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꾹꾹 눌러 있던 무언가가 차오른다. 터질 듯 말 듯 아슬아슬하다.
살림을 산다는 것이 결국 나의 삶이란 것을 알게 되었을쯤, 청춘은 어디 온 데 간데없었다.
100세 인생, 어쩌고 저쩌고는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
청춘은 흔적 없이 사라 졌는데,
대신 그 옆자리에는 큰 남자 어린아이가 있다.
그 아이는 홀로 나름대로 주어진 삶을 살아 내기 위해,
젖 먹고 자란 지 겨우 10여 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힘까지 끌어다 자기에게 주어진 인생을 묵묵히 살아가고 있었고,
또 그 옆자리에는 나와 함께 청춘을 내다 버림과 동시에 뱃살을 한아를 안고 있는 중년 남자가 또 보인다.
나도 잘 몰라서 막막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선은, 나와 자란 반대되는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나의 어릴 적 경험과 감정을 바탕으로, 무조건 반대로 양육하기 위해 나 또한 온갖 힘을 쓰고 있었다.
아니 어쩜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기에 나의 에너지는 항상 바닥을 보이는 것 같다.
현실 삶이 내 삶이자 이것이 곧 나의 인생이란 걸 받아들이고 보니 쓴맛이 압안 가득 배어있다.
더 이상 할 것이 없고, 할 게 없고, 하고 싶은 것이 없는 게 아니라 현 상황에서 그런 생각조차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없는 시간을 만들어 낼 수도 없을 만큼 일상이, 하루가 바쁘게 돌아간다.
이젠 하고 싶어서 무언가를 한다기보단,
해야만 해서 하는 일들로 가득 차 있는 일상을 보면 두 어깨에 힘이 쭉 빠진다. 그런 날이 얼마나 소중한 날인지, 이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지 망각한 체 혼자만의 시간이 절실히 느껴지는 그런 날들이다. 그래서 종종 힘을 내고 싶은데도 끌어올릴 에너지가 바닥을 보일 때 즈음 난 목욕을 다녀온다. 단 1시간 20분 정도 목욕시간이지만 그걸로도 난 충분히 탕 안에서 나와 만나 나를 다독여 본다.
건강 때문에 매일 가는 요가도 종종 울고 싶을 만큼 힘이 든다. 다녀오면 하루 반나절은 다 가버렸고, 다시 허둥지둥 서두르다 아이 픽업 시간. 곧 저녁시간. 라이딩 시간. 종종 병원도 다녀야 하고, 이리저리 자잘한 집안일 때문에 오후 2시 40분은 과하게 짧은 시간이었다. 이 삶을 받아들이기 위해 책 읽는 시간, 글 쓰는 시간을 버리기로 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내려놓고 난 다시 여유를 찾았다.
책과 글을 버렸더니 마음속에 평화가 찾아왔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책과 글을 읽는 시간에 드라마를 보고 머릿속을 비우기 시작했다. 가사에 더욱 집중하고 그 일에 최선을 다했더니 가사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다.
참.. 아이러니할 만큼 말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난 다시 노트북을 열고 블로그를 만들고 다시 글을 쓰고 있었다.
결국은..
나란 여자는, 인간은,
무언가를 해야지만 숨을 쉴 수 있나 보다.
by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