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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빈 Oct 06. 2022

방구석 일본어 36 : 苦手(서툴다)

전화 공포증





임기응변에 약한 저는, 전화 통화를 무서워하는 사람입니다.

말하기가 싫은 것은 아니지만, 머쓱해질 정도로 조용한 침묵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니던 직장의 회식자리에서는 '건배사'를 준비해 온 듯 기가 막히게 읊는다며 칭찬을 받았던 기억도 있는데, 그저 제 순서가 돌아오기까지 앞선 열댓 명의 직원분들이 대신 시간을 벌어주신 것뿐입니다. 지금 돌아보면 칭찬을 받았던 기억만 있고, 무슨 말을 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들 취기에 제 이야기가 멋지게 들렸는지도 몰라요.


기다리고, 망설이다 때를 놓치기 일쑤인 삶을 살아왔습니다. 때로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일을 뭉개거나 지나치게 신중한 척 버티는 경우가 있는데, 미루고 싶은 마음은 어떤 방법으로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하고 싶었던 말들을 청산유수처럼 내뱉는 사람들조차 스마트폰 너머에 있는 상대가 어떤 이야기를 해 올 것인지에 대해 100% 준비되어 있지는 않을 테니까요. 불안을 얼마나 민감하게 받아들이느냐가 태도로 표현되는가 봅니다.


아내 외에는 가족을 포함한 타인 누구에게 전화를 거는 것이 부담스럽습니다. 그래도 싫지는 않아요. 세상도 저와 비슷한 '전화 포비아'의 마음을 살펴, 챗봇 서비스를 만드는 방향으로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훗날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입을 열지 않아도 뇌파를 읽어 음성이나 텍스트로 표현해주는 시절이 오겠지 꿈꾸면서도 그 미래는 두렵네요. 


인생에도 잠깐 쉼 표 하나, 한 숨 돌리고 생각을 정리할 여유가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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