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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Mar 19. 2024

20년 경력을 가진 요가 원장과의 첫 만남.

불안한 그녀의 눈동자.

스포츠 체육관을 조용히 마무리했다. 선생님께 죄송하다고 문자를 남겼고 함께 사지를 인정 사정없이 쭉쭉 늘리던 동료이자 어르신들에게는 딱히 인사를 하지 않았다. 그냥 당분간 일이 있어 못 나올 듯하다고 넌지지 한두 마디 툭 던져놓은 채로 마무리했다.


어딜 가나 인연을 맺고 끝맺음은 쉽지 않다. 눈에 띄고 싶지 않은 나의 성격 탓이기도 하다. 난 항상 나의 존재가 있는 듯 없는 듯 흐릿한 존재이길 바란다. 색깔로 비유하자면 '밝은 회색'빛 정도.


하지만 나의 바람과 반대로 어딜 가나 눈에 띈다. 왜 인지 잘은 모르겠다. 아니 사실 알 것 같다. 자뻑은 아닌데 깔끔한 외모 탓인 것 같기도 하다. 한때는 나의 행동 방경이 다른 이들보다 커서 그런 줄 알았다. 나 스스로를 오해한 적도 있다. 그래서 나에게 더욱 엄격했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별 소용이 없었다. 젊었을 때는 심히 고민한 적도 많다. 그래서 웃음을 멈추었다. 만만해 보이고 사람이 너무 좋아 보인다는 말도 더 이상 듣기 싫었다. 눈을 마주치지 않고, 잘 웃지 않으니 그나마 사람이 좀 덜 꼬였다. 살 것 같았다.


항상 웃고, 상냥하고, 친절하라는 교육을 받은 그대로 삶을 실천하며 젊은 시절을 난 참 피곤하게 보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마음 챙김을 시작한지 여러해가 지났다. 더디지만 난 단단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오랜 시간이 걸렸고 앞으로도 계속되는 나 홀로의 여행이지만 들이마시는 공기와 내뱉는 공기의 기운이 다름을 느낀다.


무조건, 의무적으로 웃고, 상냥해야 하고 친절해야지만 하는 습관을 몸에 지니고 생활할 때는 에너지가 고갈되었다. 집으로 돌아온 나 자신은 앙상한 뼈가지만 남은 인간의 형상이었다. 모든 수분이 다 증발한 인간의 모습. 공기가 다 빠져버려 기진맥진한 풍선 인형 같았다. 냉장고 안에서 싱싱한 냉기를 머금고 있으면서도 누런 떡잎이 지고 퍼석퍼석하게 시들해진 시금치 같은 모습이 나의 모습이었다.


단단한 사람이 되고 나서 (아니 단단한 사람이 되기 위한 과도기를 겪고 있는 한 인간으로서) 당당하게 웃고 열린 마음으로 사람들과 대화하며 교류하는 인간관계 속에서는 이전만큼의 에너지가 소진되지는 않는다. 하나 내성적인 성향 탓에 버거울 때도 많다. 더 이상 나란 사람이 그들에게 친절한 사람으로, 상냥한 사람으로 보일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이젠 있는 그대로 나의 모습을 그저 내보일 뿐이다.


체육관을 나와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요가원'을 알아보았다.


매일 아침 애매한 요가를 2개월간 실행한 후 몸에 기운이 점차 살아났다. 어쩌면 체육관에서 함께한 선생님과 나이 지긋한 분들의 따뜻한 에너지를 받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욱 요가가 궁금했다. 요가를 알고 싶은 마음에 적극적으로 요가원을 찾기 시작했다.


요가지도자 과정이라는 것도 발견했다. "요가 TTC" 과정이라 불렀다. 'Yoga Teachers training course'.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상담을 했다. 새로 찾은 요가원은 깔끔 그 자체였다. 깔끔한 내부, 마치 앉아서 명상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 초록 식물도 있었고 싱잉볼도 나란히 놓여 있었다. 들어서는 순간 '아 이런 곳이 요가원'이구나 라는 느낌이 왔다. 상담을 나눈 지도자 선생님은 매우 예민해 보였다. 사람을 쳐다보는 그녀의 눈빛은 항상 누군가를 관찰하는 눈빛이었고 신경이 매우 살아서 날뛰었다. 불안정해 보였다. (나름 학부모 상담, 학생관찰 상담, 여자들이 많이 있는 학원가 쪽에서 10여 년 넘게 일해본 경험덕에 사람의 첫인상, 첫 이미지 그리고 나름대로 그 사람의 기운을 얼추 잘 느끼는 편이다.) 난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대충 알고 잘 맞춰 주다 지치는 편이다. 오랜 만남을 지속하지 않는다.


원장과 대략 1시간 정도 상담을 했다. 집으로 돌아와 많은 고민을 했다. 새로 찾은 요가원은 차가운 대리석 바닥 대신 따뜻한 기운을 전달하는 나무바닥이었다. 기존에 다니던 체육관 겸 검도실 요가강당 과는 감히 비교불가였다. 시설면에서는 참 매력적인 곳이었고 나 도 저런 곳에서 요가란 것을 해보고 싶었다.


요가원은 마음에 들었다. 허나 원장님의 스타일이 나와 잘 맞을지 계속 긴가 민가 했다. 이럴땐 한달정도 수업을 들어 본후 본 수강을 등록해야 하는데..


추운 1월. 난 수업을 한번 들어 본 후 수강등록을 결정하고 싶다고 말한 뒤 집으로 돌아왔다.


두근거리는 설렘도 있지만 불안한 기운도 함께 느꼈다. 우선 비용면에서도 큰 차이가 벌어졌다.


일주일 뒤 옷을 챙겨 입고 알수없는 기분으로 난 새로운 요가원으로 향했다.



by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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