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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Nov 19. 2024

나의 요가 복장

그럼 어때서? 

어느 정도 옆구리와 뱃살이 정리된듯했지만 나이는 못 속이나 보다. 나의 옆구리 살과 배는 여전히 요가복과 전투 중이다. 매일 요가를 다니면서 살이 어느 정도 정리 되었다고 믿었는데, 이상하게도 요가만 하면 요가복이 돌돌 말린다. 특히 배부분. 


처음에는 이사도 왔고, 낯선 곳이고, 더 이상 체육관이 아닌 곳, 아주머니와 할머니가 가물에 콩 나듯 어쩌다 한 명 정도 있는 곳에서, 동작을 할 때마다 바지를 올리거나, 윗도리를 아래쪽으로 쭉 당기거나 하는 행동을 중간중간에 했다. 그냥 좀 민망해서. 그러다 어느순간 부터 난 그냥 윗도리를 바지 안에 집어 넣고 요가동작에만 집중했다. 


그러다, 오늘 거울 속에 비친 나의 모습에 나 스스로가 경악 할 뻔했다. 


더 이상 배를 가리거나, 옷을 아래로 당기는 행위 따위는 하지 않고, 그냥 다 내버려 둔 체, 난 그저 요가를 했다.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고, 땀은 온몸을 타고 흘러 손바닥이 미끈할 정도로 말이다. 조금 자랑을 하자면 아쉬탕가 요가를 할 때 컨디션이 좋은 날은 몸이 폴더처럼 접힌다. 그 꿈속에 그리워했던 동작. 폴더 몸 말이다. 상체와 하체가 척하니 덜러 붙는 모양새는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봐줄 만한 폴더폰 모양새다. 더 나아가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라를 할 수 있고 머리서기는 70프로 정도까지 진행 중에 있다. 


거울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은 산발 머리에, 레깅스가 말려 배가 볼통하게 옆으로 튀어나와 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대담한 중년 아줌마였다. 거울 속 그녀는 뭐가 그리 힘든지 헉헉 거리기도 하고, 힘줄이 많이 당기는지 두 눈을 질끈 감기도 했다. 하지만 요가를 할 때만큼은 그 어떤 생각도 나지 않는 그 순간이 좋아 나는 이 힘든 요가를 매일 꾸역꾸역 4개월째 진행 중이다. 


어쩔 때는 위 티셔츠를 그냥 레깅스 안에 말아 넣어 버려 그야말로 흉측한 모습으로 난 오로지 요가에만 집중한다. 젊은 아가씨. 새댁들 사이에서 난 무서울 것도, 부끄러운 것도, 쪽팔림도 없이 그런 꼬락서니로 요가를 하고 있었다. 다행인 건 여자들만 있고 다들 나이 든 나를 그냥 그러려니 한다는 점이다. 이럴 땐 나이를 먹는다는 게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이쁜 옷을 입고 이쁜 색깔을 입고 요가를 하는 그들 사이에서 나는 아주 홍일점이다. 이런식으로 튀어보긴 처음이라~ 좀 민망하기도 하지만 이번 요가원은 원장의 결 따라 함께 수련하는 사람들의 결도 조용조용하니 다들 각자 열심히다. 


 요가를 가기 전 요가복을 입을 때마다 수많은 레깅스를 보며 요가복을 만든 회사들 실력은 정말 이것밖에 안 되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옷을 탓하지 말고 내 배를 넣으라고? 많이 넣었다. 그런데도 자꾸 말린다. 사이즈를 큰 거를 입어도 말리고, 딱 맞는 걸 입어도 말리고, 여러 브랜드를 다 입어 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모든 레깅스는 별수 없이 돌돌 말린다. 아.. 이쯤 되면 돌돌 말리는 레깅스에 내성이 생긴 듯하다. 


알라딘 형태의 바지를 입으면 사실 이런 불편함을 줄일 수는 있지만, 난 선생님이 나의 몸을 더 확실히 잘 볼 수 있도록 레깅스를 주로 입고 간다. 종종 하타 요가나 인요가 시간에는 펑퍼짐한 바지를 입고 가기도 하지만, 아직 허벅지에 힘이 없고 출렁거리는 살을 잡아주는 레깅스를 선호한다. 룰루레몬 레깅스는 안 말리느냐? 글세 룰루레몬까지 투자를 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제일 빠른 방법은 배를 더 홀쭉하게 만드는 방법인 듯하다. 그래서 그냥 포기해 버렸다.


요가를 하면서 한동안 식단 관리를 하다 탈모까지 와서 큰 변을 겪었다. 그래서 요즘은 요가를 하고, 난 고기를 먹는다. 보통 요가를 하면 채식주의자 이고, 야채를 먹고 뭐 갸날픈 그런 생각을 하지만, 난 요가후 고기를 먹는다. 지글지글 대패 삼겹살을 구워 양파와 팽이버섯을 올려 점심 한 그릇 뚝딱 먹고 나면 종일 '오늘도 요가하길 참 잘했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매일 요가는 결코 쉽지 않았다. 우울함을 떨쳐버리고, 반 복된 일상에서 살아남고자 시작한 매일 요가는 내 삶에 원동력이자 생명줄과 같았다. 


나도 등이 파이고, 팔뚝살이 빠져서 가냘픈 팔을 드러내는 그런 요가 복을 입고 싶은데, 배 쪽 바지가 자꾸 말려서 탑을 못 입겠다. 아무리 여자들만 있고 젊은이들만 있다고 해도 왠지 그건 실례가 되는 것 같아서 말이지~~

하하하하




by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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