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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연 Jan 20. 2024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

이른 새벽, 

희뿌연 빛에 저절로 눈이 떠집니다.

동틀녘은 아직인데, 

미명은 이미 창을 넘었습니다.     


실눈으로 창밖 목련나무를 올려다 봅니다.

굵거나 가느다란 회색빛 수피 위로 

곱절이나 눈이 쌓여있습니다.     


허리를 펴고 앉아 자세를 바로잡습니다.

천지가 눈으로 덮였습니다.

천지가 눈으로 덮이고 있습니다.     


눈 속 사위는 한없이 가라앉습니다.

물소리는 잦아들고,

새들은 처마 어디쯤에 깃털을 숨겼습니다.

타닥타닥 난롯불 장작 타는 소리만이 세상이 멈추지 않았음을 증언합니다.     


別有天地非人間의 산중에서

고립의 희열과 두려움을 기다리며

한가로운 마음으로 아침을 맞습니다.     


〈산중문답(山中問答)〉

                                  이백(당나라)

問余何事栖碧山(문여하사서벽산) 무슨 까닭에 푸른 산에 사냐고 묻는다면

笑而不答心自閑(소이부답심자한) 스스로 한가로울 뿐 말없이 웃어만 보이네

桃花流水杳然去(도화유수묘연거) 복숭아꽃 수놓인 물줄기 아득히 흘러가는 곳

別有天地非人間(별유천지비인간) 인간 세상 아닌 별천지가 예 있구나

* 해석은 풍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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