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고봉 Aug 22. 2021

취향 폭력배

이것의 시작은 어언  n 년 전 스무 살 시절,

나에게 끊임없이 자신의 음악 취향을 주입하려고 시도했던 동기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는 일단 모든 종류의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게 음악이란 시끄럽고 둥둥거리는 소음에 지나지 않는다.

들어봤자 기타 멜로디만 깔리는 어쿠스틱 노래나 가끔 듣는 정도.


1학년 2학기 때부터 과실에서 야작 한 번 같이하다 좀 친해진 그 동기는

어느 날 자신의 음악 취향을 말하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나에게 레이디 가가 노래들을 추천하기 시작했다.

참고로 레이디 가가에게는 아무런 악감정이 없다.

현대 미술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듯이

나는 음악이 싫을 뿐이다. 특히나 여러 요소가 가미될수록 싫어함도 비례하며 커진다.


나는 누가 싫은걸 강요하는 걸 참고 있는 성격이 못되고

그녀에게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나는 레이디 가가에 개뿔 관심 하나도 없으니까 콘서트 영상 좀 그만 보여주라고.


하지만 취향 폭력배들은 정말, 정말 하나도 개의치 않는다.

이는 굉장히 놀라운 부분이다.


아니 어떻게 남이 네가 좋아하는 거에 개뿔도 관심이 없다고 하는데

계속 추천할 수 있는 거지...?


아무튼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인이 되어서도

가끔씩 카톡으로 ‘네가 좋아할 것 같은 플레이리스트야.’ 하면서

유튜브 재생목록을 공유한다.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한결같다.


쥐뿔 노래 안 듣는다고.




그리고 다시 만나지 못할 것 같던 강력한 취향 폭력배는 사회에도 존재했다.

하... 만나지 좀 말자...


그는 왜인지 파란 병커피를 굉장히 좋아했다.

커피도 커피지만 그 브랜드 자체를 좋아하는 듯했다.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브래드라 그러려니 했지만

어느 날 그는 나에게 물어왔다.


‘파란병 커피 가봤어요?’


난 안 좋아한다, 파란병.

나는 고소한 커피가 좋다.

산미 있는 커피는 정말 싫어한다.

나는 극내향성 인간으로 한번 싫은 건 영원히 싫다.


그에게 나는 산미 있는 커피 안 좋아해서 싫어한다고 대답했고

그럼 ‘아 그렇구나’하고 다른 주제로 넘어가면 될 이야기가

갑자기 ‘그럼 거기서 시럽 들어간 메뉴 먹어봤어요?’로 튀는 거다.


아니 시럽이 들어가든 우유가 들어가든 어쨌든 커피가 신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어차피 싫어서 다른 메뉴는 시도해보지 않았다는 내게

그의 다른 메뉴 추천은 계속되었다.

왜... 왜...

왜 취향 폭력배들은 하나같이 남의 말을 듣지 않는 걸까.

자기들도 당해봐야 정신 차리는 걸까.


의자에 묶어놓고 시낭송 12시간 동안 틀어놓을까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토마토가 너~무 토마토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