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하지 못한,
아빠를 마지막으로 본건 2019년, 한국에 갔을 때다. 기억 속에선 늘 바쁘고, 멋지고, 여자 친구가 맨날 바뀌었던 당신은 시간을 한 번에 가로질러 나와 하얀 백발로 변해있었다. 아빠는 웃었다. 나도 웃었다. 시간을 건너온 우리는 손을 잡고 걸었고, 나는 아빠란 말을 아껴부르지 않았다. 아빠, 왜 우리를 키우지 않았어라고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 행복한 순간을, 누려 보지 못한 시간들의 질책이나 미움보다 아빠로 태어난 그와 그의 딸로 태어난 내가 만나 서로 따뜻하게 바라보았다. 우리는 그냥 각기 다른 삶을 살았을 뿐이었다. 당신도 태어나자마자 할머니를 여의고 사랑받지 못한 삶을 사셨기에 어쩌며 한평생 찾아다닌 게 당신의 엄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의 힘들었던 시간들과 또 어느 모퉁이에선 힘들지도 모를 남은 인생의 어느 날 중, 그날은 그냥 행복하게 웃고 싶었다.
아빠.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