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창빈 Jun 27. 2022

방구석 일본어 29 : 慣れる(익숙해지다)

친해질 만하면 헤어지는 우리





1년 동안 네 가지 계절을 경험한다는 것은 축복일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계절마다 옷장을 열고 닫으며 세, 네 번 정리를 해야 하고(드라이클리닝 등, 돈도 든다.) 여름에는 제습기와 에어컨, 선풍기가 야근을 불사하며 일을 하고는 다시 7~8개월 정도를 잠자다 깨어나기를 반복해야 한다. 그리고 나는 피곤하다.


손질된 후, 밤에는 춥고 바람 많은 혹한에 괴롭다가 낮에는 언 몸을 녹이며 한 숨 돌렸다 싶을 때 다시 추운 밤을 맞이하며 만들어지는 황태마냥 인간의 몸을 혹사시키는 것이 사계절 아닐까? 어린 시절, 선생님의 말씀은 무조건 옳다는 맹신이 만들어낸 잘못된 정보임에 틀림없다.


어김없이 올 해에도 여름이 찾아왔다. 아직 매미는 우렁찬 노래를 시작하지 않았지만, 한동안 자려고 눕기만 하면 머리 맡을 맴도는 모기소리에 잠을 설쳤다. 유독 어긋나는 일기예보에 따르면 내일부터 서울을 포함한 중부지방에는 많은 비가 내린다고 하던데, 보통 장마는 일주일이면 끝났었나? 얼마나 오래 계속되었지? 내 40년 가까운 경험도 제대로 정리해두지 않으니 그때그때 뉴스에 의지할 수밖에 없고 답답함은 끝나지 않는다.


한동안 '일단 잠은 들어야 하니까'라는 근사한 핑계로, 갓 꺼낸 캔에 송골송골 맺힌 물방울을 느끼며 맥주를 들이켜고 누워야 하는 밤이 이어지겠지. 아침 출근길은 어떻게 걸어도 덥겠지만, 만원 지하철에서 등 뒤 척추 방향을 따라 또르르 땀방울이 흐르지 않을 정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니 땀은 흘러도 좋다. 정체모를 타인과의 접촉으로 그의 몸이 고된 출근길에 얼마나 데워졌는지만 모르면 좋겠다.


온통 안 좋은 기억만 잔뜩 있는데, 사계절은 너무하다고 생각하던 참에 문득 나를 돌아보았다.


때가 되면 정해진 일을, 정해진 규칙에 따라 바르게 해내는 것보다는 다소 지난할지언정 새로운 것을 만들거나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가 많은 일에 마음이 끌리는 나는 사계절에 화풀이를 하고 있던 건 아닌가? 하고 말이다. 미련한 사람이라 끝내 경험을 해 봐야 힘든 것을 알 테지만, 어느 해 여름에 1주일을 행복하게 보냈던 태국 방콕의 시내에서도 예고 없이 쏟아지던 스콜에는 적잖이 당황했지 않았는가.


그저 또 힘든 계절이 찾아왔다며 불평하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사계절을 더 편하게 받아들이는 방법을 찾아보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다. 여름보다 겨울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1년 내내 두꺼운 코트를 입고도 덜덜 떨며 보내는 지루함이 견딜만하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인류의 무분별한 소비 때문에, 앞으로의 사계절은 어쩌면 바뀌어 갈지도 모르겠다. 정작 내가 원하지 않는 순간에 타는 듯 한 여름을 반년 이상 견뎌야 하는 세상이 찾아와도 참 힘들 것이다. 서로 맞춰가며 좋은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어느 때보다 '조화'와 '화합'이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방구석 일본어 28 : 知る/分かる(알다/이해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