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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Nov 16. 2020

화통 소금구이 : 최고의 고기를 찾아 떠나는 여정

FACTION

   

“야, 그래서 그 고깃집이 어디에 있다고?”

 “창동역.”

 “뭐야. 거기 너희 집 근처잖아. 너 솔직히 말해. 그냥 너희 동네라 데려가는 거지?”

 “아냐. 여기 진짜 맛집이라고.”


명윤의 추궁에 경선이 핸드폰 화면을 내밀었다. ‘화통 소금구이’. 가게 이름이 익숙한 듯 낯설었다. 명윤은 화면을 넘기며 고기 사진을 꼼꼼히 살펴봤다. 손질 중인 생고기부터 불판에서 익어가는 고기까지. 사진으로만 봐도 고기 질이 괜찮아 보였다. 침을 꼴깍 삼킨 명윤이 경선에게 핸드폰을 돌려줬다. 새로운 고기 맛집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명윤은 가슴이 뛰었다.      

  



고기 원정대. 그게 명윤과 경선이 만든 모임의 이름이었다. 모임원이라고는 딱 둘 뿐이었지만. 너네 뭐 고깃집 차릴 거야? 맛있는 고기가 있다면 장소 불문 달려가는 둘을 보며 주변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를 던졌고 둘은 그 농담을 제법 진지하게 받았다. 응. 진지하게 고민 중이야. 물론 그 대답의 반만 진담이고 반은 농담이었지만. 주변에서 뭐라 하든 두 사람은 열심히 전국을 돌아다니며 맛있는 고깃집을 수집했다. 그렇게 계속해온 이 모임이 벌써 몇 년째더라. 매스컴을 탄 유명 고깃집은 거의 다 돌아다녀 본 두 사람이 매너리즘에 빠져 있을 때, 경선이 숨어있는 맛집이라며 새 고깃집으로 명윤을 데려왔다.      


 

화통 소금구이     


붉게 타이핑된 화통 두 글자가 명윤의 시선을 끌었다. 문을 열자 입구 바로 옆에서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이 생고기를 직접 손질하고 계셨다. 어서 오세요, 편하신 자리에 앉으세요. 우렁찬 인사를 들으며 명윤은 고기를 손질 중인 사장님을 힐끗 쳐다봤다. 칼을 다루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전문적으로 배우셨나? 시선을 떼지 못한 채 명윤이 경선을 따라 자리에 앉았다. 오픈 시간에 맞춰 온 덕에 가게에 손님은 명윤과 경선, 둘뿐이었다.     



 “주문하시겠어요?”

 “여기 뭐가 맛있어요?”


고기 손질을 마무리하고 주문을 받으러 온 사장님을 향해 경선이 물었다.


 아무래도 제일 추천할 고기는 소금구이죠목살다른 고기도 맛있긴 한데 우리는 목살 전문점이에요아까 손질하고 있던 것도 목살이었고.”

 “들어오면서 사장님 고기 손질하시는 거 봤는데 고기 질도 엄청 좋아 보이고, 전문가 느낌이던데 따로 배우신 거예요?”


경선의 넉살에 사장님이 사람 좋게 웃으며 대답했다.


 고깃집 열기 전에 한 2~3년 동안 고기에 대해 집중적으로 배웠어요도축장에서 일하면서 발골정형도 하고아무래도 고깃집 하려면 고기를 고를 때 고기의 질이 좋은지 나쁜지 분별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그걸 좀 배워보려고우리는 고기도 직접 눈으로 보고 판별해서 좋은 것만 가져옵니다나쁜 건 반품시켜버리구요.”

 “와, 사장님 진짜 전문가셨네요? 그럼 저희 소금구이 2인분이랑 항정살 1인분, 가브리살 1인분 이렇게 주세요.”


사장님과 경선의 대화를 들으며 묵묵히 수저를 놓던 명윤을 향해 경선이 소곤거렸다. 야, 제대로 찾아온 거 같지? 명윤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나쁘지 않네.      




불판 위에 올라간 고기가 치이익, 하고 먹음직스러운 소리를 냈다. 불판 한쪽에서는 전복이 노릇하게 익어가고 있었다. 명윤은 저도 모르게 꼴깍 침을 삼켰다. 딱 먹기 좋은 크기로 잘린 고기를 몇 번 뒤집고 난 뒤, 명윤과 경선은 동시에 젓가락을 들었다. 먹자. 고기를 향해 손을 뻗는 두 사람의 표정이 제법 비장했다. 고기를 입에 넣고 한 번, 두 번, 세 번…명윤과 경선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눈을 마주쳤다.


