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너무 늙었고, 나는 너무 그립다.
선생님!
일하는 곳에서 감색의 얇은 패딩을 파격적인 가격으로 2벌 구매했어요.
두벌 구매한 이유는 한벌은 제가 입고 한벌은 엄마한테 보내려고요.. 태국에 또 공치러 한 달 간다는데 비행기나 공항 안에서 날씨 쌀쌀해질 9월 중순 무렵 입으면 될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노인네들 공칠 때 힘낼 수 있는 아미노젤도 4통 보내드려렸어요.
이 택배를 받으면 그녀는 또 마장과 식에서 깨어나지 못해서 그렇다는 문자를 보내겠지요. 고맙고 자랑스럽다는 문구를 보내겠지요. 저는 자랑스럽다는 말이 참 싫어요.
부처님께 참회한다는 문자도 또 보내겠지요.
헌데, 저는 엄마와 딸이 주고받는 메시지를 받고 싶어요..
예를 들어
옷이 너무 이쁘다. 공항에서 입기에 딱 좋겠는데~ 고마워 딸. 사랑해 딸.
딱 이 두 마디가 담긴 따뜻한 메시지요. 다른 더 이상의 더 이하의 말도 필요 없는.. 진심이 담긴, 사랑이 듬뿍 담긴, 조건이 없는 그런 대화요...
갑자기 흘러요.. 눈물이..
마음이 쓰려요.. 아려와서..
통증이 느껴져요.
아빠욕도 그만 듣고 싶고, 더 이상 그녀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고 싶지도 않아요. 항상 가르치고 그녀가 원하는 데로 조정하려는 느낌도 갖고 싶지 않아요. 절에 안 가서 그렇다. 예민하다, 네가 노후를 책임지면 아파트 판돈 좀 줄게 등의 그런 메시지가 아닌 평범하고 따뜻한 말. 아들이 우선이라는 세뇌도 지우고 싶어요. 요즘말로 하면 가스라이팅 정도가 되겠네요..
엄마와 딸이 함께 나누는 그런 대화가 오늘은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택배를 받고서 문자를 보내면 전 다시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겠지요. 할 수가 없어요...
어쩌면..
나는 기다리는 중 인지도 모른다. 언젠가 스스로 그녀가 알기까지..
어쩌면 불가능할 것 같다. 그러기에 그들은 너무 늙어버렸다. 몇 백 년 동안 곤충의 모양이 화석에 새겨진 것처럼, 그들의 사상과 사고, 생활방식을 알아차리고 느끼기에 그들은 너무 늙어버렸다.
하지만 난
한 마리의 나비처럼 이 꽃 저 꽃 옮겨 다니며..
엄마의 따뜻한 품을 평생 그리워하며..
훨훨 날아다니겠지..
가끔 자유도 느끼면서 말이야..
그러다 보면 사계절이 지나가고
난 다시 태어나겠지.
제길..
헌데 왜 이렇게 눈물이 자꾸 나는 거야..
이전에 눈물마저 흘러내리지 않았다. 한데 이젠 흐른다.
선생님 수요일 다시 뵙겠습니다.
by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