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배우 미래 보여준 ‘미션 임파서블 – 데드 레코닝 PART ONE
지난 7월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이 파업에 들어갔다. 재상영분배금과 기본급 인상,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배우의 권리 보장 등이 배우조합의 주된 요구사항이다.
배우조합이 내세운 요구조건 가운데 AI 확산에 따른 배우 권리보장이 특히 눈에 띤다. 배우조합의 이 같은 요구는 AI가 배우들의 연기를 대체하면서 궁극적으로 배우라는 직업이 사라질 것이란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실제 최근 영화에서 AI는 심심찮게 등장한다.
이 와중에 톰 크루즈 주연의 첩보 액션 활극 <미션 임파서블 : 데드 레코닝, PART ONE>이 개봉했다.
톰 크루즈의 액션 연기는 언제나 명불허전이다. 톰 크루즈는 이제 우리나이로 환갑을 넘겼다. <데드 레코닝>을 보면서 톰 크루즈도 나이 들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그런데도 톰 크루즈는 액션 연기를 소화해 낸다. 오스트리아 알프스 협곡을 모터사이클을 타고 질주하다 질주하는 열차를 향해 점프하는 장면은 ‘톰 크루즈표’ 액션 연기의 정점이다.
이번 <데드 레코닝>은 여러 군데에서 1편을 ‘소환’하는 건 또 다른 볼거리다. 1편에서 자신과 대척점에 섰던 유진 키트리지(헨리 체르니)를 등장시킨 점이 특히 그렇다. 이뿐만 아니다. 이단 헌트(톰 크루즈)가 악당 가브리엘(에사이 모랄레스)과 격돌하는 장면은 고속열차 TGV에서 배신한 팀 리더 짐 펠프스(존 보이트)와 벌이는 격투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데드 레코닝>과 배우 파업은 무슨 상관관계일까? <데드 레코닝>에서 이단은 '엔티티'란 가공할 적과 상대한다.
영화 속 '엔티티'는 군사 기술에 도입한 인공지능이다. 디지털 기반인 '엔티티'는 스스로 학습해 나가면서 아예 정보세계의 최상위 포식자로 성장해 나간다. 흡사 알파고가 바둑의 기보를 학습해 나가면서 바둑 최강자 이세돌 9단을 넘어섰듯이.
'엔티티'의 위력 앞에 IMF 팀도 무기력하다. 늘 뛰어난 해킹 기술로 이단을 기술 지원해왔던 벤지(사이먼 펙)와 루서(빙 레임스)도 엔티티를 당해내지 못하고, 자신들이 사용하던 랩탑 컴퓨터를 내팽개친다. 심지어 엔티티는 벤지의 목소리까지 흉내내서 이단을 막아 세운다. 결국 이단은 엔티티의 계략에 넘어가 일사 파우스트(레베카 퍼거슨)의 죽음도 막지 못한다.
잠시 여성 캐릭터로 방향을 틀고자 한다. 왜 일사 파우스트를 하차시켰는지 제작진이 너무 야속하다. 시리즈 내내 ‘여성’의 역할은 기껏해야 타이틀 롤 이단 헌트의 연인 역할에 그쳤다. 반면 이제껏 등장한 여성 캐릭터 중 가장 매력적이고 개성 강한 캐릭터가 일사 파우스트였다. 그레이스(헤일리 앳웰)가 앞으로 등장할 테지만, 일사에 비해 개성이 떨어져 보여 너무 아쉽다.
‘연기’는 ‘인간 배우’의 영역
다시 AI 이야기로 돌아오면, 톰 크루즈 등 제작진이 배우파업을 예상했을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배우들이 AI로 인해 존립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개봉한 <데드 레코닝, PART ONE>은 앞으로의 미래에 묘한 시사점을 던져 준다.
‘엔티티’가 등장하면서 IMF는 물론 최고의 정보력을 자랑하는 미국 중앙정보부(CIA) 마처 속수무책이다. 급기야 이들은 오프라인 기반으로 대응에 나선다.
사실 톰 크루즈는 <미션 임파서블> 프랜차이즈 뿐만 아니라 <탑건 - 매버릭>, <잭 리처> 등에서 컴퓨터 그래픽(CG)을 엄격히 배제하고 말 그대로 리얼액션만 고집했다.
<반지의 제왕> 혹은 마블 슈퍼히어로 시리즈 등 CG로 '도배'하다시피 한 영화가 대세였음을 감안해 볼 때, 왠지 시대와 잘 맞지 않아 보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톰 크루즈의 액션에선 마블 영화가 보여주지 못하는, 아니 보여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그 무언가란 바로 '인간미'다. 앞서 적었듯 톰 크루즈는 1996년 이후 이번 <데드 레코닝, PART ONE>까지 37년간 <미션 임파서블> 프랜차이즈를 이어오면서 리얼 액션만 고집했다.
1편에선 TGV 열차에서 곡예를 펼치다시피 했고, 3편에선 중국 상하이의 마천루에서 위험천만한 점프를 시도했다. 4편 <고스트 프로토콜>에선 모래바람 한 가운데 뛰어들었고 바로 앞선 시리즈인 6편 <폴 아웃>에선 런던의 고층건물을 휘젓는가 하면 땅 끝과도 같았던 인도-파키스탄 국경 캐슈미르에서 온 몸을 던져 핵공격을 막아냈다.
특히나 <폴 아웃>에서 톰 크루즈가 악당에게서 헬기를 탈취하는 장면은 지금 봐도 아찔하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톰 크루즈 영화를 보다가 마블 영화를 보면 출연 배우가 연기는 정말 하는 건지 의심스럽기만 했다.
아마 AI가 대세로 떠올랐어도 배우는 어디까지나 '인간'의 영역임을 톰 크루즈가 몸소 보여줬다면 과장된 표현일까?
한때 '주제넘게도' 나이도 들고 했으니 톰 크루즈가 더 이상 액션연기는 그만하고 로맨틱 코미디나 드라마로 눈을 돌려줬으면 어떨까 하고 바랐던 적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시리즈 내내 온 몸을 던지는 톰 크루즈의 리얼 액션 연기에 새삼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특히 AI 기술의 성장에 배우들이 존립을 걱정하는 시절이라면 톰 크루즈의 존재는 더욱 빛난다.
톰 크루즈처럼 그래픽을 거부하고, 오로지 아날로그만 고집하는 장인은 또 있다. <오펜하이머>로 관객을 찾아온 명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이다. 언제고 크리스토퍼 놀란과 톰 크루즈가 의기투합할 날이 오는 건 아닐까? 상상만 해도 쫄깃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