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수로 스텝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
하야는 소리와는 다른 형태의 무언가가 뇌에 닿는 촉감을 느꼈다. 알 수 없는 정체가 속삭였고 이끌려 갔다.
무한한 공간에서 거리감을 느끼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검은색, 회색, 다른 명도의 회색, 또 회색, 엄청 어두운 남색, 흰색, 엇, 색을 따라가다가 드디어 선명한 빛을 보았다. 하야는 빛을 따라 속절없이 떠밀려 가고 영차영차 헤엄쳐 가던 중 갑자기 느닷없는 색깔을 만났다. 뜬금없이 연보라색? 자세히 살펴보니 규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게 나를 부르던 존재야?'
하야는 보라색 그걸 외계 생명체로 추정했다. 아니 추정이랄 것 없이 우주에 사는 살아있는 것이라서 단순히 생각했을 뿐이다. 하야가 뚫어지게 쳐다본다.
흔히들 연두색 삐쥭빼쥭이로 상상하는 외계인은 사실 연보라색 구에 가까웠다. 교과서에서나 보던 완전한 구. 색깔이며 모양이며 이건 장난감이 아닐까.
'고등생물이라더니 하찮은데.'
바닥에 튕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속삭임에 이끌려 헤엄치는 동안 새하얀 우주복에는 여기저기 형형색색의 자국이 묻어있다. 뒤늦게 알아차린 하야는 두리번거린다.
'오는 동안 본 색이랄 것은 쟤밖에 없는데?'
어리버리한 저것이 처음 본 인간이었던 바렛은 생각했다.
'원기둥 형태 본체에 원기둥이 위아래로 두 쌍씩 달려 있고 위에 달린 원기둥 한 쌍의 사이에는 형편없는 구형이 자리하는데, 끔찍한 털과 이유를 알 수 없는 구멍들이 있어. 우웩. 저 거추장스러운 깡통은 뭐람,'
매끈한 표면을 가진 통통한 우주복이 본체가 아니란 걸 그새 간파한 모양이다.
지구에서는 잘 숙련된 전문인력 하야임에도 여차저차, 이러쿵저러쿵 넘어지고 색이 튀기고.
실수투성이 하야를 보며 바렛은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한다.
‘춤추자고 해볼까?’
바렛이 좋아하는 춤이 하필이면 탱고,. 그런데 연보라색 구인 바렛은 몸짓이랄 게 거기서 거기.
하야가 생각을 전송했다.
“... 실수로 스텝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
마침 음악이 어디선가 색의 형태로 전송됐다.
둘은 색을 뒤집어썼다.
하야와 바렛
친해지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