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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Mar 03. 2024

브런치 = 인스타.

뒤늦게 알아차린 깨달음.

브런치 연재북을 끝내놓고 혼자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한 사람처럼 며칠을 푹 쉬었다. 사실 무지 아팠다. 감기 끝물에 항생제를 잘못 처방받아 설사에, 입술 주댕이는 방팅이 처럼 터져 쓰라렸다. 음식물을 잘 섭취도 못했다. 편두통이 다시 슬금슬금 기어 나와 구토 증상에 속이 메쓱거린다. 입덧 같은 입덧을 달고 살았다. 내과 가서 또다시 주사를 맞고 약을 받았다. 주사만 10대 이상 맞은 2월 한 달이다. 궁둥이가 남아나질 않겠어. 제기랄!! 욕부터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아직도 편두통은 진행 중인데 아무래도 최근에 바뀐 호르몬제 때문인 듯하다. 다시 산부인과를 가야 할 것 만 같다. 귀찮다. 뭔 놈의 하루살이 인생이 이리 구질구질한지. 잘못된 항생제 투여로 몸의 균형이 무저졌는지 다시 발에 냉기가 돈다.  


이쁜 말을 해야 한다지만 종종 욕을 즐겨한다. 노트북 앞에 앉아 이리 글 쓰는 재미를 못 느끼는 요즘 아프다는 핑계로 집안을 뒹굴 뒹굴 하며 인스타계정을 다시 열었다.


인스타 계정 삭제만 벌써 4번째. 매번 계정을 새로 열 때마다 이걸 도대체 사람들이 왜 하는지 도통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이번엔 책, 북스타그램을 열었다. 밀리에서 읽은 책, 도서관에서 읽은 책들을 그냥 두서없이 올리기 시작했다. 나의 생각도 거침없이 표현했다. 아주 건방진 행동이었다. 반성했다. 나의 생각과 관점으로 작정한 글이 읽는 이들에게 칼이 되어 상처를 줄수도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나의 이런 고해성사를 읽고 어떤 분이 인스타에 댓글을 달아 주었다. 나의 글에 공감을 표현해 주었다. 그분 역시 진작에 그러해서 책에 좋은 내용만 발췌해서 작성한다고 했다. 그분 인스타를 둘러보았다. 매번 보지도 읽지도 않고 하트만 미친 듯이 누르다 두 눈을 부릅뜨고 이 사람이 누군지 알기 위해 그분이 올린 책과 글을 읽었다.


아! 인스타도 이렇게 운영을 할 수 있구나. 매력 있네?


대충 되는 대로 올린 나의 사진과 비교가 되었다. 그분을 따라 할까 생각 중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좋아하는 작가 문체를 따라 하며 공부했다 했다. 인스타도 마찬가지 인듯하다.


그 진솔된 댓글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브런치에서 작가님들과 댓글로 교류를 하면서 느꼈던 감정을 인스타 계정 4번 삭제 후 5번 만에 처음으로 느껴보았다. 인스타 팔로워들과도 이런 소통이 되는구나를 처음 경험했다.


단지 내가 매우 싫어하는 쪽지와 댓글은 인사멘트로 일괄적으로 작성한 뒤 자기를 꼭 팔로워 구독을 부탁하는 메시지다. 최근 브런치 나의글 밑에 그 댓글을 보았다. 첨엔 댓글이 너무 길어 무슨 이야기인지 한참을 쭉 쭉 설레는 마음으로 읽었다. 아...불편했다. 그분 나름대로 전략일 수도 있겠지만 나 같은 자유로운 영혼한테는 꽤 불편했다. 심지어 인스타에서도 나에게 또 메세지를 보냈다. 뜨아....


인스타에서 수십 통을 받던 구독 멘트를 브런치에서 받았고 실망스러웠다. 브런치가 점점 소셜미디어, 홍보, 구독자, 라이킷 수, 조회수 또는 인스타 홍보용으로 사용된다. 나도 사용해 보았다.


그리고 최근 드는 생각은

아 브런치에 작성한 아주 사적이고 개인적인 글을 다 삭제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아주 강하게 들었다. 어쩌면 나 스스로 그동안 착각한 듯했다. 그렇다고 브런치라는 공간이 싫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여전히 좋아한다. 내가 너무 경솔하게 나의 모든 이야기를 이곳에 다 탈탈 털어놓은 게 아닌 가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선택이었다. 잘못된 선택. 이곳도 블로그인데 말이다... 참 어리석은 행동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어차피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이지만 그렇다고 나의 모든 개인적인 사생활을 다 까놓고 보여 주고 싶지는 않다. 브런치에 구체적으로 상세히 적은 가족 관계 그리고 나에 대한 글들을 찾아서 조만간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다.


조심해서 글을 써야겠다. 마음대로, 마음 가는 대로 글은 일기장에다 써야겠다.


아직도 부족한 에세이 글쓰기.


화려한 음식, 요리, 정리, 애견 사진과 재밌는 글로 브런치 대문에 걸리거나, 다음에 노출되어 조회수 터지는 글 말고 진정으로 삶, 인생, 깨달음, 지혜를 녹여 쓴 에세이 글이 대문에 걸리고 싶은 요즘이다. 책을 읽고 삶을 생각하고 깨달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이 듦과 인생을 나의 경험에 녹여 깊고 짙은 에세이 글을 쓰고 싶다. 그런 글을 쓰고 싶다.


그런 글을 인스타에 올려도 되겠다는 생각이 요즘 들었다.


순간 찰나의 느낌과 감정은 오히려 인스타에 짧게 올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목표를 가지고 방향성을 가지고 브런치과 인스타를 운영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나 할까?


뭐~ 계획성 없이 하루하루 닥치는 대로 내키는 대로 살고 있지만 글 쓰는 연습을 하는 데 있어서 새로운 뭔가가 필요함을 느끼는 요즘이다.



by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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