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가를 내겠다고 회사에 말했다
상무님은 생각보다 담담해 보이셨다
병가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럼 근본적인 해결책은 뭘까?
내가 죽는 게 근본적이 해결책 아닐까?
나는 살아있는 게 이렇게 힘든데
근본적인 문제는 나 자신에게 있다
그러니 내가 사라지는 게 가장 좋은 해결책일 수도
자해를 하는 것도 말했는데
사실 정말 이 나이 먹고 자해를 이렇게 하는 게..
창피하다고 해야 하나
청소년 자해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데
성인 자해에 이야기는 많지 않다
성인은 그냥.. 죽기 때문일까?
나와 같은 마음이 들면 그냥 삶을 끝내서 그런 걸까?
1월 말에서 2월 정도에 쉬고 싶다고 했다
인사팀에서는 가능한 한 빨리 쉬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소견서를 받아와 달라고 했다
정말 입원 치료를 해야 할까
입원비는 얼마나 나올까
입원을 하게 되면 엄마한테는 뭐라고 하지
영은과장님이 내가 너무 책임감이 강해서 그런 거라고 했다
팀 생각하지 말고 그냥 빨리 쉬라고 하시는데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근데 그런 눈물도 잘 참아지는 게...
나는 너무 찌들어버린 걸까 이 세상에
그때는 참고 이 글을 쓰면서는 눈물이 계속 나는데
왜 내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 마음이 어떻다고 정의를 내리고 싶은데
그게 안된다
오늘은 기분이 안 좋지 않았는데
정말로 전혀 화나거나 슬프거나 짜증 나는 일이 없었는데 자해가 하고 싶었다
집에 와서 칼로 손목에 상처를 내니 숨이 탁 트이는 것 같았다
상처가 나는 순간에 따끔한 그 느낌과
살이 벌어지면서 나는 피를 보니
숨이 쉬어졌다
숨이
후우우우
쉬어졌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다시는 자해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
자해를 하지 않는 삶이 나에게 다시 올 수 없어
나는 그래도 잘 살아왔다고 생각하는데
밖에서 보면 꽤 성공적인 삶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삶도 놓고 싶지 않고
근데 또 이렇게 사는 게 공허하고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다
내가 왜 이러는 건지 정말로 모르겠다
기쁜 건지 슬픈 건지
화난 건지 무력한 건지
그냥 아무것도 모르겠다 나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