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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라스 Oct 05. 2023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은 욕구

Job Interview : 앤틱 딜러 김태진

커피를 마시고 싶은데 맛도 좋고 분위기도 좋은 카페를 가고 싶다고 가정해 보자. 구글맵에 카페를 검색하고 리뷰를 찬찬히 읽어보면서 서너 개의 후보를 정한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그중 한 곳을 가기로 결정하겠지. 그렇게 많은 리뷰를 참고하는 나는 정작 어디엔가 리뷰를 남긴 적이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멕시코 여행이 끝나고 한국으로 들어오기 전 코로나 검사를 위해 검사소에 들렀다 배가 고파 뽀쏠레를 먹으러 검사소 옆 가게에 우연히 가게 됐는데 너무 맛있는 거다. 감동받아서 돌아오는 길에 귀찮음을 무릅쓰고 구글맵에 리뷰를 남겼다. 리뷰를 올렸다는 걸 잊고 있었는데 그 후로 몇 번 알림이 왔다. 몇 천명이 내 리뷰를 봤다는. 아, 이 주관적인 감상 하나가 많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겠구나. 귀찮은 순간 한 번만 참으면 하나의 데이터가 된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후로 리뷰를 꾸준히 남기기 시작했다. 아주 작게는 네이버 쇼핑으로 구매한 물품을 받아보고 별점을 남기고 내가 느낀 이 제품의 특징에 대해 솔직하게 작성했다. 내가 좋아서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 쓰기 시작한 블로그 리뷰글 이후로 사적인 일기장에도 꾸준히 글자를 채워 넣었고, 개인적인 내용이 담긴 글을 쓸 용기도 생겼다. 누군가에게 내가 알고 있는 걸 알리고 싶은 욕구는 인간의 어떤 본능인 걸까.


또 인터뷰를 다시 보면서 내가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드는 이유가 뭘까에 대해 고민해 봤다. 꾸준히 봐주는 구독자 가 있는 것도, 꼭 글을 발행해야 하는 외부적 압박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나는 왜 글을 쓰는가. 글을 쓰면 감정을 분출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된다. 내 글을 읽고 공감이 되었다고, 심경의 변화가 생겼다고, 도움이 되었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감사하고 그게 다시 글을 쓸 원동력이 된다. 


전 세계에 어디에도 없는 걸 처음으로 발견했을 때의 희열, 그 히스토리를 자신 혼자만 알고 있을 수 없어 사람들에게 알리는 마음,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그것이 유용하게 쓰였으면 하는 그 마음이 십분 이해가 갔다. 앤틱 딜러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보물을 찾아다니는 그의 일이 반짝여보였고 자신이 발견한 보물에 대해 얘기할 때의 그의 표정은 밝았다. 







E: 사장님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태진 : 네 안녕하세요.


E : 저번에 표지판 보고 궁금해서 구경하고 가려고 하던 찰나에 사장님께서 여길 왔으면 이걸 보고 가야 한다면서 특별한 것들을 보여주셨잖아요. 어떤 일을 하고 계신 누구신가요?


태진 : 저는 미국 간 지 한 35년 된 미국 교포이고, 지금은 뉴욕에서 앤틱 딜러를 하고 있어요. 한국에서는 앤틱 딜러라는 개념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골동품 관련해서 경매라든가 앤틱 시장 마켓 같은 데 가서 한국, 일본 또는 중국 관련된 자료를 구입해 와서 박물관이라든가 또는 프라이빗 콜렉터라든가 또는 기관들에 납품하는 직업이에요.


E : 아~ 앤틱한 모든 것들을 다 수집한다고 보면 되겠네요?


태진 : 일반 분들이 앤틱, 골동품 하면 도자기니, 가구니, 좀 그런 걸 생각하는데 저는 그런 게 아니고 고지도

그다음에 고서, 책들, 서류. 100년, 200년, 그전 300년까지. 우리가 200년 전에 한국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그런 자료가 한국에 많긴 하지만 외국 사람이 본 자료들이 없잖아요. 제가 다니면서 수집해서 연구도 하고, 또 이렇게 트레이딩(거래)도 하고 있어요.


E : 아 그럼 앤틱한 제품들 중에서도 아시아권과 관련된 서양의 고서, 고지도가 사장님이 수집하고 있는 컬렉터 중에서 제일 주된 것들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태진 : 맞습니다.


