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로 16기, 돌싱 특집 후기
최근 나는 솔로 16기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올해 본 프로그램 중 제일 재밌었는데, 보면서 느낀 점들과 생각을 간략하게 적어보려고 한다.
'나는 솔로' 는 솔로 남녀 6쌍이 한 공간에 4박5일간 거주하며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다룬 이야기이다. 보통의 기수라면 애인이 없는 그냥 솔로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이번 16기의 경우에는 돌싱(일명 돌아온 싱글, 즉 이혼한 남녀)를 대상으로 다루어서 더욱 흥미가 갔다. 나는 아직 20대 중반이고, 나는 결혼도 이혼도 해본 적이 없었기에 나에게 있어서 궁금증이 많은 분야이다.
나는 솔로 16기를 통해 이혼에 대해 재차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 할아버지뻘, 아버지뻘까지 가지 않더라도, 정말 십 년 전만 하더라도 지금만큼 이혼에 대해 열려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에 안 맞는 사람과의 결혼생활에 대한 회의감으로 이혼하게 된 사람들이 이야기 할 수 있는 사회 기반이 조금씩 다져지면서, 요즘은 이혼을 했다고 하더라도 크게 이상하게 보지 않는 분위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이혼남녀들의 아픔을 가볍게 여기려는 의도가 아님을 밝힙니다.) 돌싱글즈나 나는 솔로 16기와 같은 프로그램이 대두된 것 또한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에 한 몫 했을 것이고, 브런치에서도 심심치 않게 이혼 남녀의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다.
나는솔로 16기에서 이성을 알아갈 때에 가장 중요시 여기는 부분은 아이의 유무였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일 지라도, 나의 유전자가 아닌 아이를 양육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 나 또한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내 유전자가 아닌 아이를 키운다는 것에 큰 부담감을 가지고 있기에, 내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하더라도 나는 아이가 없는 이성 가운데 마음에 드는 분과 매칭하고자 노력했을 것 같다. 가령 내 아이가 아파서 내가 버는 돈의 대부분을 아이의 치료비에 쓰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내가 져야 한다고 할 때, 나는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고, 그로 인해 불행하지 않을 것이다. 내 아이는 나의 책임이자, 내가 가야할 길을 일러주는 등대같은 존재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게 내 아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아이라면 쉽사리 그렇게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돌싱 특집인 나는솔로 16기에서 여러 번 보았던 현상으로는, 상대방에게 나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 리스크를 안고 가려고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본인의 마음은 표현하지 않고 상대방의 마음을 먼저 확인하고 난 후 그 반응을 토대로 나의 선택을 결정하려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게 되었다. 한 장면에서는 두 명의 이성에게 호감 표현을 받은 한 참가자가, 자신을 일편단심으로 좋아해주는 이성을 보험삼으려는 모습 또한 포착하였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았는데, 이미 한 번의 큰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다 보니 작은 생채기만 나더라도 크게 놀라게 되지 않는 그런 특성이 잘 보여지는 단편적 사례라고 보여진다.
그리고 시즌에서 크게 다루는 부분이라면, 타인의 말을 자꾸 옮기려고 하다가 오해가 생기게 되고 그로 인한 불화에 대한 장면이었다. 이를 통해 나 스스로 판단하고 , 직접 확인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느끼게 되었다. 여러 사람의 말을 거치게 되면 이는 반드시 와전될 수 밖에 없고, 특히 타인은 내 생각과 감정에 큰 관심이 없고 그저 나의 연애사를 가십거리로 치부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고까지 느껴졌다.
돌싱글즈 16기는 여러 이혼남녀의 사례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사회의 축소판을 보는 느낌이었기에 나에게는 정말 강렬하게 다가왔다. 이외에도 생각할만한 주제들을 여럿 던져주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