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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Jan 25. 2021

두끼 창동역점 : 할머니와 엄마와 나의 떡볶이집

DIARY



 할머니와 엄마와 나의 떡볶이 집
#두끼 창동역점



#우리의 떡볶이 일기

1970.09.27 

집 앞에 떡볶이집이 생겼다. 떡볶이는 신당동에서 한 번,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집 앞에 생겼다니 마음이 들떴다. 마침 여고 동창 은옥이와 만날 일이 있어, 둘이 가보았는데 신당동에서 먹었던 것과 제법 맛이 비슷했다. 은옥이는 부모님 소개로 만난 남자와 별일이 없으면 곧 결혼을 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은옥이가 결혼해도 자주 만나 맛있는 걸 먹으러 다니자며 내 손을 꼭 잡았다. 조금 눈물이 났지만, 떡볶이가 맵다는 핑계를 대며 잘 넘어갔다. 아무쪼록 은옥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1992.11.12

오늘 야자 땡땡이치고 학교 앞 분식집에서 민주랑 떡볶이 먹다가 학주한테 딱 걸렸다 T.T.. 근데 갑자기 민주가 선생님.. 죄송해요.. 학업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잠깐 바람 좀 쐬고 싶었어요.. 하면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나도 당황하고 학주도 당황했는데 민주가 학주 안 보이게 내 발을 툭툭 쳐서 그게 다 연기인 걸 알았다. 아무래도 민주는 탈랜트를 해야 할 듯. 결국 학주도 이것만 다 먹고 들어오라고 하고 갔고 우린 킬킬거리면서 떡볶이를 마저 먹었다. 


2020. 2.28

오늘도 창동역 두끼 떡볶이를 갔다. 지난주에도 애들하고 갔는데 이번 주에 또 갔다. 오기 며칠 전부터 애들한테 제발 떡볶이 또 먹으러 가자고 하도 징징거려서 애들이 너 뭐 여기 사장님 딸이냐고 질색했다. 근데 존맛인 걸 어떡하라구;_; 사실 내가 떡볶이를 엄청 좋아하는 편이긴 하당. 엄마 말로는 나 세 살 때 매운 떡볶이를 씻지도 않고 먹어서 신기했다던데ㅋㅋ 아 다음 주에 두끼 엄마랑 할머니 데리고 또 가야겠다. 애들한테 3주 연속으로 가자고 하기에는 쫌 눈치 보이기도 하궁ㅎ.. 오늘 보니까 삼대가 오면 퐁듀 치즈도 준다던데 완전 설렌다. 떡볶이 넘 조앙. 


"엄마. 할머니랑 떡볶이 먹으러 갈래?"
"갑자기 무슨 떡볶이?"
"그냥. 할머니도 엄마도 떡볶이 좋아하잖아."
"그래 가자. 어디로?"
"두끼 떡볶이."



@ 두끼 창동역점 

#넓고 쾌적한 공간 #항상 신선한 재료들 #언제 가도 따뜻하고 바삭한 튀김

# EVENT

1. 매일 첫 손님에게 퐁듀 치즈 서비스 제공

2. 단체고객 기념사진 촬영 및 사진 제공

3. 삼대(三代)가 함께 오면 퐁듀 치즈 서비스 제공


두끼 창동역점 대표 최창남(aka 이벤트 왕)

"이건 창동역점에서만 열리는 이벤트예요. 다 제가 손님들을 관찰하다가 필요할 것 같아서 만들었어요. 가게에 가족 손님이 많이 와요. 할머니, 할아버지하고 같이 오는 경우도 많은데 그분들은 생각보다 떡을 많이 못 드시거든요. 그런데 여기는 무조건 가격이 정해져 있어서 그 돈이 아깝다고 생각하실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뭐라도 해드려야겠다, 하다가 서비스를 드리게 됐죠. 그러면 부모님들이 애들한테 너희 이거 할머니 덕분에 먹는 거야, 이렇게 설명해주고 애들은 할머니 감사합니다, 하고 이게 다 추억이 되는 거잖아요. 단체 손님 기념사진도 마찬가지고. 저는 이렇게 손님들이 여기에서 많은 추억을 쌓고 갔으면 좋겠어요.


@소스 레시피

#할머니 pick : 40년 전 은옥이와 먹던 그 맛

짜장 1 + 두끼 2 + 동대문 1/2

처음에는 짜장의 달콤한 맛이, 다음에는 매콤한 맛이 입안을 감싼다. 40여 년 전, 은옥이와 먹던 바로 그 맛이라며 할머니가 좋아한 추억의 소스 조합.


