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창동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작은 라멘 가게, 코토코토. 보글보글 국물이 끓는 소리, 재료를 써는 칼끝이 탁탁탁 도마를 두드리는 소리, 지글지글 튀김이 튀겨지는 소리가 맛있게 흘러나온다. 맛있는 소리에 군침을 삼키다 보면 어느새 식탁 위로 푸짐한 한 그릇이 배달된다. 손님들이 배불리 먹었으면 좋겠다는 사장님의 따뜻한 마음 까지 담아낸 푸짐한 한 그릇을 먹다 보면 속은 물론이고 마음까지 든든해진다. 코토코토에 방문한 손님들이 몸도 마음도 든든해질 수 있도록 넉넉한 한 끼를 선사하고 싶다는 최희수 사장님(이하 ‘최’)과 정준희 사장님(이하 ‘정’). 우리는 그들의 마음을 살짝 들여다보고 왔다.
가게를 여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최: 저희는 부부고 둘 다 요리사 출신이에요. 저는 올해로 햇수로만 15년 이상 요리를 했거든요. 요리하면서 호텔에서도 일했고 개인 업장도 많이 돌아다녔어요. 그러면서 여러 가지 요리를 해본 것 같아요. 양식, 중식, 한식, 동남아 음식까지. 그렇게 요리를 하다가 문득, 제 가게를 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던 중에 좋은 스승님을 만나게 됐고 스승님 밑에서 3년 정도 일하다가 이렇게 가게를 열게 됐어요.
스승님과의 스토리가 궁금해요.
최: 스승님 가게는 라멘이랑 덮밥을 파는 가게였고 그때 당시에 노원에 지점이 있었죠. 저는 그 노원점의 직원이었어요. 노원점에서 일하던 중에, 제가 어깨 인대가 끊어져서 일을 좀 쉬게 됐어요. 사실 노원점은 스승님이 직접 운영하시는 매장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그때 스승님께서 그래도 자기가 내준 지점에서 다쳤는데 치료비라도 보태라고 돈을 주신 거예요. 그게 너무 감사했죠.
치료받으면서 일을 쉬는데 스승님이 하고 계신 메뉴가 계속 마음에 끌렸어요. 스승님의 시그니처 메뉴인 냉라멘도 너무 매력적이었고. 실제로 스승님이 냉라멘으로 방송도 많이 출연하셨어요. 그리고 라멘집이라고 라멘만 파는 게 아니라 덮밥도 함께 팔고 계시고. 사실 그렇잖아요. 여러 명이 식사를 하러 가면 누구는 면이 먹고 싶고, 누구는 밥이 먹고 싶고. 스승님 가게는 그들을 다 만족시킬 수 있는 가게였거든요. 그런 점에서 많이 끌렸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깨가 낫고 나서 무작정 스승님을 찾아가서 이야기했어요. ‘저 돈 안 받고 일할 테니까 기술을 알려주세요.’ 스승님도 고민을 하셨죠. 결론은 뭐였냐면, ‘일을 하는데 어떻게 돈을 안 주냐. 돈은 당연히 받아 가고 기술도 알려줄게. 나중에 너 장사할 때 써.’ 그렇게 스승님이랑 일하면서 스승님 메뉴를 배워왔죠.
그럼 코토코토의 추천 메뉴는 뭔가요?
최: 냉라멘이죠. 스승님한테 전수 받아온. (웃음) ‘냉’이면 여름 계절메뉴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그런데 저는 이게 사시사철, 언제나 먹을 수 있는 메뉴라고 생각하고 준비해놓고 있어요. 사실 준비할 재료도 많고 손도 많이 가긴 하는데 어딜 가서 쉽게 먹을 수 있는 게 아닌 시그니처 메뉴니까. 애착이 많이 가죠.
정: 저는 돈코츠라멘이요. 손님들이 돈코츠라멘은 누린내 나지 않나요? 하고 물어보시면 저희는 아니라고, 드셔 보시라고. 그러면 다들 아, 맛있다고. 국물까지 다 드시고. 사실 냉라멘도 그렇고 라멘류를 시키실 때 손님들이 면이라 배가 덜 부를 것 같다고 고민하시는데 저희가 양이 정말 많거든요. 다들 만족하고 가시죠.
최: 사실 스승님이 저한테 그런 말씀을 하신 적도 있어요. 저는 너무 퍼주는 스타일이라 장사를 하면 안 된다고. 왜 그런 말도 있잖아요. 장사는 남겨 먹는 맛이 있어야 한다고. 그런 말을 들으면 전 속으로 생각하죠. 그래서 음식을 남기라는 거야, 돈을 남기라는 거야? 가끔 어머님들이 그러세요. 뭐 이렇게 무식하게 많이 주냐고. (하하) 그런 얘기를 제일 많이 들었어요. 그럴 때 좀 기쁜 거 같아요.
