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딸기 꼭지를 손질한다. 큰 그릇에 적당량의 딸기를 담는다. 그리고 포크로 눌러 으깬다. 양을 가늠하기 어려우면 딸기를 컵에 담아본다. 딸기 사이의 빈틈은 다 사라지고 조금 눌려질 것을 상상하면 적당하다.
으깬 딸기에 설탕을 넣는다. 단 것이 좋다면 설탕을 넉넉하게 넣는다. 얼마큼 넣을지 모르겠다면 일단 조금 적게 넣은 뒤 완성한 후에 더 넣어도 무방하다. 늘 그렇듯 부족한 것은 후에 채울 수 있지만 넘쳐 버린 것은 수습하기가 어렵다. 딸기라떼는 좀 달아도 좋다. 나중에 우유를 더 넣으면 되니까. 처음 의도한 것보다 조금 더 마시면 된다.
으깬 딸기에 설탕을 넣고 잘 섞는다. 딸기를 보기 좋은 컵에 담고 딸기 양만큼 우유를 넣는다. 취향대로 우유량을 조절한다. 우유 대신 요거트를 넣어도 좋다. 딸기 식감이 살아있는 딸기라떼는 손쉽게 완성된다. 작은 포크나 티스푼 하나씩 들고 함께 만들어 함께 마시는 시간은 참 달달하다.
설탕이 잔뜩 들어간 달달한 음료, 혹은 시럽이 첨가된 음료는 주로 내가 마실 것이기보다 타자를 위한 것이다. 타자라고 하기에 미안한 ‘너’들. 피곤할 때, 무료할 때 단 것은 마치 중력처럼 당긴다. 그중에서 딸기라떼는 식사 후에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먹기에 참 좋은 음료다.
아이들과 작은 것이라도 함께 하려고 노력한다. 커피를 내릴 때도 아이들이 있을 때면 아이들에게 맡기곤 한다. 9살 첫째는 물론이고 5살 된 둘째도 옆에서 조금 도와주면 곧잘 한다. 무어든 자기가 하고 싶을 때다. 그래서 문장화된 정보보다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함께 하려고 애쓴다. 이 애씀은 고되다. 하지만 직감한다. 아이들이 이 시간을 지금처럼 즐거워하지 않을 때는 곧 온다. 생각보다 빠를 것이다. 내가 생각보다 빠를 것이라고 짐작하는 그 때보다 더 빠르게 찾아올 것이다.
‘훌쩍 커버린 아이들을 보게 될 때 아쉬운 게 뭘까.’ 자문했다. 첫째와 둘째가 4살 차이라 그런지 대답이 쉽게 나왔다. ‘다시 오지 않을 더 어린 시절의 내 새끼’다. 그래서 드립 주전자 손잡이를 잡은 작은 손 위에 내 손을 덮고, 그 녀석들의 등을 살짝 안아 함께 커피를 내리는 시간을 더 사랑하기로 했다. 그런 종류의 시간을 딸기라떼를 만들며 함께 보낼 수 있다.
마실 것을 만드는 일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마실 수 있어서다. 상대방의 취향을 조금씩 알게 되면, 좋아할 것 같은 음료를 추천하기도 한다. 함께 만들어 함께 즐길 수 있고, 홀로 만들어 함께 누리기도 좋다. 혼자 누릴 수 있고 함께 할 때 더 풍요롭게 누릴 수 있는 취미, 마실 것의 일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