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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Nov 15. 2023

퇴고 후 저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퇴고한 지 어느덧 2개월이 지났다. 

처음 목차를 쓰기 시작한 게 입김이 불어 나오는 작년 12월이었는데, 

정신없이 책 한 권 분량의 글을 쓰다 보니 어느덧 계절 한 바퀴가 돌고 다시 입김이 하얗게 나는 계절로 돌아왔다.

책을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시간이 더디게 간다. 글을 쓰는 시간도 많이 들어갔고 책 만드는 과정은 좀 빠르겠지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내 마음만 빠르게 달리고 있는 기분이다. 퇴고를 막 마쳤을 때는 “아 이제 드디어 내 책이 나오는구나!” 

만세를 외치고 덩실덩실 춤을 췄지만, 현실은 출판사의 스케줄이 있었고, 

게다가 출판계 쪽이 12월이랑 1월이 비수기라 책 내는 시점을 고민하고 있다는 대표님의 말에 아쉽지만, 

수긍이 돼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나도 여전히 책에 들어갈 삽화를 계속 그리고 있다. 삽화가 많이 들어갈수록 좋다는 말에 욕심을 내서 에피소드 하나당 1~2개씩 삽화를 그려보겠다고 했다.

삽화를 그리면서 왜 그런 말을 했는지 후회했다. 삽화를 그리는 게 생각보다 긴장돼서인지

쉽게 쓱쓱 그리지 못했기 때문에. 이미 내 마음은 저만치 가 있지만 손이 따라가지를 못한다. 출판사는 천천히 그려도 된다고 나를 안심시켰지만, 왠지 얼른 훌훌 털어버리게 책을 얼른 내고 다른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었다. 이 책에 대해 아직 마침표를 찍지 못하니 마음에 어느 하나가 턱 막힌 것 같아 좀처럼 다른 거를 산뜻하게 시작 못 하는 기분이라 찜찜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찝찝한 마음을 가진 채 나는 다른 일을 또 시작해야만 했다. 그래야

그나마 불안했던 마음과 기다리는 마음을 잠재울 수 있기 때문에.

유튜브 채널 신동엽이 나오는 짠한 형에 개그맨 정호철이 채널 고정으로 나오게 되었다. 정호철은 나름 큰 기회이기도 했고, 짠한 형에 나오면서 많은 기대를 했었을 것 같다. 나 같아도 그런 기회가 생긴다면 엄청나게 흥분하고 기대를 많이 했을 것이다. 그런데 신동엽과 정호철이 같이 술자리를 가지면서 신동엽이 정호철에게 이런 말을 했다.

“제작진이 디렉션도 잘해주고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마”

네가 몰빵 할까 봐 너무 겁이 난다며 말이다. 그 영상을 보면서 나도 내 마음을 꽝하고 맞은 기분이었다. 그래 분명 큰 기회인 것 맡지만 여기에 너무 기대하면 내가 무너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나도 절로 들었다. 


나도 사실 첫 책이다 보니 내심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책이 나오면 내 상황이 조금은 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말이다.

근데 이렇게 큰 기대를 하고 여기에만 의존하다 보면 나중에 큰 변화가 없으면 나는 많이 좌절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음을 가다듬고 책은 내가 하는 큰 프로젝트 중 하나다. 큰 기둥 하나만 세우는 게 아니라 여러 기둥을 세워야 내가 무너지지 않을 거라고 하고 마음을 다스렸다. (잘 다스려지지는 않지만)


막상 마감이 없으니, 글이 잘 안 써지기는 한다. 계속 머릿속에서만 이걸 써볼까? 저걸 써볼까? 맴돌기만 할 뿐 아웃풋이 잘되지 않고 있기는 하다.

깨작깨작 앞으로 써야 할 이야기들의 부스러기들을 조금씩 만들고 있을 뿐이다.

10개월을 주구장창 불태웠으니 당연한 건가? 싶지만 또 다른 전문 작가님들을 보면 하염없이

글을 쓰고 있는 것 같아, 내가 엄살쟁이가 된 기분이다.

그래서 그 부스러기를 조각으로 만들기 위해서 소설 학원을 등록했다.


사실 내 이야기보다는 창작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게 나의 원대한 꿈이었다. 그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연습을 삼아 내 이야기로 시작했던 것뿐인데, 

생각보다 일이 잘돼서 이렇게 오래 내 이야기를 잡고 있었다.


창작 이야기를 만드는 건 여전히 아직도 어렵게 느껴지고, 섣불리 쓰지를 못하고 있다.

이번 소설학원에서 만큼은 꼭 창작 이야기를 만들고 맺음을 할 수 있기를 나는 또

기대하고 있다. 글을 쓰다 보니 나는 여전히 이 길을 계속해서 걸어 나가고 있구나 싶다.

글을 쓰면서 책을 만드는 과정에 있으면서 느낀 건 이 세계는 시간이 조금 느리게 흐르고 있는 것 같다. 회사에서 일할 때는 마감이 빠르고 일이 정말 2~3일 안에 쑥쑥 끝내기 때문에

더욱이 내가 이 더디게 가는 시간을 못 견뎌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내가 천천히 가고 있는 건가? 하고 헷갈리기도 하고 말이다.

퇴고 후에도 여전히 나는 다른 기둥을 세우고 있고, 큰 기둥도 더 솟아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목차만 쓸 때만 해도 이 책 한 권 분량을 어떻게 쓰지? 두려워했던 작년의 나.

결국 다 쓰고 또 책이 언제 나올까 기다리며, 다른 기둥을 세우고 있는 현재의 나


내년의 입김이 불어오는 계절이 다가오면 나는 또 어떻게 하고 있을지 궁금해지기는 했다.

이 천천히 가는 시간에 익숙해졌기를 조금은 바라본다.

아니면 내가 조금 빨리 걸었으면 하는 마음도 살짝 기대해 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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