정: (하하) 저희는 그냥 손님들이 저희 가게를 나갈 때 몸도 마음도 든든해져서 나가셨으면 좋겠어요.
최: 아유. 많이 드리는 건 자신 있는데 적게는 못 드려요. 그게 단점이야.
사장님의 그런 따뜻한 마음이 가게에서 묻어나는 것 같아요. 가게 이름에서도 따뜻함이 느껴지고요.
최: 가게 이름은 저희 와이프 작품이에요. 이름 때문에 한 달 정도는 고민한 것 같아요. 저희가 아들 둘의 엄마 아빠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조금 정감 있게 ‘아빠’에 포인트를 잡고 이름을 지었는데 영 마음에 드는 게 없더라고요. 그러다가 나온 게 ‘코토코토’. 코토코토가 보글보글이라는 뜻인데요. 음식을 보글보글 끓여서 손님에게 간다. 그런 뜻으로 코토코토라고 지었어요.
정: 저는 가게를 따뜻한 분위기로 만들고 싶었어요. 뭘 할까 하다가 보글보글? 좀 게임도 연상되고. 그래서 이름이 보글보글이 됐죠. 저는 손님들이 저희 가게에서 따뜻한 기운을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한 그릇 먹어도 든든하게, 그런 따스함들. 그래서 최대한, 삭막하지만 귀여운 수세미도 얹어놓고 있어요. 문어, 계란 후라이, 돼지 뭐 이런 모양의 수세미들. (웃음)
수세미는 직접 만드신 거예요?
정: 아뇨, 아뇨. 기성품이에요. 제가 수세미를 보면 되게 반짝반짝하면서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렇다고 뭐 블링블링한 걸 좋아하지는 않는데. 뭔가 엄마의 마음이 느껴져서 (하하)
최: 이제는 그만 샀으면…. 어떤 손님은 우리 매장 수세미 집인 줄 알아. 그만 사도 돼. 쓰기라도 하면 모르겠는데 쓰지도 못하고….
정: 쓸 수는 있는데 아니 저런 걸 어떻게 써요, 아까워서.
최: 그만 사자 이제.
정: 새우튀김을 사야….
가게를 운영하면서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최: 뿌듯한 건, 오픈 초창기 때 오신 분들이 지금까지도 오실 때? 특히 연령대가 좀 있으신 분들이 자주 찾아오실 때.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이런 음식이 좀 낯설잖아요. 그런데도 자주 찾아주시면 감사하고 뿌듯하죠.
사실 작년에 좀, 힘들었거든요. 일본 불매운동 때. 일본 음식을 팔긴 하지만 일본하고 뭐 관계되어 있고 그런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도 작년에 사건, 사고가 많았어요. 그래서 좀 고민도 많이 하고 힘들어했는데 단골손님들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었어요. 사장님 힘드실 텐데 그래도 힘내시라고. 그런 말씀 한마디가 저희한테는 너무 감사하고 버틸 수 있게 하는 힘이었던 것 같아요.
그럼 사장님은 코토코토를 어떤 가게로 만들고 싶으신가요?
최: 저희 가게를 ‘사람 냄새 나는 가게’로 만들고 싶어요. 매장을 작게 운영하더라도 사람이 인정받을 수 있는 매장으로, 편견 없이. 저희 오전에 일하시는 분이 아이 엄마예요. 그런데 어디서 일을 하고 싶어도 아이 엄마라는 이유 하나로, 아이가 어리다는 이유 하나로 면접조차 못 보는 일이 많았대요. 비단 아이 엄마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다양한 편견 때문에 자신의 꿈을 못 이루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 분들을 먼저 돕고 싶어요.
조금 다른 얘기일 수도 있는데 요즘 키오스크를 설치하는 매장이 많이 있어요.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은 데 단점은, 어르신들은 사용이 어렵다는 거. 그리고 가게가 적막해요. 가게에 사람이라는 게 없는 것 같고, 정말 밥만 먹고 가는 느낌. 저는 코토코토를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가게’로 만들고 싶어요. 각박하고 힘들어도, 서로 대화하고 든든하게 한 그릇 먹고. 그런 사람 냄새가 나는 가게, 그게 제 바람인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코토코토를 찾는 손님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최: 부족하시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부담 없이. 그리고 항상 찾아주셔서 감사하고 저희 가게랑 음식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 저도 비슷한데, 찾아와 주셔서 감사하고 저희가 어떤 실수를 혹여나 했다면 죄송하고 앞으로 더 열심히, 티 안 내고 정성 들여서 만들겠습니다. 머리 쓰지 않고.
인터뷰 정유진 천예원 황경진
글 정유진
사진 김싱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