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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삼킨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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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Apr 09. 2024

봄인데..

잊지못할 봄이 되었네..


봄인데

지독히도 쓸쓸한 봄.

코코를 떠나보낸 봄.

삼켜버린 마음은 독이 되어 몸 전체에 퍼졌다.

잇몸부터, 입안부터 시작되어 서서히 편도염으로...


2년 동안 함께한 그 녀석의 체취와 흔적은 집안 구석구석에 배어 있다. 키보드에 붙어 있는 털 한 자락... 구석구석 뭉쳐서 굴러 다니고 있는 털 뭉치.


녀석이 머물던 베란다에는 빈 해먹만 덩그러니..


겨우 정신을 차렸다가 다시금 무너지는 날 보며 그가 내뱉는 말 한마디


"매일 약을 복용하는 저 아이를 좀 봐. 니 자식이야."

"매일 흡입기를  달고 사는 아이를 좀봐."

"기침이 다시 시작되고 있는 아이를 좀 봐."


그의 말 한마디는 곧 나를 일으켜 세우지만 홀로 남겨진 집에서 난 자주 무너지고 있다.

무너질 시간이 없어야 한다. 아이 먹을 음식, 진드기 청소, 공기청정기 청소. 천식있는 아이식단. 바빠야한다. 헌데 난... 지금 기력이 없다... 


나 역시 잔인한 인간임을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

나 역시 별 볼 일 없는 한 인간,

동물적 본능을 가진 인간임을 인정해야 하는 순간.


나도 시간이 필요한데...


내가 무슨 권리로 그 조그만 생명체의 삶을 이리저리 휘둘렀는가..


문득 이게 '산다는 거구나'라는 깨침이 관통하는 순간


고작 이게 '인간이 산다는 거였어'...


모든 걸 놓아 버리고 싶은 순간.


훌훌 모든 걸 놓아버리고

바람소리 들으며

물소리 들으며

깊은 곳에 홀로

단 며칠만이라도

숨고 싶은.


그런 봄날이다.




by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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