#엄마 pick : 튜닝의 끝은 순정

두끼 1 + 떡모 2

떡볶이를 너무 좋아해 다양한 종류의 떡볶이를 먹어봤는데, 결국은 기본에 충실한 맛으로 돌아왔다는 엄마. 그런 엄마를 만족시키는 오리지널 떡볶이의 맛.


#나의 pick : 인싸 조합 로제 크림

두끼 1 + 크림 2

느끼한 것도, 매콤한 것도 좋아하는 나의 최애 조합. 느끼한가? 싶으면 매콤하고 매운가? 싶으면 부드럽다. 인싸들이 즐겨 찾는 조합이라던데 그런 건 모르겠고 걍 맛있다.


두끼 창동역점 대표 최창남(aka 이벤트 왕)

제가 추천하고 싶은 건 두끼 1, 떡모 1의 조합이에요. 무난하면서도 질리지 않는 맛이거든요. 어떤 재료를 넣어도 실패하지 않고 아 떡볶이다! 하는 맛. 처음에는 매콤하고 나중에는 땡기는 그런 맛입니다. 손님들이 요즘 많이 찾으시는 조합은 로제 떡볶이 조합인 것 같아요. 크림소스 2에 동대문 소스 1/3 이렇게. 처음에는 크림소스만 먹으면 실패하는 경우가 있는데 로제로 드시면 매운맛이 숨어 있어서 좋아하더라고요. 오시자마자 로제로 바로 드시는 분은.. 아유, 그분은 프로야!

아, 그리고 다들 떡볶이에 열중하셔서 놓치는 경우가 많은데 볶음밥 꼭 해 드시길 강추합니다. 배불러서 못 드시는 분들도 많은데 볶음밥은 또 다른 맛이 있거든요. 볶음밥 레시피요? 떡볶이 국물, 주걱 좀 넓은 거 그거 한 큰 술 정도에다가 다진 김치, 참기름, 옥수수콘, 김가루 넣고 3단에다 볶으면 하자 없습니다. 매운 거 좋아하시면 두끼 소스 조금만 더 넣으셔도 되고. 그렇게 먹으면 제일 맛있어요. 




#오늘의 일기

2020.3.21

오늘 딸과 손녀딸과 함께 즉석 떡볶이집에서 외식했다. 떡볶이를 가게에서 사 먹은 게 참 오래전 일이었는데 이렇게 딸애와 손녀 딸애와 함께 먹으니 기분이 퍽 요상했다. 떡볶이를 쏘스까지 직접 섞어서 먹는 가게였는데 딸애가 해준 떡볶이가 40년 전 은옥이와 자주 드나들었던 집 앞 떡볶이 맛과 비슷해서 괜히 콧잔등이 시려웠다. 내일은 오랜만에 은옥이에게 전화를 걸어봐야겠다.


2020.3.21

웬일로 사춘기 딸내미가 먼저 외식을 하자고 해서, 엄마까지 모시고 다 함께 두끼에서 외식을 했다. 꼭 할머니까지 가야 한다고 성화길래 왜 그러나, 했더니 3대가 오면 치즈를 공짜로 주는 이벤트 중이었다. 귀여운 것. 새삼 떡볶이 좋아하는 것도 유전인가 싶다. 학교 다닐 때 나도 학교 앞 떡볶이집 문턱이 닳도록 먹으러 다녔는데, 배도 부르고 식구들하고 얘기도 많이 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2020. 3.21

엄마랑 할머니 덕분에 드디어 퐁듀 치즈를 먹어봤다! 애들하고 올 때는 한 번도 추가 못했는데ㅠㅠ 역시 치즈는 언제나 옳다. 그리고 다른 것보다 엄마랑 할머니가 너무 맛있게 먹어서 내가 다 뿌듯했다. 가끔 엄마랑 할머니 데리고 와야지. 나 이렇게 철드나?ㅋㅋㅋㅋ여튼 사장님한테 여기 단골이라고 주접떨었더니 사장님이 내가 나중에 나이 들어서 결혼을 하고 애기를 데리고도 놀러 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셔서 마음이 좀 말랑말랑해졌다. 그러니까 오늘의 결론: 떡볶이는 항상 옳다!




글 정유진

구성 정유진 천예원

그림·편집 성북 신나 바다

사진 김싱싱

인터뷰 정유진 천예원


*해당 원고는 2020년 9월을 기준으로 작성된 내용으로 이벤트, 메뉴 등에 변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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