 기능의 차이를 나타낸다고 말하기는 힘들며 남녀가 외부의 영향에 따라 수행한 사회적 역할에 따라 발달한 것일 수 있다고 한다. 연구가 말해주듯 남성성과 여성성이라는 것은 사회적으로 형성된 개념이며, 기계 조립처럼 기능적인 일을 더 좋아하고 잘 수행한다든지,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좋아하고 공감에 능하다든지 하는 것은 모두 상대적인 스펙트럼에 놓인 특성일 뿐이다. 

스펙트럼에 놓인 사회적 남성성과 여성성

이러한 스펙트럼 개념을 타인을 이해하는데 사용하면 편리할 때가 많다. 나와 다른 속성을 가진 사람을 바라볼 때, 저 사람이 “이상한”게 아니라 나도 저 사람과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그 모습의 정도가 다를 뿐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이나마 더 편해지기 때문이다. 외향성과 내향성, 통제성과 충동성 같은 것들이 그렇다.     


한국에서는 2022년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가 휩쓸었는데, “우영우”가 나오기 훨씬 전(2017년)에 공개된 이 드라마에는 “우영우”처럼 고기능 자폐 장애를 가지고 있어 특정한 영역에서는 비상한 재능과 암기력을 발휘하지만 사람들과의 사회적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샘 가드너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드라마는 자기 자신을 설명하는 샘의 목소리와 함께 시작한다.

난 별종(weirdo)이에요다들 그렇다고 말하죠.”


샘은 자신을 둘러싼 사회가 자신을 “별종”이라고 칭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껏 실컷 스펙트럼으로 사람을 이해하자고 했는데, 실상 드라마 속 샘은 상담사 앞에서도 자신과 사회를 언어적으로 구분 짓는다. 이는 샘이 사회적으로 ‘전형적’이라고 규정되는 사람들이 별다른 생각 없이 하는 일들을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샘은 사회적 소통, 비언어적 소통 등에 능숙하지 못하다. 


예를 들어, “제가 하지 못할 일들에 대해 생각하곤 해요. 남극에 가는 것과, 여자친구를 만드는 것이요”라고 말하는 샘에게 상담사는 “연애를 하려면 일단 네 자신을 밖으로 내놓아야지.”라고 세상 밖으로 나갈 것을 조언하는데, 샘은 “어디로 나가요?”라고 답한다. 고맥락의 관용적인 표현이나 비유적인 표현을 말뜻 그대로 이해하기 때문에 생긴 상황이다. 그 밖에도 큰 소리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하고, 단어 하나에 꽂히면 하루종일 그것을 생각하다가 맥락없이 단어를 내뱉고, 그  버스 좌석 등받이에 몸이 닿는 것을 싫어하는 등 샘은 일상생활에서의 크고 작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샘이 생각하듯 ‘전형성’의 문제라는 것이 과연 샘만 가지고 있는 문제일까? <Atypical>에서는 샘뿐만 아닌 샘을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일상도 함께 보여주며 모두의 일상에는 조금씩 비전형적인 모습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도 사실 샘과 같이 ‘전형성’과 ‘비전형성’이라는 스펙트럼 위에 놓여있다. 우리 모두는 사회적으로 전형적이라고 평가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우리는 스펙트럼 위에서 변화하고 이동하는 존재이다. 샘이 가진 비전형성, 즉 ‘사회적으로 남들과 원만히 소통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속성’을 누구나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전형성’이라는 것을 ‘상대방과의 적절하고 원만한 의사소통 능력’으로 정의하고, 드라마 속 장면으로 몇 가지 ‘비전형성’의 예를 들어보려 한다.     


비전형성 1: 남의 감정을 읽고 적절하게 반응하기 어려워요

자페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샘은 남의 감정을 읽고 적절히 반응하는 것에 서툴다. 샘이 어렸을 때 샘의 엄마 아빠는 각각의 감정을 나타내는 표정이 그려진 그림 카드를 가지고 샘에게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했다. 부모님의 노력으로 샘은 사람들이 화가 나거나 슬플 때 혹은 기쁠 때 짓는 표정을 학습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드라마는 그런 샘이 연애를 하겠다고 선포하며 시작된다. 샘이 상담사 줄리아에게 자신이 할 수 없을 일로 연애를 말하자 줄리아가 자페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연애를 한다며 정말 하고 싶다면 사람을 만나보기를 권한 것이다. 사실 18살 남고생인 샘은 이성에 관심이 많다. 시끄러워서 학교를 싫어하지만 학교의 좋은 점으로 여자아이들이 많은 점을 꼽기도 한다. 샘이 오늘의 상담 내용을 묻는 엄마에게 연애를 시작해보기로 했다며 말하자 여동생 케이시와 아빠 더그는 그럴 때가 됐다고 생각하지만 엄마 엘사의 생각은 다르다. 엘사는 일상생활에 서툰 부분이 많은 샘을 이제껏 자기 자신이 안전하게 가이드 해왔다고 생각한다. 샘이 특히 약한 부분이 남과의 의사소통인데, 거의 전부가 비언어적 의사소통으로 이루어진 연애를 어떻게 할 수 있겠냐며 반대 입장을 내비친다.