E : 국내에서 고서, 고지도들을 이렇게 박물관이라던가 수집하는 곳들은 많은데 서양의 고서, 고지도를 이렇게 수집해서 모아놓은 곳은 여기가 유일하다고 들었어요.


태진 : 그렇죠. 그런 걸 판매하는 서점은 국내에 없으니까 저희가 유일하고 그리고 상당히 비싸요. 요즘은 한국분들도 유럽 여행 많이 가지만 초판본들,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이라든가 J.K. 롤링의 리포터 초판본은 100만 불씩 하고 그러거든요. 그런 초판본 문화라던가 컬렉터 문화가 많이 있어요. 누가 서명을 했다 그러면 이런 사인본은, 또 가치가 올라가요. 예를 들어서 똑같은 책인데 옛날 대통령이 사인했다 그러면 또 소장자의 가치가 올라가고 그래서 이런 책, 서류, 사진, 고지도 이런 영역에서 한국도 트렌드가 열릴 것 같은 그런 시대가 온 것 같아요.


E : 서양 고서, 고지도가 가지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태진 : 유럽 사람들이 대항해 시대를 거치면서 탐험을 해서 새로운 땅들을 많이 발견을 해요. 호주도 발견되고 아프리카 바스쿠 다 가마 그쪽도 발견되면서  지도가 계속 바뀌는 거예요. 탐험 나갈 때마다 새로운 게 발견되니까. 그런 모든 그런 역사, 자료, 과학 기술이 통합된 게 고지도예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 라페루즈가 최초에 1790년도에 동해안을 탐험하거든요. 라페루즈 함대에서 처음 그 섬을 발견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이제 발견한 사람이 당시 프랑스 해군 사관학교 교수인 다즐레 교수예요. 그 교수 이름을 따서 그때 처음으로 울릉도라는 이름이 그때부터 한 150년 이상 다즐레로 나와요. 그리고 이제 1950년 이후에 이승만 정권 때 이거는 우리나라 울릉도라고 해서 그게 세계 지명 쪽에서 승인돼서 이후에 울릉도로 바뀌는 거죠. 


E : 흥미롭다.


태진 : 재밌어요. 그러니까 유럽 사람들이 한국을 그렇게 불렀는데 한국 사람들은 한국 지명만 아니까. 어이구, 그게 말이 돼? 그런 거에 대해서 호기심이 상당히 많이 있었어요.


지금 저 뒤에, 이 뒤에도 보이지만 저게 불과 1630년 지도인데 한국이 유럽에서는 섬으로 그려져요. 이게 350년 전이에요. 왜? 와보진 않았는데  강 건너에 있으니까 그렇게 그리게 되는 거예요. 


E : 저번에 제가 왔을 때 제일 눈여겨봤던 거는 동해에 대한 논쟁이 항상 일어나고 있으니까 일본과 우리나라 사이에서. 1700년도까지는 전부 Corean Sea, East Sea 이렇게 표기가 되다가 1800년도에 들어오면서 Sea of Japan으로 표기되어 있다고 하셨죠? 일본에서 어떤 힘을 써서 변경이 된 건가요?


태진 : 그건 아니에요. 원래 바다 이름은 한국하고 일본도 민감하지만 유럽에서도 다 민감해요. 그래서 그냥 원하는 대로 불러라 요새는 그러거든요. 우리나라 고지도나 일본 고지도는 바다 이름을 거의 새긴 게 없어요. 왜? 바다로 나가는 해양국가가 아니에요. 우리나라는 일본이랑 똑같이 세금 안 내려고 섬으로 도망가기도 하고 공도 정책이라고 해서 섬에 못 들어가게 하는 나라였거든요. 그러니까 바다 이름을 지도에 쓸 이유도 없었고. 또 동네 사람들이 그냥 앞바다 뒷바다 가서 고기 잡자 이런 식이었지. 저도 한국 지도나 일본 지도에서 바다 명칭을 많이 못 봤어요. 그러니까 제가 말한 건 고지도에서요.


