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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Jun 15. 2021

힘찬 장어 :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힘

INTERVIEW


아르바이트 경험도 없는 운동선수, 맥주 한 잔 따르는 법도 몰랐던 호프집 사장에서 장어 한 마리를 눈 깜짝할 새 손질하는 달인이 되기까지. 힘찬 장어의 사장님은 거듭되는 실패 속에서도 새로운 도전을 향해 계속 발을 디뎠다. 자정 넘은 늦은 시간부터 꼭두새벽 시장, 경기도와 풍천, 가리지 않고 바쁘게 뛰어다닌 사장님은 이제 더 큰 꿈을 꾼다. 첫 가게 문을 닫았을 때 포기했더라면 이런 자리는 없었을 거라 말하는 힘찬 장어의 장준영 사장님. 펄떡이는 장어만큼이나 힘찬 생명력을 지닌 사장님을 만나봤다. 






가게를 열기 전에 어떤 일을 하셨나요?

원래는 골프를 하다가 부모님 권유로 장사를 시작했어요. 처음은 호프집으로 시작했는데, 정확히 1년 반 만에 문을 닫게 되면서 제대로 장사를 배워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그길로 두 달간 이모님이 하시는 곱창집에 가서 일을 배웠습니다. 그 후에 시작한 곱창집은 한 4년 정도 했어요. 장사는 잘됐지만 ‘곱창의 진실’이라고 해서 불량 업체 방송이 나오고 그 영향이 가게까지 와서 또 문을 닫게 됐어요. 장어집은 8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지금은 사촌 누나랑 같이 일하는데, 누나가 반찬, 김치를 직접 다 담그고 저는 장어 손질이나 누나가 하기 힘든 걸 맡고 있어요.     


호프집에서 곱창집 이후 장어집을 하게 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장어를 좋아하기도 했고, 아버지가 ‘방송 영향 안 받는 장어를 해보자.’ 그러셔서 장어를 시작했죠. 처음에는 장어 손질할 줄도 몰라서 아침 다섯 시부터 집화장에 나가 장어 손질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장어값이 비싸니까 하루에 두 마리 정도 연습하라고 주시더라고요. 두 마리만 잡아서는 빨리 배울 수가 없으니 백만 원어치 주세요, 하고 잔뜩 사서 공부했어요. 그때는 하루 팔 양을 잡으면 한 네 시간 걸렸는데 지금은 한 이십 분이면 끝납니다. 이젠 모든 일이 다 그런 것 같아요. 다 생활의 달인이 되는 거죠.     



메뉴 구성에 관해 설명해주세요.

저희는 장어랑 산 꼼장어가 주메뉴에요. 처음에는 장어만 했는데 산 꼼장어가 흔하지 않은 게 경쟁력이 되겠다 했죠. 꼼장어도 공부를 많이 했어요. 유튜브로 꼼장어 손질 영상을 새벽 네 시, 다섯 시까지 보고, 꼼장어를 사러 아침 8시 반까지 시장에 갔었죠. 출근해서도 틈날 때마다 연습했고요. 그렇게 배워서 다른 분들께도 알려드렸어요. 그래서 지금은 제가 홀에서 손님들 응대하고 장어 굽는 동안, 주방에 있는 우리 누나나 직원이 꼼장어를 손질해서 내주시는 구조에요. 또, 여럿이서 오셨을 때 ‘나 장어 못 먹어’ 그러는 분들을 위해 사이드 메뉴로 갈빗살, 곱창 같은 고기도 준비돼 있어요.      


기억에 남는 손님이나 일화가 있으신가요?지금 단골분들 처음 오셨을 때? 가게 처음 오시면 가끔, 가격이나 장어를 보시면서 뭐가 이렇다 저렇다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근데 먹어보면 품질도 좋고 맛도 좋으니까 더 말씀 안 하시죠. 그렇게 단골 된 손님이 되게 많아요. 여기서 10년 넘게 장사하고 있다 보니 가족처럼 친한 분들이 굉장히 많이 생겼어요. 저 결혼한 것도 알고, 결혼할 때 봉투도 주시고, 그리고 저희 애기가 막 돌 지나서 잘 안 나오는데 한 번씩 오면 손님들이 안아도 보고, 예뻐하세요. 우리 직원들 나눠 먹으라고 커피, 꽈배기 사다 주시는 분도 계시는데 가게가 싫으면 그러시진 않잖아요. 손님이랑 저희랑 유대관계가 생기는 거, 그런 게 기억에 남고 감사해요.   