실제로 드라마 1화에서 샘은 연애를 시작하기조차 어려워보인다. 샘은 여느 고등학생들처럼 용돈을 벌기 위해 전자제품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어느날은 샘에게 호감을 보이며 웃음 짓는 여학생이 등장한다. 샘의 친구인 알바생 자히드는 저 여자가 너에게 꼬리를 치고 있다며 샘의 옆구리를 찌르는데 샘은 호감이 가득한 여학생의 얼굴을 보고도 그 뜻을 해석하지 못한다. 답답해진 자히드가 여학생에게 마주 웃어주라고 조언하는데 샘은 웃음을 지으려다가 과하게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만들어서 여학생을 쫓아버린다.        


샘은 그런 자신의 약점을 보완해서 연애에 성공하기 위해 남들의 말이나 행동을 모방하려고 한다. 그런데 웃기게도 샘이 참고하는 “전형적(typical)”인 사람들도 시청자들이 보기에 썩 좋은 예시로 보이지는 않는다. 샘은 온라인에서 “여자 꼬시는 법”이라는 동영상을 참고하는데 그 동영상에 나오는 남자는 여자에게 천박한 모욕을 늘어놓을수록 여자들이 흥분한다고 자신한다. 시청자로서 보기에 “영 아니올시다!”인데 샘은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적는다. 학교에 가서는 지나가는 여자애들에게 “엉덩이가 예쁘다”, “나랑 한번 진하게 놀자”며 성적 농담을 하는 남자애들의 말을 기억해놓기도 한다. 


이런 장면들을 보다보면, 꼭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사람만 이성의 감정을 읽고 적절한 반응을 하는 일에 미숙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것이 이 드라마가 주려고 하는 메시지 중 하나가 아닐까?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샘만 이성과의 의사소통에서 헛발질을 하고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인 신호를 읽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의 정도가 다를 뿐, 샘이 일상에서 마주치는 많은 남자 캐릭터들은 여자와 사귀고 성적 욕망을 해소하고 싶은 자신의 감정만을 앞세우고 그 감정을 받아들이는 상대방의 감정을 해석할 줄을 모른다(해석할 줄은 알아도, 좀처럼 그렇게 하지를 않는다). 그래서 샘이 적어놓은 유튜버의 말은 상담사 줄리아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고, 또 학교 남자애들의 농담은 여자애들의 기분을 나쁘게만 만들게 된다. 


여성의 감정을 읽지 않고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이런 의사소통 방식은 다수의 남성들이 전유하기 때문에 ‘전형성’으로 치부될 뿐, 우리가 앞서 정의한 ‘전형적 의사소통’에서는 비껴나 있지 않은가. 


상대방의 감정을 읽지 않는 남자 인물들만 의사소통에 서툰 것은 아니다. 때로는 상대방의 감정을 추측하거나 의도를 돌려 말하는 고맥락적 언어 표현에 능숙한 사람들도 도리어 그것 때문에 갈등을 빚기도 한다. 


샘이 연애를 하겠다고 선포한 이후부터 전전긍긍하는 엄마 엘사를 데리고 레스토랑 데이트에 나선 아빠 더그는 “아이들은 모두 괜찮으니 걱정 말라”고 하는데 엘사는 당장 “애들이 다 괜찮다고? 어떤 점에서 다 괜찮다고 생각하는데?”하며 반문한다. 이 말을 들은 더그는 “왜 화를 내는데?”하며 엘사의 말 밑에 숨겨진 감정을 끄집어 내와서 대화의 화제로 만든다. 엘사는 “당신이 그렇게 말하는 게 꼭 내가 걱정을 사서 한다는 뜻 같잖아”라고 말하며 역시 더그의 말 밑에 숨겨진 맥락을 읽어내며 불편한 감정을 내비친다. “걱정을 사서 할 때도 있긴 하지”라는 더그의 대답과 함께 시작되는 둘의 언어적 갈등은 둘 사이에 있어서의 근본적인 갈등 원인을 이끌어내며 데이트의 분위기는 험악해지고 만다. 


