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평가의 핵심은 ‘비교’가 아니라 ‘기준의 설계’다.
평가 시즌이 다가오면 팀 내 분위기가 묘하게 달라진다.
동료의 한마디, 상사의 눈빛, 그리고 메신저 대화 속 한 줄.
모두가 조금은 예민해지는 그 시기 — 우리는 ‘상대평가’라는 단어 앞에서 긴장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상대평가를 비교의 제도로 생각한다.
누가 잘했는지, 누가 부족했는지를 가르는 싸움 말이다.
하지만 진짜 핵심은 다르다.
상대평가의 ‘상대’는 옆 사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건 ‘기준’의 문제, 그리고 ‘공정성’의 과학이다.
상대평가의 ‘상대’는 옆자리의 동료가 아니다.
이 제도에서 상대는 '비교의 기준선(reference line)'이다.
그 기준이 어디에 놓이느냐에 따라 공정성의 무게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같은 80점을 받았더라도,
민원 업무를 처리하는 직원과 연구 데이터를 다루는 직원의
‘노력의 밀도’는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누구를 누구와 비교할 것인가”를 먼저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게 바로 비교집단(cohort) 설정이다.
비슷한 일을 하고,
비슷한 환경에서 일하며,
비슷한 직급에 있는 사람들끼리 비교해야
비로소 공정한 ‘상대평가’가 가능하다.
기준이 사람을 정하는 게 아니라,
평가항목이 사람을 구분한다.
성과, 협업, 책임, 혁신 —
이 네 가지 항목이 있다면 조직은
각 항목의 비중과 정의를 명확히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성과 50%, 협업 30%, 기여도 20%로 구성되어 있다면
평가자는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조직에 어떻게 기여했는가’를 함께 살펴보게 된다.
하지만 이 기준이 모호하면
평가자는 결국 감(感)에 의존하게 된다.
그래서 요즘 조직은
정량화된 평가지표와 '행동기반평가(Behavior-based Rating)"를 결합해
기준을 수치와 사례로 명확히 남기고 있다.
공정성은 기준의 선명함에서 나온다.
상대평가에서 흔히 등장하는 문장이 있다.
“상위 20%, 중간 60%, 하위 20%.”
이건 단순한 분포 규칙일 뿐,
공정한 평가의 근거가 되지 않는다.
결국 핵심은
“무엇을 기준으로 상위 20%를 정할 것인가?”이다.
조직은 분포를 정하기 전에
평가항목–성과지표–환경보정 기준의 순서로 설계를 해야 한다.
이 순서가 뒤바뀌면,
상위 등급은 숫자 놀음으로 변하고
평가 신뢰도는 무너진다.
같은 점수를 받았더라도 환경이 다르면 결과는 달라야 한다.
민원이 많은 부서, 야간근무가 잦은 팀,
반복 업무가 많은 지원부서의 직원이
성과만으로 비교된다면 그것은 공정하지 않다.
그래서 등장한 개념이
'보정계수(Adjustment Factor)'다.
예를 들어,
업무강도, 민원건수, 인력부담 같은 변수를
데이터로 정량화해 가중치를 부여한다.
이후 ‘기본점수 × 보정계수’ 형태로
실제 평가결과가 조정된다.
이제 상대평가는
‘누가 더 열심히 했는가’의 경쟁이 아니라,
‘누가 더 어려운 조건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냈는가’를
평가하는 제도로 진화하고 있다.
결국 기준을 세우고, 적용하는 주체는 사람이다.
그래서 평가의 마지막 관문은 일관성이다.
같은 행동에는 같은 점수를 주고,
다른 결과에는 다른 보상을 주는 것 —
이 단순한 원칙이 지켜질 때 평가의 신뢰가 생긴다.
팀장과 리더는
평가회의 전에 자신의 기준을 점검하고,
다른 평가자들과 'Calibration(기준 맞추기 회의)'을 통해
판단의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상대평가는 숫자의 싸움이 아니다.
판단의 언어를 표준화하는 과정이다.
상대평가의 핵심은 ‘비교’가 아니라 ‘기준의 설계’다.
누구를, 무엇으로, 어떻게 비교할 것인가가 명확해야
평가가 공정해지고, 공정한 평가가 조직의 신뢰를 만든다.
‘상대’라는 단어 속에는 결국 ‘기준’이라는 뜻이 숨어 있다.
그리고 그 기준을 세우는 일은
어떤 제도보다 더 정교한 경영의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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