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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박 Nov 01. 2021

유쾌한 싱글맘 헬렌 이야기


 중립국인 노르웨이에는 난민들이 정말 많이 산다. 그중의 한 명인 내 친구 헬렌 이야기.

내 친구 헬렌은 아프리카 에디테리아에서 온 유쾌한 싱글맘이다. 그녀는 나온 배를 억지로 주체하지 않으며, 신발조차도 비욘세풍의 섹시미를 고집 하며, 스타워즈에 나오는 외계인 풍의 머리땋기를 즐겨하는, 모든 게 노 프러블럼인 친구다. 그런 그녀에게는 두 명의 딸이 있었다. 그 당시 둘 다 우리 아들 캐빈과 같은 유치원에 다녔었고, 그중 큰딸 엘리아나는 5살임에도 불구하고 힘과 억셈에서 우리 캐빈을 능가하는, 캐빈의 세계에서는 늘 악의 축으로 등장하는 아이. 생긴 게 마이클 잭슨의 피가 흐르고 있지 않냐는 개인적인 추리...

좀 오래된 사진. 오른쪽 맨끝이 헬렌, 그 옆이 나, 내 무릎사이에 않아 있는 녀석이 껌 좀 씹었다는 우리 아들 캐빈 5살때.


하루는 그들을 우리 집에 초대했다.

아이들 셋이 모여 집은 곧 난장판이 되었고, 그러 던 지 말든지 헬렌하고의 수다는 유쾌했다. 그러다 그녀의 막내딸 엘림이 기저귀에 이상신호가 왔음을 알리고, 헬렌은 능숙한 솜씨로 엘림을 소파 위에 뉘이더니 기저귀를 갈기 시작했다. 주의할 것은 거기는 우리 집 거실의 중심인 소파님 위에서 그것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 중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그만 읽으셔도 좋다.)

여하간. 소파 밑에 종이라도 깔 것을 권장했으나 그녀는 노 프라블럼 손을 휘휘 저었고, 기저귀와 불순물을 닦은 휴지는 내 눈의 초점을 흐리며 소파 앞 탁자에 자연스럽게 버려져있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대해 나는 눈을 깜빡이며 그냥 서있었다. 곧 비닐봉지를 가져와 이것들을 치워야겠다는 신호가 뇌에서 왔었고, 나는 치웠다. 이상한 건 내 새끼 똥은 안 더러운데 남의 새끼 똥은 느무 더러웠다. 손이 떨릴 정도로... 그 후 다시 수다가 이어졌고, 나는 그녀가 손을 씻지 않았다는 걸 염두에 두며 저녁으로 피자와 샐러드를 대접했다. 그러나, 그녀는 끝내 손을 씻지 않고 피자를 먹었다. 유쾌하게. 그 손으로 막내 아이에게 피자를 떼어서 먹여주었고, 너무도 사랑스럽다는 듯이 머리까지 쓰다듬어 주었다. 나는 세균들을 먹는 그 막내 아이가 불쌍했지만 뭐.. 사랑의 힘이란 게 있으니까.


그러곤 그들은 유쾌한 노래를 부르며 석양 저편에 있는 그들의 집으로 돌아갔다.


며칠 후,

내 유쾌한 친구 헬렌은 우리를 그녀의 집으로 초대했다. 

시끌벅적하게 도착한 그녀의 집은, 와우!... 봄베이의 어느 거리의 난민촌에 서있는 기분이랄까. 태풍이 그녀의 집안에만 불어닥친 듯 옷들은 쓰레기 더미처럼 여기저기 쌓여있고, 벽에는 온갖 종류의 낙서, 액자는 비뚤어져 있으며, 가구는 성한 게 없었고, 신발과 스낵이 같이 소파 위에 뒹굴고 있었다. 그래도 신기한 건 그 모든 상황이 유쾌하고 편하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독실한 기독교인데, 내내 에디테리아 기독교방송을 보며 그 속에서 눈을 하얗게 뒤집고 있는 빙의된 남자를 보며 아멘을 부르짖었다. 그녀는 그렇게 할렐루야의 눈으로 세 시간은 족히 걸린다는 에디테리아 음식을 만들었고, 원두를 직접 갈아 한약 달이듯 한 시간을 졸인 커피를 대접했다. 음식 맛은 훌륭했고, 우리들의 수다 또한 유쾌했다. 캐빈과 그의 강력한 라이벌 엘리아나는 그날따라 힘겨루기를 하지 않고 사이좋게 놀았고, 심지어 엘리아나의 장난감을 빌려오기까지 했다. 세상 어딜 가나 행복한 사람들은 있고 그들이 꼭 부자거나 깨끗할 필요는 없다는 걸 느끼며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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