엥스바카의 매력은 단연 화려하고도 다양하고도 디테일한 워크숍의 프로그램들.
다이내믹한 명상에 목이 말랐던 나의 주된 동선은 뮬룐 댄스.
아침엔 볼리우드 댄스를 아주 엉망으로 춤추는 인도인식 스탭에 맞춰 어깨를 좀 들썩여주다가-우리의 영원한 인도 오빠 *사루칸(인도의 국민 영화배우. 내 이름은 칸이라는 영화가 한국에 개봉되기도 했었음)이 등장하는 장면에선 오빠를 꽥 한번 질러주시고.
점심땐 그 유명한 네델렌드의 AUM팀이 진행하는 *옴 메디테이션(인도의 깨달은 스승 오쇼 라즈니쉬의 제자 비레쉬가 만든 명상 기법. 2시간에 걸친 멀티 파워 명상법으로 14단계로 구성되었으며, 각 명상법은 15분간 맛볼 수 있음.)이 에 참석해 또 누구를 미워하다, 또 누구를 사랑하다, 웃다가 울다가 내 안의 수많은 나를 만나고. 500명이 넘는 참가자들로 펼쳐진 붓다 필드의 파워, 특히 남 눈치 안 보는 유럽인들의 표현력이란!
저녁엔 돌아가지 않는 목을 한 손으로 한 번씩 돌려주며 추는 테크노 댄스. 정육점 불빛을 받으며 새벽 두시까지 쭈욱 로봇의 자세로 까딱 거려주시고. 그 명상 홀 바로 밑이 도미토리였는데 거기서 자는 사람들이 아주 힘들어 보였음. 귀마개를 뚫고 들어오는 저 저 로봇 음악을 초연하겠다고 얼굴에 힘들어간 체로 자는 그들.
그 많은 워크숍들 중 가장 나를 울린 건 스바기토의 "가족 세우기"였다.
이미 명성이 자자한 데다 특히 그날의 주제는 "비즈니스와 돈 "이였기 때문에 그날 참가자들이 모두 참가할 태세였다. 오후 2시에 진행되는 그의 워크숍에 가려면 잽싸게 밥을 먹고-음식의 대한 평가는 생략한 채로 내 친구 티바와 침묵 속에서- 잘 보이는 곳에 떡하니 앉아야 됐다.
스바기토(Svagito R. Liebermeister)
그는 독일인으로 1995년 가족 세우기의 창시자인 버트 헬링거 박사와 공부, 가족 세우기의 세러피의 대가이다. *가족 세우기는 인간의 무의식과 행동 패턴의 뿌리를 가족으로 보고 그 안에서 해결책을 찾고 상처와 화해하는 테라피이다. 가족 구성원을 대체하는 역할극을 통해 문제를 들여다본다. 그의 카리스마와 여유 있는 진행, 개인의 상처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 결코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그의 워크숍은 그 자체로 예술이었다.
수많은 사람들 중 스바기토의 선택을 받은 어느 육중한 인도 여자. 턱턱턱 무대로 올라서는 그녀. 그녀의 문제는 수중에 돈이 없으면 패닉 상태가 된다는 것이였다. 어디 나갈 때도 늘 지갑을 먼저 챙기고, 돈이 수중에서 나가면 마음이 너무 불편하고 허전하고, 그러다 보니 돈을 안 쓰게 되고, 왜 그런지 이유를 모르겠단다.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는 이슈여선 지 사람들의 집중력이 대단했다. 그녀는 인도인이지만 엄마 없이 스웨덴으로 입양된 입양아였다. 그녀에게 돈은 엄마였다. 갓 난 애기들은 엄마의 보살핌이 없이는 삶이 지속될 수 없다. 아이에겐 엄마가 신이다. 자신의 생명을 지속시켜줄 엄마의 존재는 마치 성인이 된 우리가 돈이 없으면 의식주가 해결 안 되고, 주눅 드는 것처럼 심리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녀에겐 돈이 그러했다. 심리적으로 그녀에게 돈은 엄마와 같은 같은 존재였다. 돈이 없으면 옆에 엄마가 없는 아이처럼 그녀는 불안했고, 돈이 수중에서 나가면 마음이 불편하고 삶이 지속될 수없을 것 같은 심리적인 이유로 돈을 떠나보내기 싫어하는 거였다.
스바기토의 한마디. 엄마를 떠나보내라......