저기 보면 1595년 지도도 바다 이름이 없어요. 그러다가 이제 유럽 사람들의 방향에서 보면 동쪽으로 가니까 동해, 또는 동방해. 그다음에 1700년대는 ‘아 그 옆에 한국이 있다’ 그래서 ‘Corea Sea’, ‘Sea of Corea’ 혹은 ‘Mer de Corée’ 이렇게 표기가 됐죠. 정책이 폐쇄되고 무역이 문을 닫고 그러던 차에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VOC)가 나가사키와 무역을 하게 돼요. 이제 일본 가는 길이니까 ‘Sea of Japan’이 나온 거예요. 그게 이제 1800년대에 거의 다 바뀌게 됐죠. 그래서 지금은 뭐 병기표기도 나오는데 바다이름은 시기에 따라서 변하는 거지 고정되어 있지 않더라고요. 제가 가지고 있는 서양 지도 자료에 의하면.


그래서 저는 맨 마지막에는 1800년 지도는 ‘Sea of Japan’ 지도도 전시해 놔요. 왜? 바다이름은 없다가 한국해로 나오다가 변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E : 그러면 지금 이런 고서와 고지도들은 어떻게 처음 접하게 되셨어요?


태진 : 저는 그 아마존 회사랑 똑같은 연도 1997년에 LA에서 전문서적, 의학서적, 기술서적 같은 원서를 해외 대학교에 유통하는 온라인 회사를 차렸어요. 책 유통을 하게 된 거죠. 한국에 있는 도서관과도 거래를 하다 보니 거기서 원했던 게 한국과 관련된 옛날 자료, 고서적을 요청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하버드 대학교에 갔죠. 한국 관련된 자료가 한 8만 권이 나오더라고요. 이제 그 자료를 찾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한국에 이런 책, 저런 책, 지도 등을 납품하다 보니 동해가 이슈가 됐고 독도가 이슈가 됐고 백두산이 이슈가 되더라고요. 이름이 다 다르니까. 그때 느꼈죠. 한국, 일본, 중국과 관련된 고서, 고지도가 가지는 또 하나의 메리트가 있구나.


그래서 내가 모르는 게 있으면 또 구하러 가고, 1년에 전시회만 한 20군데를 다녔고 비행기만 매년 60번을 탔어요. 코로나 전에는 그랬죠. 이제 새로운 걸 구하는 게 희열이에요, 희열.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 와~ 들어봤어요 고등학교 때. 근데 보지 못했어요. 지금도 유통이 되거든요. 그런 거 봤을 때의 그 희열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이게 그거였구나~ 이게 밀턴이 쓴 실낙원, Lost Paradise구나. 그런 발견으로도 기쁜데 역사에 나와 있지 않은 책을 발견했을 때는 기뻐서 죽어요 죽어. 분명 한국 관련된 책인데 어디에도 기록이 없는 거예요. 엄청난 희열이죠.


E : 이 공간을 차리신 지는 얼마 안 됐다 하셨죠?


태진 : 1년 반 됐고요. 이 공간이 좀 얻다 보니까 좀 커가지고 갤러리 같이 꾸며놨는데 그전에는 저희 고객이 

박물관이나 또는 기관, 뭐 교수님이나 이런 소장가들이라 그렇게 큰 공간이 필요 없었는데 그냥 박물관에 팔고 기관에 팔고 하면 끝이니까. 이런 거를 좀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있으면 오픈 좀 하자. 그래서 뭐 책 하나에 100만 원 짜리라도 그냥 보세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그래요. 어, 이런 거 진짜 장갑 끼고 봐야 되는 거 아니에요? 물론 장갑도 있지만, 여기에서 보는 특권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마음대로 사진도 찍으시고 마음대로 보라고 해요. 그래서 좀 많은 분들이 좀 봤으면 좋겠으면 하는 마음에 오픈해 놨어요. 


E : 참 저는 여기 그때 이렇게 보고 나서 내가 좀 더 문학이라던가, 역사라던가 이런 데 관심이 있었으면 

훨씬 더 재밌게 봤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 쪽으로는 아무래도 좀 문외한에 가깝기 때문에. 그런 데도 재밌었는데 잘 알면 얼마나 재밌을까 싶어요. 그냥 박물관을 다니는 것 말고도 또 원본을 이렇게 직접 손으로 만지고 볼 수 있는 거니까. 이런 공간을 마케팅을 한다거나 그런 욕심은 없으세요?