 “야, 이거 뭐야. 왤케 맛있어?”

 “그러게. 미쳤다. 진짜 맛있네.” 


노릇하게 구워진 목살의 겉은 먹기 좋게 바삭했고 속은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고기를 한입에 넣고 씹으면 제일 먼저 적당한 육즙이 느껴졌고 다음은 목살 겉면의 바삭함, 마지막으로는 촉촉하고 풍부한 살코기의 맛이 느껴졌다. 소금만 찍어 고기 그대로의 맛을 충분히 느낀 명윤이 상추쌈을 싸기 시작했다. 상추 위에 깻잎 한 장, 잘 구워진 양파에 마늘, 제일 위에 큰 고기 한 점, 쌈장까지. 경선은 밑반찬으로 나온 명이나물 위에 고기 한 점을 올려 입으로 넣었다. 


 “항정살이랑 가브리살도 올릴까?”

 “당연하지. 고기 끊기면 안 돼. 얼른 올려.”


항정살이 익어가는 동안, 명윤은 전복에 손을 뻗었다. 고기를 시키면 서비스로 나오는 전복이라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활전복이 불판 위에 올라가는 걸 본 순간 명윤은 전복이 익기만을 기다렸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전복을 초고추장에 살짝 찍어 입에 넣는 순간 익숙한 바다 냄새가 입속을 감쌌다. 눈앞에 파도가 넘실거리는 기분이었다. 전복 뭐야. 분위기 완전 완도. 명윤을 따라 전복을 입에 넣은 경선이 호들갑을 떨었다. 


 “맛 괜찮으세요?”


두 사람이 불판 위에 올린 고기를 구워주러 온 사장님이 물었다. 사장님의 물음에 경선이 엄지를 추켜올렸다. 


 “너무 맛있어요. 아니 어떻게 서비스로 주시는 전복까지 맛있어요?”

 우리는 전복도 좋은 걸 써요처음에 손님들한테 임팩트를 주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이왕 손님들한테 서비스로 드리는 거 좋은 걸 드리자 해서비싸고 좋은 걸 쓰거든요그래서 전복도 싱싱하고 맛있죠.”

 “사장님, 근데 여기서 가게 하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 여기서는 5년차다른 지역에서 똑같은 상호로 고깃집 하다가 여기로 왔죠그래서 전에 하던 고깃집에서 소개팅하고 커플 된 단골손님이 나중에 결혼하고 애기랑 같이 여기로 찾아온 적도 있었어요알고 온 건 아니고 간판이 똑같아서 우연히 온 건데단골이었어서 서로 알아본.”

 “헐. 너무 신기한데요? 그럴 때 진짜 뿌듯하시겠어요.”

 그렇죠아무래도 맛있게 먹고 계속 오셔주시는 거니까근데 장사하면서 뿌듯할 때가 또 있긴 합니다제가 고깃집만 20년 차거든요그래서 이거 하면서 고깃집 초보자분들을 컨설팅조언그런 걸 무료로 해드리고 있어요장사 시스템도 잡아 드리고음식 맛도 중요하니까 레시피도 봐 드리고그런 걸 많이 해드렸는데 그분들이 장사 잘돼서 박카스 한 박스이런 거 사 와서 고맙다고 하실 때그럴 때 많이 뿌듯합니다.”

“사장님 진짜 멋있으신 것 같아요.”


경선의 말에 사장님이 화통하게 웃었다. 하하, 너무 떠들었네. 고기 다 익었으니까 얼른 먹어요. 고기 한 점씩을 명윤과 경선의 앞 접시에 놔준 사장님이 카운터 쪽으로 돌아갔다. 존경의 눈빛으로 사장님을 보던 명윤이 앞 접시에 놓인 항정살을 입에 넣었다. 


 “야. 우리 고깃집 할래? 사장님한테 체인 내달라고 하자.”

 “뭐? 와. 근데 이것도 진짜 맛있다.”


별말도 없이 고기 절반을 다 먹었을 때쯤, 명윤이 카운터를 정리하던 사장님에게 명함 한 장을 받아왔다. 장진국 사장님. 사장님의 이름을 뚫어져라 보는 명윤을 향해 경선이 의아한 듯 물었다.


 “너 진짜 고깃집 할 거야? 진심이었어?”

 “사장님. 여기 소금구이 1인분 추가요!”

 “야. 뭐야. 진심이냐고.”


경선의 추궁에 명윤은 대답 대신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여기 고기 진짜 맛있네. 다음에 또 오자. 하는 말을 덧붙이며. 




인터뷰 정유진 천예원

 정유진

사진 김싱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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