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AI시대, 당신이어야 하는 이유

한 번에 통하는 성공전략

by 김용진

AI 시대의 채용, 세미나에서는 왜 “AI 대신 당신이어야 하는가”를 토론하는가?


AI가 빠른 속도로 채용 과정에 스며들고 있다.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 예상 질문 답변까지 ‘AI가 만든 듯한 답변’이 넘쳐나는 현실에서
면접관 세미나에서는 자연스럽게 새로운 질문을 중심으로 논의가 모이기 시작했다.


“AI 대신 왜 당신이어야 합니까?”

이 질문은 도발처럼 보이지만, 세미나에 참석한 면접관들에게는 이미 매우 현실적인 고민의 출발점이다.


▷ 1. 세미나의 첫 질문: “AI가 다 한다면, 사람은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가?”


세미나가 시작되자 한 임원이 이렇게 말했다.
“요즘 지원자들 답변이 정말 매끈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다 똑같습니다. 실제 그 사람이 한 말인지 AI가 만든 문장인지 구분이 안 됩니다.”


뒤쪽에 앉아 있던 한 팀장이 곧바로 손을 들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지난달 면접에서 다섯 명 연속으로 거의 비슷한 표현을 쓰더군요. ‘상호 신뢰 기반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라는 표현이 다섯 명 입에서 똑같이 나왔습니다. 그 순간 ‘이건 ChatGPT 문장이다’라는 생각이 들어버렸습니다.”


세미나장은 웃음과 한숨이 동시에 흘렀다.
지원자의 답변이 매끄러울수록 오히려 ‘진짜 그 사람’이 보이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면접관들은 새로운 판단 기준을 요구받고 있다.
정제된 문장보다 지원자의 맥락 이해, 판단 근거, 선택 방식 같은 ‘사람만의 흔적’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 2. “관계 조율 능력은 AI가 대체하기 어렵다”는 공통 의견


세미나 중반부에서 한 과장이 자신의 경험을 자세히 설명했다.
“지난 분기 프로젝트에서 고객과 의견 충돌이 크게 있었어요. 상황이 격해지니까 고객 담당자가 표정까지 굳어지더군요. 그때 저희 신입이 조용히 이렇게 말했습니다. ‘말씀의 핵심을 한 번 더 정리해보겠습니다. 혹시 제가 놓친 부분이 있다면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그 말 한마디로 분위기가 완전히 풀렸습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이렇게 덧붙였다.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느꼈습니다. 이건 데이터나 알고리즘이 대신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요.”

세미나 참석자들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AI는 말의 내용은 요약할 수 있지만, 상대의 표정 변화, 감정의 흔들림,
말투의 아주 미세한 변화까지 읽어내고 조정하는 능력은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면접관들은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더 자주 사용한다.

• “사람 사이 갈등을 해결한 경험이 있는가?”
• “상대가 감정적으로 격해졌을 때 어떻게 대응했는가?”
• “말하지 않은 의미를 어떻게 파악하는가?”


이 질문들은 모두 관계의 온도와 감정의 결을 읽어내는 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 3. 세미나에서 반복적으로 나온 말: “경험은 AI가 흉내만 낼 뿐이다”


세미나 후반부, 한 부장이 손을 들었다.
“최근 면접에서 어떤 지원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팀 내 역할 조율을 잘합니다.’ 그런데 그 이유를 묻자 책에서 읽은 듯한 원칙만 나열하더군요. 그래서 다시 물었습니다. ‘본인이 실제로 판단을 바꿔야 했던 순간이 있었나요?’ 그제야 그 사람의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이어서 말했다.
“저는 이런 ‘살아 있는 경험’을 끌어내야 한다고 봅니다. AI는 원칙을 만들 수 있지만, 살아있는 진짜 경험을 말할 수는 없으니까요.”


세미나 참석자들은 다양한 예시를 공유했다.
한 면접관은 고객이 갑자기 요구사항을 바꿨던 상황,
다른 면접관은 팀 내부에서 발생한 갈등을 중재했던 순간,
또 다른 면접관은 '실수 이후 대응 방식'에서 인턴의 역량을 확인했던 사례를 소개했다.


이 모든 사례는 AI가 대체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경험은 단순한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그 상황을 바라본 시선과 판단의 흐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면접관들은 지원자의 경험에서 다음 세 가지를 본다.
• 어떤 상황을 어떻게 해석했는가
• 어떤 행동을 선택했고, 왜 그렇게 판단했는가
• 그 경험이 본인의 업무 방식을 어떻게 바꿨는가


이 세 가지는 AI가 만들어낸 문장으로는 절대 설득할 수 없는 영역이다.


▷ 4. 결론: “AI 시대에 면접은 오히려 더 인간 중심이 된다”


세미나 마지막에 한 임원이 조용히 이런 말을 남겼다.
“AI가 발달할수록 사람의 깊이는 더 중요해집니다.
우리는 점점 ‘문장의 완성도’보다 ‘사람의 흔적’을 찾게 될 겁니다.”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AI는 빠르고 정확하지만, 인간의 감정선, 맥락의 변화, 관계의 흐름, 상황의 온도 같은 요소는 여전히 사람이 훨씬 잘 느낀다.

그리고 이런 능력은 업무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면접관들은 계속해서 찾는다.
정교한 문장이 아니라, 그 사람만의 시선.
외워온 원칙이 아니라, 살아낸 경험.
AI가 대신하지 못하는 선택의 방식.

결국 세미나의 결론은 명확했다.

‘AI 대신 왜 당신인가’라는 질문은 기술 경쟁이 아니라 사람의 본질을 묻는 질문이다.
면접관들은 이 질문을 통해 지원자의 깊이, 감각, 판단, 진정성을 보고 싶어한다.

AI 시대일수록 면접은 더 인간적이어지고, 사람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는 더 선명해지고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