사람이 의사소통을 하며 아무런 갈등을 하지 않고 살 수는 없지만, 시즌을 지나며 점차 멀어지는 둘의 사이를 고려해봤을 때 더그와 엘사도 서로 감정을 읽고 반응하는 정도에서 그리 성공적인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결국 감정을 읽고 적절한 반응을 하며 의사소통하는 전형성은 스펙트럼 즉, 정도의 차이로 모두에게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거꾸로 생각하면 의사소통에 있어서의 비전형성 또한 정도의 차이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비전형성 2: 자기 자신만 생각해요 

샘은 남과 의사소통을 할 때 자기 자신의 흥미만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남과 대화할 때 남이 관심 없는 주제인 남극의 생물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길게 말해서 상대방이 제풀에 지쳐 떨어지게 하기 십상이다. 그리고 그런 샘을 기쁘게 하기 위해 남이 남극에 대한 이야기나 남극에 관련된 선물을 해도 그것의 비정확성이 보이면 그것을 지적하려고 한다. 


드라마의 1화에서 더그는 엘사와 말다툼하며 샘의 이러한 자기중심적 경향 때문에 상처받은 경험을 이야기한다. 엘사는 더그가 가끔 샘을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아보인다며 비난하는데 더그는 자신이 샘을 사랑하지만 샘과 교감하기 힘들다고 고백한다. 샘의 아홉 번째 생일 때 더그는 샘이 원하는 남극의 이글루를 뒷마당에 지어주기 위해 19시간 동안 얼음을 자르고 쌓고 조립했다. 더그가 원한 것은 그저 샘이 아빠라는 존재를 인식해주고 그를 좋아해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샘은 더그가 만든 이글루가 실제와 다르게 만들어졌고, 얼음이 정확히 쌓아져 있지 않다는 이유로 이글루에 들어가지조차 않았다.


이렇듯 샘의 자기중심적 경향은 주변인에게 상처를 주고 제대로 된 소통을 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런데 자기 자신을 먼저 생각하며 주변인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을 하는 것은 이 드라마에서 샘뿐만이 아니다.


엘사는 더그에게 “지난 18년간 샘과 함께한 건 나야.”라고 말하는데, 그 이유는 샘이 어릴 적에 샘을 견디지 못한 더그가 가족을 떠나 방황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엘사는 더그의 빈 자리를 채우며 어린 샘과 케이시를 돌봐야했다. 더그의 이러한 선택은 타인 즉, 가족이라는 공동체보다 자기 자신의 마음을 먼저 생각했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다. 결과적으로 더그는 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주고 특히 아내인 엘사가 가족을 위해서 자기 자신의 인생을 희생하게 하였다. 이것은 더그와 엘사 사이에 거리감을 가지고 오고 갈등의 궁극적인 원인이 되어 후에 더 큰 가정적 분열을 불러온다. 


심지어 늘 가족을 먼저 생각하며 살아온 엘사조차 어떻게 보면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샘이 연애를 하고 타지로 대학을 가는 등 자기 품에서 독립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자신 없이 샘은 할 수 없을 거라고 확신하며 반대하기 때문이다. 


물론, 더그는 자기 가족에게 용서를 구하며 자신의 관물대에 항상 샘의 사진을 붙여놓고 일을 하는 좋은 아버지이고 엘사는 자신의 여유시간도 없이 두 자식을 뒷바라지하는 좋은 어머니이다. 이 드라마는 어느 관점에서 보면 희생적이고 이상적인 부모라고 할 수 있는 더그와 엘사조차 어느 정도는 자기중심적인 선택을 할 때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샘뿐만 아닌 모든 사람들이 자기중심적과 타인지향적이라는 가치 스펙트럼 위에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나가며 – 샘이 꿈꾸는 남극

샘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남극이다. 남극은 그가 살고있는 도시 속 생활과 달리 사람이 없어 언제나 고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샘은 상담사에게 “모두가 이해하는 말을 혼자서 알아듣지 못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외롭다고(alone) 느껴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더군다나, 샘이 남극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은 펭귄들이 사는 곳이다. 샘이 “내가 절대 하지 못할 일”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꼭 하고 싶은 일도 남극에 가서 펭귄 서식지를 연구하는 일이다. 펭귄 서식지는 남극에서 유일하게 시끄럽고 조용하지 않은 곳이다. 


결국 샘도 정도의 차이는 있되 남들과 같이 살면서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또 소속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Atypical>이라는 드라마는 샘이 남들과 얼마나 다른지, 특별한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폐라는 상태가 있는 남자 고등학생 샘의 일상을 보여주며 여느 하이틴 드라마와 다를 바 없이 연애라는 목표를 이루고 궁극적으로 부모님의 그림자를 벗어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전형적인(typical) 모습이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라는 의문을 던진다. 샘도 그 주변인들도 그랬듯, 우리는 결국 모두 사회가 전제하는 전형성과 비전형성이라는 척도가 쓰여진 스펙트럼 위의 존재들이 아닐까?  


참고문헌

“미국 8세 어린이 44명 중 1명은 자폐아동”, 코메디닷컴. 2021.12.03. 게시, 2023.06.24. 접속, https://url.kr/5f9rhv.  

“‘여자의 뇌, 남자의 뇌’ 따로 없다”, 한겨례. 2020.09.11. 게시, 2023.06.24. 접속,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96173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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