  

가게를 운영하면서 뿌듯한 점은 무엇인가요?

제가 몇 번 망했잖아요. 그러다 보면 점점 의기소침해지고 많이 주눅도 들게 돼 있는데 제 성향상 그러고는 못 살거든요. 더 열심히 버티고 더 잘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처음에는 주변 가게 사장님들도 ‘쟤 저러다 동네에서 사라지겠다.’ 그러셨어요. 그런데 계속 보시기에 아침에 나오면 일하고 있지, 저녁에 그분들 퇴근할 때도 일하지, 꾸준히 노력하니까 알아봐 주시고 지금은 기특히 봐주세요. 요즘 이야기 들어보면 ‘어휴, 준영이 철들어서 장사 열심히 해.’ 그러세요. 다 망해갔던 가게에서 이렇게 올 수 있었던 게 정말 뿌듯하죠.     


사장님의 일과가 궁금합니다.

아침에는 직원들, 누나가 반찬 하면서 점심시간 준비를 먼저 하고요. 저는 아침 열 한 시쯤 나오고 있습니다. 퇴근은 거의 자정 넘어 한 시쯤 하고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시장에 가요. 야채, 쌀 같은 걸 사야 하니까 자정에 경매 끝날 때쯤 직접 갔다가 가게로 물건 가지고 오면 50박스 정도 돼요. 박스 다 정리하고 새벽에 집에 가면 누나가 아침에 출근해서 음식을 해요. 그러다 보니 쉬는 날이 거의 없어서 가족들한테는 굉장히 미안한 것 같아요. 저희 와이프가 혼자서 애를 보는 게 제일 미안하고요. 와이프랑은 단둘이 데이트한 지도 거의 몇 년 된 것 같은데, 시간이 난다면 애기 잠깐 맡기고 좋은 데 가고 싶네요.  

    


사장님만의 원칙이 있다면?

저는 A급이에요. A급 물건, A급 장어, A급 야채. 다른 건 다 필요 없어요. 오직 좋은 물건이 원칙입니다. 저희는 고기 전문점도 아니고 고기는 장어 옆에 사이드 메뉴지만 제일 좋은 등급 고기를 받아 쓰고 있어요. 꽃살도 프라임 등급으로 받고 냉동은 안 쓰죠. 막창도 드셔 보시면 진짜 맛있어요. 전에 곱창집에서 팔던 메뉴예요. 전복도 완도 거고, 더덕도 횡성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받아요. 하나하나 신경써서 파는 음식들이에요. 물건 선별이 정말 중요한 건데, 야채도 그렇고 고기도 그렇고 다 A급, B급, C급이 있어요. 그중에 돈이 덜 남아도 A급만. 물건 사러 갈 때나 주시는 분들께 좋은 거 가져다주세요, 부탁드리죠.  

   


이곳이 어떤 가게로 기억되시길 바라시나요?

좋은 음식을 드리고 있다는 데에 정말 자신 있으니까 그걸 기억하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어떻게 보면 저는 음식 그냥 제공하고, 계산하면 끝나는 거지만 손님들과 그런 딱딱한 관계는 되기 싫어요. 내가 안 남아도, 몸이 힘들어도 좋으니까 이 가게를 친근하게 느끼고 찾아주십사 해요. 손님의 건강을 위해 좋은 음식을 제공하는 업소가 되는 게 제 목표라고 해야 할까요? 바람이죠, 바람. 안 좋은 장어 드시지 말고, 좀 더 맛있는 장어, 좀 더 잘 먹고 잘 자란 장어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힘찬 장어를 찾는 손님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맛있는 음식 드시고 기력 회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음식 드시고 건강하세요.









 서유민

사진 김싱싱

인터뷰 서유민 정유진 천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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