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속까지 때리는 시끄러운 알람 소리 없이 눈을 뜬 주말 늦은 아침. 진짜 늘어지게 잤다 싶은 느낌과 함께 뜨끈한 이불속의 유혹을 어렵게 뿌리친 후 발바닥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비몽사몽 한 정신상태에도 불구하고,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강한 의지력이 타올라 반쯤 눈을 감은채 졸졸졸 원두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
커피 참 향긋하다.
해는 이미 중천에서 반짝이고 있었고
우리 집 상전인 냥이님이 창문 밖을 보고 싶다 간절한 눈빛과 애교를 날려 주어 큰 창문을 열었더니 바람이 참 시원했다. 바람이 시원하다라...
오랜만의 약속이라 신경 써서 옷을 입고 집 문을 열었다. 상쾌한 바람에 기분이 좋기보단 기어이 떠나가 버렸구나 라는 마음에 가슴 안쪽이 서글펐다. 왜 나는 이리도 미련이 깊은 걸까?
하루하루를 그 누구보다 꾹꾹 눌러 담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밀도에도 나는 그저 아쉽다. 항상 후회를 최소화 하자라는 생각에 굳어버리고자 하는 몸과 뇌를 굴려보지만 모든 것이 내 맘과 같지 않다.
행복한 순간은 언제나
약속시간에 맞추어나가 예쁜 디저트를 먹었다. 예전에는 늘 일상이었던 이런 순간이 요즘은 누구나 그러하듯 너무나 소중하다. 네가 있었던 일, 내가 있었던 일 소소하지만 궁금한 그런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듣기 싫은 이야기 하나 없이 글자, 단어 하나하나가 모인 너의 문장들이 너무나도 흥미롭다. 말하면서 연이어 보여주는 제스처 하나까지 너무나 완벽하다.
주거니 받거니 말과 정신, 시간을 모두 공유하다 보니 해는 또 경계선을 넘어가고 있었다. 오늘이 벌써 막바지로 향해가는구나.
서글픈 어두움이 가라앉은 저녁. 가던 길을 멈추고 천천히 입김을 내뱉어 보았다. 하얀 연기처럼 뿜어져 나와야 할 입김이 보이질 않는다. 온전히 따듯한 온도만을 지닌 입김만이 존재했다. 오늘 정말 따뜻한 하루였구나.
집으로 가는 길에서도 벌써 봄이 도달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소중했던 오늘의 속도감을 논했다. 나만 이런 느낌이 아니었다.
모든 하루를 마무리하고 글을 쓰는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나는 늘 불평쟁이였던 것 같다. 원래 불평이 많았지만 요즘 들어 시간에 대한 불평이 부쩍 늘었다. 빠른 것을 인지하였으니 불평보단 실천으로 간극을 좁혀나가야 하는데 그것이 잘 안된다.
지금 현재의 불평은 시간의 효율성을 떠나, 내가 나의 시간을 얼마나 알차게 사용하였느냐와도 별개로 느끼는 감정인 것 같다.
그렇다면 이 감정은 무엇일까?라는 물음의 답은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그 어느 날보다도 지금이 시간에 대한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소중해서 흘러가는 이 시간이 아쉽고 아리다.
참 따듯한 하루였다.
상쾌한 바람이 기분을 스쳐 지나가기만 했을 뿐인데도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해 주었다. 또 다른 하루가 지나가면 추위는 사라지고 온기가 가득 차는 하루가 몰려올 것이다.
그때 그 따듯한 온기 속에서
나는 더 이상 가슴 한편이 아리기보단 돋아나는 새살을 기다리는 설렘으로 다가올 시간을 맞이하는 성숙된 한 명이 인간이 되어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