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아 올린 모래성은 어느새 흙탕물
우리 세운 모래성은 작고 작아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린다
뜨겁게 달궈진 채 괴롭히기 시작한다
아무것도 없다
유리조각이 하나 반짝이는데
금세 파도가 덮치고 만다
그새 파도에 휩쓸리고 만다
우리 세운 모래성은
목 졸린 채 실종됐다
고운 모래입자가 아니라
길바닥 먼지들이었던 그거
닦을수록 더러워지는 건 걸레
씻어도 씻어도 사라지지 않는 향은
당신의 것이었나
온몸의 흉측한 상처를
빨개질 때까지 문질렀다
비누거품은 무엇도 지워주지 않는다
무력해
지울 수 없어
도리어 피와 같아서,
도리어 피와 같아서,
온몸을 덮어버린 그
나는 당신에 질식하고 만다
눈을 뜨면 다시 어른인 나
우산 없이 폭 젖어 걷다가
흙탕물을 바라본다
녹아내려 흙탕물이 되어버린 모래성
알 수 없는 메스꺼움에
흙탕물 속으로 다이빙
눈을 뜨면 다시 어른인 나
닦을수록 더러워지는 모순
깨끗해지고 싶었는데
오물을 나로 닦고 있던
아,
눈을 뜨면 다시 어른인 나
눈을 뜨면 다시 어른인 나
몇 번을 감았다 떠도
연꽃은 없고
눈을 뜨면
다시
어른인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