태진 : 솔직히 전 손님이 많으면 좋긴 좋겠지만 훼손 문제도 있고 그냥 프라이빗 하게 운영하고 싶어요. 유럽 고서점이 그래요. 거의 다 예약을 받거든요 미리. 약속을 하고 오면 손님이 원하는 걸 다 꺼내서 보여드리죠. 프라이빗하고 럭셔리하게. 와인도 한 잔 하면서. 사람들이 오면 제가 설명을 잘해줘요. 그러면 어? 이게 정말 우리나라 지도가 맞아요? 왜 섬으로 그려져 있어요? 그런 역사 얘기를 하면 시간 가는 줄을 몰라요.


그래서 역사 관련된 사람이라던가 해양 학자가 오면 상당히 좋아하실 거예요. 원본을 제가 다 가지고 있거든요. 저도 항해 쪽을 좋아해서. 참, 재밌어서 시작하게 됐는데 그렇게 운영하고 있는 공간을 광고하고 싶긴 한데 겁도 나요. 


E : 말씀하신 대로 이 가치가 너무 좋기 때문에 이런 거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라도 어떻게 좀 알음알음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창구가 생겼으면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저희가 지금 ‘why this job’이라는 주제로 인터뷰를 하고 있잖아요. 사장님의 why가 있다면 어떤 것들을 말씀하실 수 있을까요?


태진 : 제가 외국에 다니면서 ‘어? 이런 게 있었네?’ 하는 신기한 것들을 한국에 소개하고 싶어요. 아까 보여드린 지구본도 East Sea로 쓰여 있는 지구본이 많이 없어요. 거의 90% 이상 Sea of Japan으로 되어 있어요. 지도는 많이 바뀌었지만 지구본은 더 안 바뀌거든요. 근데 이태리 Zoffoli 회사에서 Sea of Japan을 East sea로 바꿔놓은 거예요. 센세이션이 일어난 거죠. 이건 말이 안 된다 그래서 한국에 공개하기 시작했죠. 


서양에서 최초로 만든 1832년에 지볼트가 쓴 천자문이 있어요. 우리나라 교수님 몇 분이 논문을 쓰셨더라고요. 그런 것들을 제가 보여드리거든요. 그러면 놀라세요. 와, 이런 게 어떻게 그 당시에 출판이 됐지? 말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런 식으로 유럽에서 출판된 한국 관련된 책이라던가 그런 자료들을 발굴해서 국내 학계에 소개하고 싶은 게 있어요. 우리나라에 관한 것이지만 우리가 모르는 것들을 보여주는 것.


E : 정말 너무 재미있는 일을 하고 계신 것 같아요. 


태진 : 일반 시민도 좋고, 대학생들 좋고, 학자들도 좋고, 그런 분들이 와서 마음대로 보고, 논문도 쓰고, 또 연구도 하고, 사진도 찍고 갔으면 좋겠어요. 한국이랑 일본은 이런 고서점에 가면 사진을 못 찍게 해요. ‘안 살 거야?’ 그럼 '찍지 마' 아, 저는 그런 게 좀 잘못된 것 같아요. 뭐든지 다 이렇게 와서 읽게 하고 오픈해서 알리고 싶다. 이런 마음이 있어요. 


솔직히 제가 하나 무식한 게 뭐였냐면 미국에서 오래 살다 보니까 유럽 딜러들이 'TJ, 이거 한국 책이다’ 소개해 줬을 때 다 한자고 강희 몇 년 이렇게 쓰여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건 중국 왕이고, 우리나라 책이 아니라고 얘기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까 한국 책인 거예요. 저희가 어렸을 때 배우기로는 태종 몇 년, 세종 몇 년 이렇게 얘기하는데 책은 다 중국의 연호로 쓰였던 거예요. 그런 거 안 배웠거든요. 몰랐어요. 얼마나 쪽팔렸겠어요. 그래서 그런 걸 겪고 느낀 게 아, 배워야겠구나. 그래서 제가 특히 조선, 고려 관련 자료들을 많이 모으게 됐고 이런 것들을 나만 알고 있을 수 없어서 소개하기 시작한 거죠. 







인터뷰이 : 김태진

인터뷰어 : E 

촬영, 편집 : Y 

에디터 : Y 

채널명 : whythisj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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