엄마를 무의식에 묶어놓고 있던 그녀. 이제 떠나보내라는 스바기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뚝뚝 흘러내리는 그녀의 눈물에 마음이 아팠다. 여기저기서 같이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 그 와중에 분위기 깨지게 코 푸는 사람들...
두 번째 선택을 받은 남자 또한 돈을 쓸 때마다 스트레스인 남자.
똑같은 이슈인듯하지만 가족 세우기의 매력은 개인에 따라 답이 틀리다는 것. 이 남자의 부모는 사이가 매우 좋은 부부였지만, 문제는 이 남자가 아빠한테 화가 나있다는 것. 아빠보다 자기가 엄마에게 먼저이고 싶은데 그게 안되니까, 엄마를 늘 옆에 두고 싶어 하는 그가 돈(엄마)이 없을 때마다, 쓸 때마다 스트레스받는다는 것. 아빠와 엄마의 관계를 인정해라는 말에 그 큰 덩치의 남자, 아이처럼 눈물 흘리다.
다른 경우는 비즈니스가 잘 안되는 어느 여자의 경우, 여기온 세라피스트 중 고객이 너무 없어서 괴롭다는 남자의 경우, 일을 너무 많이 하는 경우 등. 모두가 부모와 관련돼있고, 돈을 대하는 방식으로 표출된다는 게 신기했다.
돈을 쓰기 싫어하는 구두쇠들의 경우 보통은 엄마와의 관계가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
엄마라는 존재와 엄마와의 관계는 심리적으로 본다면 곧 돈과 비즈니스에 투영될 수 있다.
엄마를 사랑하지 않을 경우, 엄마에 집착할 경우, 인정받고 싶어 할 경우, 또는 let go 하지 않을 경우 그들은 돈에 집착하게 되고, 엄마와 사이가 안 좋은 사람이 비즈니스가 잘 될 일이 없다는 게 스바기토의 통찰.
웃으며 무대에 올라간 사람들, 다들 눈물로 내려오다.
사람들은 누구나 상처가 있다. 그러나 상처는 과거다. 과거를 let go 하고, 한 번에 한 발자국씩, 한 번에 하나씩 흘려보내란다. 허깅과 사랑이 제일 좋은 치료라는 말에 좌우 사방 허깅한다고 어수선해지고, 힐링은 주는 사람 역시 치료된다는 말에 다시 한번 어수선. 허깅 한번 하려고 이쪽에서 저쪽으로 날아가는 사람은 뭐냐고.
엥스바카의 또 다른 재미는 프라띠바와의 수다였다.
저녁 오솔길을 걸어서 띠바와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우리의 대화 주제는 주로 한국음식이었다. 참치에 고추장 넣고 밥이랑 비벼먹어 봤냐, 그럴 고추장이 어딨냐 참치 호강시킬 일 있냐. 서양사람들이 미역국을 안 좋아하는 게 얼마나 다행인 줄 모른다, 왜? 미역국을 안 나눠먹어도 되니까. 김치는 왜 캡슐로 안 나올까 등등.
그녀와의 수다는 그녀에게 세션 받을 때도 이어졌는데 주로 이런 식.
띠바: 자, 몸을 릴랙스 시키고... 어떤 느낌이 들어?
나 : 글쎄... 뭐랄까.. 목과 몸통이 분리된 느낌?
세션 끝난 후>
띠바: 이제 목과 몸통이 붙은 느낌이 들 거야.
나: 그러게. 숨이 셔지네.
엥스바카의 추억은 명상을 페스티벌처럼 재밌게 할 수 있음을, 바이킹 블러드인 북유럽인들의 명상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를 맛볼 수 있는 곳이었다. 내 청춘의 무대였던 인도와 오쇼 명상센터, 한국사람과 기질이 비슷하다는 이태리의 명상센터에서의 글도 곧 써볼까 싶다, 삘이 땅기는 어느 날에.
누구나 상처가 있다. 그 상처를 어떤 이는 글을 쓰며 풀어내고, 어떤 이는 여행으로, 어떤 이는 눈물과 웃음으로 , 어떤 이는 고함치며 달리며 속에 있는 모든 쓰레기를 다 뱉어낸 후 정화의 눈물을 흘리면서... 그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공간에서 다시 명상하고, 춤추고, 존재의 축제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이 팬테믹이 지나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